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산싸맛푸, 노량진 - 3,500원 삼겹살의 저력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19. 12. 20. 08:42
아주 넓게 잡으면 우리 동네라고 할 수 있는 노량진에 놀러온 친구들과 회를 먹은 후 한 잔 더 하러 2차를 가기로 합니다. 어디를 갈지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한 친구가 블로그에서 찾았다며 제안한 곳은 바로 '후산싸맛푸'였습니다. 고등학생 때 종종 다니던 고깃집입니다.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가난한 고등학생들에게는 딱 맞는 식당이었죠. 그리고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한동안 발길이 뜸했었는데, 노량진에 처음 온 친구 덕분에 저도 간만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때는 고기가 싸니까 맛이고 뭐고 상관도 안하고 먹었는데 이번에는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노량진 술집 골목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설명하라고하면 못하겠는데 몸이 기억하고 있는 위치. 초행길인 친구들을 위해 앞장 섰습니다.
오고가며 봤을때 얼마 전까지만 해도 3,000원이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 가격이 오른 모양입니다. 올라도 3,500원이면 개이득.
사실 이곳 말고도 싼 가격에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노량진에는 몇 곳있습니다. 꿀꾸랄라라던가 아니면 식당가에 있는 쌈밥집이라던가. 학생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가격들이 다들 낮게 책정되어있습니다.
부르스타에 강력하게 생긴 불판으로 세팅되어 있습니다.
인테리어는 대강 이렇습니다. 세련됐다거나 깔끔하다거나 그렇지는 않죠? 3,500원 삼겹살 식당에 많은 걸 바래서는 안 됩니다. 그건 도둑놈 심보입니다.
좌측 두 점의 핑크빛 고기는 삼겹살, 우측 한 점의 자주빛 고기는 우삼겹입니다. 비교컷 촬영을 위해 아직 불판에 불이 달궈지지 않았지만 동시에 올려봤습니다. 는 아니고 누가 불판 달궈지지도 않았는데 고기 올린거야...흑흑
고기들은 기본적으로 냉동입니다. 원래 고추장 삼겹살 주 메뉴로 먼저 먹으면서 삼겹살이랑 우삼겹을 맛만 보려고 했는데, 아주머니 왈 고추장 삼겹살을 먼저 먹으면 그냥 삼겹이 맛없게 느껴진다고 전략을 고쳐주셨습니다. 그래서 먼저 먹게된 삼겹살과 우삼겹. 몇 인분을 시켰는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슬슬 익어갑니다.
이제부터 마음이 두근두근하고 설레기 시작합니다. 이제 뒤집으면 예쁘게 익은 고기들을 만날 수 있거든요. 좋아하는 걸 보기 전에 마음이 설레는 것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고기를 뒤집었습니다. 고기 기름들이 줄줄 흐르고 있습니다. 아까운 기름 그냥 흘려보낼 수 없겠지요.
그래서 김치도 구워주고 마늘도 구워줍니다.
고기 맛은 우삼겹이든 그냥 삼겹이든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냉동 삼겹살에서 바라는 그 맛과 질감이 잘 살아 있습니다. 다만 고기 누린내가 깔끔하게 잡혔다고는 할 수 없는데, 항상 느끼는 생각이지만 누린내(좋아보이는 말로 육향)에서 오는 고기의 매력이 있습니다. 육향 없는 고기를 먹으면 깔끔하기야 하겠지만 고기를 먹은게 아닌 느낌이랄까요. 돼지 특유의 누린내, 소 특유의 누린내가 식감이나 기름기 같은 요소와 함께 각 고기의 특성을 규정한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곳의 삼겹들은 분명히 육향이 덜 잡혀 뭉툭하지만 그럼에도 그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우삼겹 같은 경우는 육향이 특히나 더 도드라지네요. 기름기도 굉장히 많아서 좋아하실 분은 좋아하겠지만 싫어하실 분은 또 굉장히 싫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묘할 정도로 푸릇푸릇한 야채들이라 한 번 찍어봤습니다.
그다음에 먹은 것은 바로 고추장 삼겹살. 사실 우린 이걸 먹으러 온 거거든요. 주문하면 아예 불판 채로 갖다 주십니다.
양념이 매콤 달달하게 잘 되어있고, 또 그 양념들이 돼지기름과 만나면서 꾸덕하게 고기에 달라붙었습니다. 풍부한 돼지 지방의 맛과 달짝매콤한 양념이 뒤섞이니 안주로 더할 나위 없습니다. 밥 반찬으로도 훌륭할 것 같습니다. 달짝매콤이래도 양념이 돼지기름 덕분에 너무 달거나 맵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짭짤한 맛을 살려주는 형태로 맛이 잡혀있습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은 저렴하지 않다는 표현이 어울리네요. 4,000원을 훨씬 뛰어넘는 맛입니다.
물론 이거 먹겠다고 노량진까지 올 수고를 할 필요는 없겠지만, 노량진 주변에서 식사할때 하나의 선택지 쯤을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격은 3,500원이지만 만족도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식당 고르는 안목이 좀 있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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