비정기 간행물/시식기 모음집 김야매 2021. 5. 25. 09:12
닭고기는 다른 고기와 달리 원육으로 차별점을 두기 쉽지 않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후라이드 치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튀김이다. 한국 후라이드 치킨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BBQ 황금올리브가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도 과자처럼 바삭한 튀김옷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BHC의 포테킹은 성공 가능성을 가진 치킨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바삭함과 식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튀김옷에 감자튀김을 더했다. 비록 감자튀김에서 감자의 풍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튀김옷 자체의 매력도를 극도로 끌어올리는데에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기름기를 크게 머금지 않은 튀김옷은 황금올리브보다 훨씬 바삭하다. 입안에서 기분좋게 부서지는 튀김 사이로 촉촉하게 보호된 닭고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튀김과 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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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기 간행물/시식기 모음집 김야매 2021. 1. 22. 23:55
1936년 밀라노의 한 로티세리 식당에서 출발한 이탈리아의 스낵 브랜드, '산칼로'의 클래식 감자칩을 먹었다. 고급스럽고 잘 구겨지지 않는 포장지 안에 바짝 튀겨진 감자칩이 절반 쯤 담겨있다. 포카칩 등 국산 감자칩에 비해 기름기는 적고, 두께는 두꺼우며, 경도는 단단한 편이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일반적인 감자칩을 생각하고 먹으면 다소 거칠다. 입 안 한 가득 넣고 우적우적 씹으면 금세 입천장에 상처가 나고 목이 메인다. 일반 감자칩과 케틀 쿡 감자칩의 중간 수준 단단함과 두께를 가졌다. 칩의 바삭한 식감을 중시한다면 만족스런 선택일 수 있다. 칩의 크기는 전반적으로 균일한 편이고, 한 입에 넣지 못할 정도로 큰 피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편 산칼로 클래식 감자칩은 스낵으로서 적절한 수준의 짠맛을..
익명의 시선/영화를 보고 김야매 2020. 9. 25. 11:46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를 봤다.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몇 자 남긴다. 는 등대에 고립된 두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선임 등대지기 토마스(윌리엄 데포)와 조수 에프레임(로버트 패틴슨)은 섬에서의 고립이 계속되자 서서히 광기에 사로잡힌다. (딱히 스포일러랄 것도 없지만 나머지 내용은 직접 보는 재미를 위해 남겨둡니다.) 장르는 공포다. 딱히 무서운 장면은 없다. 사건이 많은 영화도 아니다. 그러나 충분히 무섭다. 두 인물이 충돌하고 그 틈새에 미스테리한 현상들이 스며들면서 관객들의 심장을 죈다. 영화는 불친절하다. 얼마 없는 사건마저 인과를 제대로 밝혀 설명하지 않는다. 주어진 단서는 극히 적고 상징은 난해하다. 마지막 시퀀스가 끝날 때까지 주제 의식 조차 명확히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편히 즐기는 팝콘 ..
익명의 시선/제가 이런 걸 읽었는데요 김야매 2020. 8. 10. 13:33
연필로 쓰기, 김훈 김훈 작가의 산문집. 원래 그의 문장을 좋아해서 필사도 여러 번 한 적 있다. 산문집 전작인 ‘라면을 끓이며’도 인상 깊게 읽었기에 고민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주문했다. 천 원쯤 더 내고 사은품으로 마디가 굵은 연필도 한 자루 받았는데 여태 한 번도 쓸 일이 없었다. 방금 호기심에 연필의 행방을 찾았으나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쓸모 없는 사은품에 괜히 욕심을 냈다. 김훈 작가의 문장은 짧고 힘이 있어서 좋다. 한때 그의 문장에 빠져서 어설프게 흉내를 낸다고 내 문장이 짧아지기도 했다. 그때 쓴 글들은 쉽게 읽힌다며 칭찬받기도 했는데, 어째 내 맘에 들지가 않아서 이제는 흉내내지 않는다. 지금 와서 다시 책 속 그의 문장을 살펴보니 그리 짧지도 않다. 건조한 문체 속에 따뜻한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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