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라이켄, 서울대입구역 - 진하고 깔끔하게 돈코츠, 강렬하게 니보시쇼유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19. 10. 19. 17:37
라멘 포스팅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들른 곳은 서울대입구역 주변에 위치한 라이라이켄. 매니아들 사이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는 곳입니다.
오픈 시간은 12시입니다. 모르고 30분 일찍 갔다가 그 일대를 한참 서성이다가 안으로 입장했습니다. 서울대입구역 7번출구에서 가깝습니다. 횡단보도 포함 대략 3~4분 거리 정도 됩니다. 다만 골목에 숨어있기에 네이버 지도를 유심히 보면서 잘 따라가야겠습니다.
자판기에서 주문을 하면 됩니다. 저는 첫 방문이기에 돈코츠 라멘을 주문했습니다. 다양한 라멘들을 시도하는 집이지만 첫 방문이라면 응당 돈코츠를 먹어야 한다는 것에 라멘러들의 의견이 모이는 듯 합니다.
식당 구조는 주방과 연결된 작은 복도를 기준으로 양 옆에 다찌석 3~4개 정도식 그리고 주방을 마주보는 벽 쪽에도 좌석 세개 그리고 아마 그 밑으로 테이블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무튼 대략 15석 규모 정도는 되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별거 없는 것 같지만 뭔가 깔끔하고 맘에 쏙 드는, 마치 이 집의 돈코츠 라멘과 같은 느낌입니다.
후추와 단무지 그리고 김치는 알아서 갖다 먹을 수 있게 비치되어 있습니다.
담음새가 아주 정갈한 가운데 진해 보이는 국물이 눈에 띕니다. 먹어보니 역시나 아주 진하고 감칠맛이 돕니다. 다른 하드한 돈코츠 라멘들과 다르게 느끼하다거나 염도가 지나치다거나 하는 과함이 없어 좋습니다. 진하고 깔끔합니다. 이 두 형용사가 양립할 수 있으니 정말 좋은 국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틀림없이 오래 끓였을 듯한 돼지뼈 육수의 깊은 맛이 전해지고 먹으면 먹을 수록 더욱 입맛이 당깁니다. 부담스럽지 않게 마지막 한 스푼의 스프까지 즐겁게 떠마실 수 있습니다.
육수도 육수지만 면이 또 딱 제 스타일입니다. 얇은 스타일의 면인데 살짝 덜 익힌 듯 꼬독꼬독하게 씹히는 식감이 일품입니다. 저 같은 알단테 충에게는 너무나도 감사한 면발이었습니다. 면을 씹는 맛이 있고 또 그게 스프와 잘 어우러져 고소합니다. 그 외의 차슈나 목이버섯도 이 라멘 육수에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오픈보다 일찍 와서 주변을 하염없이 서성이던 30분이 아깝지 않아지는 맛입니다.
맛달걀도 좋습니다. 다만 달걀 속이 미처 데워지기도 전에 너무 빨리 깨물은 나머지 노른자는 조금 차가웠습니다. 뜨듯한 육수에 한참 담가뒀다 마지막 쯤에 먹어줘야 온도가 맞았을 것인데.. 뭐 차가워도 맛달걀은 맛달걀이니까 맛있게 먹었습니다.
정신없이 먹은 한 끼였습니다. 스프가 정말 좋았습니다. 계속 퍼먹다보면 고깃가루 같은 것이 입안에 느껴지는데 육수의 고소함이 고스란히 농축되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최근 사루카메를 비롯해 몇몇 라멘집을 며칠간 연달아 다니면서 더더욱 느끼는 것이지만, 라멘이 굳이 지나치게 묵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극단의 진함을 향해 돌진하기 보다는, 진함을 약간은 덜어내더라도 깔끔함을 동시에 포섭할 수 있는 그런 라멘이야말로 질리지 않고 오래 사랑 받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건 제 취향이 잔뜩 들어간 기준이겠지요. 아마 이게 앞으로 제가 라멘을 바라보는 기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메뉴가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방문한 라이라이켄입니다. 이번의 선택은 니보시 쇼유라멘. 인스타에서 워낙 라멘 매니아들의 극찬을 받아오는 것을 목격해왔기에 기대가 큽니다.
이번엔 맥주도 한 잔 시키고 즐길 준비를 철저히 했습니다.
맥주는 클라우드. 딱 라멘에 곁들이기 좋은 가격과 용량입니다.
니보시는 멸치라는 뜻의 일본어입니다. 즉 이 라멘 육수의 베이스는 멸치라는 것이겠지요. 굳이 이름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라멘에서 멸치향이 짙게 흘러 나옵니다. 돈코츠와는 구성이 조금 다른 듯합니다. 차슈 개수가 줄고 김이 빠지는 대신 두꺼운 차슈와 멘마가 올라갑니다.
국물을 먼저 떠 맛봤습니다. 첫 인상은 "쎄다" 였습니다. 멸치향도 쎄고 염도도 쎕니다. 물론 염도가 쎄다는 것은 이미 인스타에서 익히 봤기에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더 쎕니다. 맥주 시키길 잘했다는 생각. 국물 자체는 멸치를 강하게 우려 아주 짙고 맛이 좋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확실히 짭니다. 염도가 높아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맛있으니 스푼을 멈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면은 저번에 먹었던 돈코츠라멘과 같은 것으로 보입니다. 저번 방문의 기억이 아주 선명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저번보다는 더 익어나온 느낌입니다. 거슬릴 정도는 전혀 아니고 제 입맛이 이렇게 예민하다를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자기과시였습니다. 아무튼 꼬독꼬독하게 씹히는 면은 너무나도 제 스타일. 동시에 빠닥빠닥 씹히는 멘마 역시 좋습니다. 거기다 목이버섯의 식감 마저 비슷하니 전체적으로 이번 라멘은 씹는 재미가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차슈는 부드럽습니다. 살짝 덜 익힌 듯한데—의도하신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퍽퍽한 것보다는 훨씬 좋고, 멘마, 목이버섯, 면과의 식감과 대비되어 먹는 재미를 더합니다.
면을 비우고 국물을 마저 먹다보니 딜레마에 빠집니다. 계속 먹고 있으면 강렬한 염도에 이 쯤에서 그만 먹어야겠다 싶고, 또 그렇게 스푼을 놓으면 그새 또 땡겨서 다시 국물을 뜨게 되고.. 제가 만약 조금이라도 더 짜게 먹는 스타일이었다면 그릇째로 들고 후룩 마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돈코츠가 더 제 스타일인 것 같지만 니보시 쇼유도 역시나 꽤 괜찮은 한 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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