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어버거, 고속터미널 - 수제버거 가격의 딜레마

저는 수제버거보다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를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간편함과 손쉬운 접근성이 매력인 햄버거의 가격이 한끼에 만원을 훌쩍 넘긴다면 쉽게 손이 가지 않게 되죠. 하지만 그래도 종종 좋은 재료로  두껍게 쌓아 올린 수제버거를 먹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왜냐면 가격이 비싼거지 맛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 제가 머리 속에서 설정해둔 햄버거의 가격이 수제버거에 비하면 너무 낮을 뿐.

 

수제버거 집이지만, 주문하고 받아가면 되는 평범한 패스트푸드점 시스템

통로 옆에 가벽 없이 존재하는 매장이라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그렇다고 홍대 본점까지 갈 여력은 없고 그냥 고속터미널에 볼일이 있어 나온겸에 여기서 해결하기로 합니다. 백화점에 딸린 분점이라고 해도 맛이 그렇게 차이 나지는 않을 거라고 굳게 믿으면서요.

 

꽤 다양한 메뉴들

생각해보니 아이엠어버거는 이 날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워낙 유명한 집이라 이미 가본 줄 알았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가본적이 없었습니다. 기억 조작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 아무튼 처음 와본 김에 가장 시그니처 메뉴 같이 생긴 아이엠어버거를 프렌치프라이와 함께 주문했습니다. 아무래도 가게와 같은 이름을 가진 버거가 가장 대표 메뉴겠죠.

 

어차피 나는 안뿌림

왜 찍었는지 모르겠는 소스 통들. 

 

아이엠어버거 (9,800원)

먹음직스럽게 생겼습니다. 만원짜리치고는 버거의 지름이 조금 작은게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키는 꽤 큰 편입니다.

 

접시 하나 하나가 꽤 무게감이 있습니다. 트레이에 한꺼번에 담으면 꽤 묵직함

나이프를 줬다는 것은 품위있게 짤라 먹으라는 세심한 배려인 것 같은데, 저는 딱히 그러고 싶지 않아 그냥 손으로 집고 먹기로 합니다.

 

햄버거의 본질적인 이상형이 있다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구성을 조금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좀 더 자세히 찍어봤습니다. 패티, 치즈, 토마토에 상추까지 아주 베이직한 버거입니다. 굳이 하나 특이점을 찾으라면 베이컨 정도가 되겠습니다. 먹어보지 않고 눈으로만 봐도 무조건 맛있을 것 같군요.

 

프렌치프라이 (3,500원)

두꺼운 감자튀김은 아주 잘 튀겨졌습니다. 튀김옷은 적당히 두께감있어 치감도 좋고 간도 짭조름하게 잘 되어 있습니다. 10월의 감자튀김으로 선정합니다. 아깝게 탈락한 감자튀김으로는 맥도날드 보라매점 프렌치프라이, 맘스터치 보라매점 프렌치프라이 등이 있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버거 맛은 말해 뭐하겠습니다. 맛있습니다. 고기패티맛을 중심으로 야채들과 빵이 적당히 합세해 균형있는 맛있음을 형성합니다. 이 정도 퀄리티라면 딱히 아쉬움을 표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다만 빵이 다소 질긴 경향이 있습니다. 조금 식고나면 이로 쉽게 잘리지 않아 불편할 수 있습니다.

버거에 콜라만 먹더라도 12,300원이 나옵니다. 햄버거치고는 분명 비싼 가격. 하지만 퀄리티가 받쳐주니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햄버거가 생각날 때마다 먹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수제 버거라는 음식 자체가 제게는 참 애매한 것 같습니다. 맛은 분명 있지만, 햄버거 치고는 지나치게 비싼.. 다른 음식에는 한끼에 더 큰 돈도 쉽게 지불해버리면서 저는 왜 햄버거라는 음식에는 이렇게 인색하게 되는 걸까요.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인 음식에 사람들의 주관적인 인식이 작용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