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계동 - 홍콩 분위기에서 먹는 태국음식

영화 '화양연화'를 보셨나요. 홍콩을 배경으로 하는 양조위와 장만옥의 낭만적인 로맨스 영화입니다. 왕가위 감독 영화 중에서도 특히 좋은 평을 받는 작품으로, 불륜을 소재로 했지만 낭만과 고뇌가 있는 그런 영화입니다. 특히 느릿한 카메라로 양조위와 장만옥이 국수 사러가는 길 계단에서 마주치는 순간을 비추는 씬은 정말 인상 깊습니다. 저는 항상 그들이 그때 사가던 홍콩 국수를 먹어 보고 싶었는데, 북촌 주변을 거닐다 화양연화라는 이름의 음식점을 보고 이끌려 들어가게되었습니다. 근데 홍콩국수 파는 곳은 아니고 태국음식을 파는 곳이어서 팟타이 먹음.

 

계동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도 어플과 함께라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 

 

화양연화인데 왜 태국음식을 파는 걸까요.. 바로 옆에는 중경삼림이라는 이름의 음식점이 있는데 제주 흑돼지를 팔고 있습니다. 파인애플 통조림이라도 팔아야하는 것이 아닌지.. 아마 사장님들이 왕가위 감독의 엄청난 팬인 모양입니다.

근데 저는 안그래도 타이 푸드가 땡기는 중이었기에 팟타이 먹을 생각에 설레는 중.

 

전화 공짜로 해도 되나요

인테리어 소품들에서 어딘가 모르게 영화 '화양연화'의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음식점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는 뜻.

 

주방을 둘러싸고 있는 카운터석은 당시에는 운영하지 않는 듯 했습니다. 주방에서 불을 많이 쓰는지 연기도 막 나고 그러던데 왠지 홍콩 느낌 났음.

 

오랜만에 만나는 로고 냅킨이라 한방 찍어줬습니다.

 

묘하게 있어보이는 공동 수저통 및 양념통들.

 

팟타이 (10,000원)

메뉴가 나왔습니다. 우선은 팟타이. 한국에서 제 맘에 쏙 드는 팟타이 집을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이 날도 사실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제 맘에 쏙 들지 않았다 뿐이지 팟타이 자체는 꽤 맛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맛있는 팟타이는 단맛을 중심으로 하되 신맛, 짠맛이 그 밸런스를 맞추고 갖가지 향신료들이 향을 보태, 너무 달지도 않고 금새 물리지도 않는 그런 팟타이입니다. 이 곳의 팟타이는 단맛만큼이나 매운 맛을 적극적으로 끌여들여 밸런스를 맞춘다는 느낌입니다. 강렬한 단맛과 강렬한 매운맛이 맞부딪히는 형국입니다. 저는 맵찔이라서 조금 먹고 나니 매운 맛에 혀가 마비되어 더 이상의 밸런스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매운 것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분명 좋아할만한 팟타이입니다. 

 

뿌팟퐁커리 (24,000원)

또 하나 주문했던 메뉴는 뿌팟퐁 커리입니다. 뿌팟퐁 커리는 게를 주 재료로 코코넛 밀크등을 섞어 만든 커리로 달달하면서도 풍부한 맛이 일품입니다. 마싸만 커리에 게를 추가한 느낌의 커리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태국 음식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메뉴.

 

통째로 튀긴 게가 토핑으로 올라옵니다. 

 

밥  (1,000원)

커리를 먹는데 밥이 없으면 허전하겠지요. 그래서 밥도 하나 주문했습니다.

 

있어보이게 음식을 모아놓고도 한 컷 찍었습니다. 썸네일로 써야겠습니다.

 

뿌팟퐁 커리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게 튀김도 맛이 괜찮았고 커리 스프도 맛있습니다. 다만 먹다보니 팟타이의 매운 맛을 조금만 이쪽으로 옮겨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드러운 맛도 괜찮은데, 부드러운 맛이 너무 강해서 둥글둥글한 인상입니다. 이 역시 취향 차이겠지요.

 

파스타 먹는 것 마냥 수저에 올려서도 먹고 그랬습니다. 지금보니 팟타이가 약간 파스타 같기도 합니다. 태국식 파스타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밥에다도 올려먹고 부지런히 떠먹었습니다. 중간중간에 게살이 들어있어서 좋습니다. 사실 먹은지 좀 오래 된 사진들이라 아주 정확한 맛이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동행자가 배부르다고 게튀김을 안 먹길래 제가 대신 먹었습니다. 개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