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시무라, 상수 - 특급 안주 야끼토리

닭꼬치, 어딘가 모르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이름입니다. 트럭에서 간단하게 파는 천원짜리 닭꼬치를 하굣길에 하나 씩 사먹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반면에 야끼토리라고 하면 뭔가 되게 있어보이는 음식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오늘은 야끼토리 말고 닭꼬치를 먹은 것으로 해야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수역 근처에 위치한 쿠시무라에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쿠시무라는 상수역 근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상수역에서 내려서 조금 걸으면 금방 도착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추워서 대충 찍고 들어감

은근히 느낌있는 간판. 야끼토리 비스트로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야끼토리란 굽다라는 뜻의 야끼와 닭이라는 뜻의 토리를 합친 말입니다. 즉 닭구이 정도로 직역할 수 있겠습니다. 근데 그냥 닭구이는 아니고 대부분 꼬치에 꽂아서 구워주니 닭꼬치 구이 정도가 되겠습니다. 

 

내부는 바 자리 10석 남짓, 테이블 석 다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는 평일 저녁에 방문했는데 그럼에도 사람들로 꽤 가득 차있었습니다. 테이블엔 자리도 없고 어차피 두명이서 간거라 바 자리에 착석했습니다. 바 자리에 앉으면 아조시가 꼬치 구워주는 대로 바로바로 받아먹을 수 있으므로 기분도 내고 이득.

 

야끼토리집인 만큼 이런저런 꼬치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술안주용 요리와 밥도 몇 종류 준비되어 있는 듯합니다. 

 

야끼토리 집인 만큼 술 한잔하면서 먹어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앞접시 있길래 그냥 찍어봄
위스키 하이볼 (2잔, 16,000원)

일단 하이볼을 두 잔 시켰습니다. 하이볼은 위스키에 토닉워터 같은 것과 라임을 섞은 것입니다. 왠지 일본 요리집 가면 시켜 먹어야만 할 것 같은 하이볼. 저도 오늘 닭꼬치가 아닌 야끼토리를 먹으러 온 날이니 기분을 내기 위해 하이볼을 주문했습니다.

기본안주로 타래 뿌린 양배추 같은 것이 나옵니다. 시원해서 은근히 안주로 잘 어울립니다. 

 

달걀을 저런 귀여운 닭 모양 통에다 보관하십니다. 귀여워서 한 장 찍어보았습니다. 근데 또 암탉 배에서 달걀을 직접 꺼낸다고 생각하니 약간 그로테스크 한 것 같기도하고 지금 생각해보니 또 마냥 귀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쿠시세트 B (닭완자 / 20,000원), 뒤에 7꼬치 더 나옴

이 날 제가 주문한 것은 쿠시세트 B입니다. 5종류 꼬치가 8개 나온다고 합니다. 이 날 꼬치 종류는 닭완자, 염통, 다릿살과 대파, 베이컨토마토 그리고 히든 메뉴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종류가 날마다 바뀌는 지는 날마다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처음 나온 것은 닭완자. 타래(간장)소스, 온센타마고와 함께 나옵니다. 갓 구워내서 촉촉하고 맛있는 완자입니다. 반숙 달걀 터뜨린 것과 함께 먹으면 좀 더 맛있지만 그닥 노른자가 완자에 잘 묻어나오지는 않습니다. 

 

쿠시세트 B (다릿살과 대파, 염통 / 20,000원), 뒤에 3꼬치 더 나옴

다음 나온 것은 다릿살과 대파 그리고 염통입니다. 본격적인 꼬치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갓 구워내서 냄새부터 좋습니다. 다찌 좌석 반대편에서 아조시가 끊임 없이 닭들을 구워내고 계십니다. 닭고기 냄새에 정신 못차리고 있으면 이렇게 갖다주십니다.

 

염통구이입니다. 다시 말해 닭 심장이 되겠습니다. 원래 4쪽이 꽂혀있는데 사진에는 3쪽 밖에 안 보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하나 먹은 다음에 맛있어서 깜짝 놀라서 찍은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예전에 일본에 놀러갔을때 포장마차에서 염통꼬치를 사먹은 적이 있는데, 그때 그 비린 맛이 너무 강해 다시는 시도해본적이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약간 의구심을 갖고 하나 뽑아 먹었는데 맛있어서 놀람. 개인적으로 이날의 베스트로 이 친구를 꼽고 싶습니다. 

 

닭다리살과 대파를 함께 꽂은 꼬치입니다. 닭-대파-닭-대파-닭 순으로 꽂혀있습니다. 대파가 먼저 나오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아무리 구운 대파가 맛있어도 닭보다는 별로이기 때문입니다. 하나씩 뽑아먹기보다는 닭과 대파를 한 세트로 함께 뽑아 먹었습니다. 닭과 파 조합은 언제 먹어도 좋습니다. 부드러운 닭다리살도 좋고 구운 향이 매력적인 파도 둘 다 좋았습니다.

 

쿠시세트 B (닭봉 / 20,000원), 뒤에 1꼬치 더 나옴

이 날의 히든 꼬치는 닭봉이었습니다. 닭봉은 닭 어깨 부위로 미니 닭다리 같이 생긴 부위입니다. 교촌 허니콤보 시키면 닭날개와 함께 나오는 그 부위입니다. 살만 잘 발라내서 구운 뒤 타래를 발라서 주셨습니다. 원래는 소금과 함께 나온 다는데 이 날은 타래에 나왔습니다. 역시나 맛이 괜찮습니다. 방금 따끈따끈하게 구워냈으니 맛없을 리가 없긴 합니다.

 

좌 닭엉덩이 (4,500원) / 우 쿠시세트 B (토마토베이컨 / 20,000원), 뒤에 더 안 나옴 세트 끝!

다음으로 나온 것은 닭엉덩이와 토마토 베이컨입니다. 세트 메뉴는 토마토 베이컨으로 끝이고 닭 엉덩이는 궁금해서 따로 시킨 것입니다. 토마토 베이컨은 전혀 기대안했으나 맛있습니다. 열을 받은 토마토가 새큼하고 달달한 맛이 더욱 강해서 입맛을 한번더 돋굽니다. 뭘 더 먹고 싶게 만드는 맛입니다.

닭엉덩이는 촉촉하고 부드럽습니다. 은근히 기름기가 있어서 조금 느끼하기도 한데, 느끼하지 않게 먹을 거면 닭가슴살을 시켰어야 했던 것입니다. 저는 기름진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신나게 먹었습니다.

 

맥스 생맥주 (4,000원)

원래는 이 정도만 먹고 일어나려 했으나, 왠지 더 먹고 싶어서 그냥 맥주 한 잔 더 시켜봤습니다. 하이볼도 좋지만, 닭엉덩이살을 먹고 나니 뭔가 시원하게 들이키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맥주로 결정.

 

잘 나오는 각도를 찾아라 동
야끼 멘타이꼬 (12,000원)

추가 안주로 왠지 사이드 메뉴도 먹어보고 싶어서 명란젓 구이를 하나 시켰습니다. 명란을 통째로 구워 겉만 익혀서 잘라서 나옵니다. 우리가 아는 그 명란젓 맛으로 짭짤한데 매운맛이 섞여 있어 안주로 더할 나위 없습니다. 마요네즈로 지방맛을 조금 추가해서 먹어도 상당히 맛있다는 것..

 

하쿠시카 준마이긴조 (도쿠리, 10,000원)

뭔가 더 먹고 싶은 마음에 일단 사케부터 한 도쿠리 시켰습니다. 사케 전혀 모르기때문에 그냥 이름이 긴 것으로 시켰습니다. 보통 시험 답을 찍을 때도 가장 긴 선택지가 정답이기 때문입니다.

 

닭염통 (4,000원)

안주로 일단 염통을 하나 시켰습니다. 왜냐면 이 날의 베스트 메뉴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못먹어본 것을 시킬 수도 있었지만, 못 먹어본 게 너무 많아서 다 못 시킬 바에야 그냥 아는 맛으로 한번 더 가자는 안정적인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서비스가 제일 좋아

그렇게 염통을 먹으며 다음에는 뭐 먹을지를 고민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마시멜로를 서비스로 주셨습니다. 아앗.. 아리가또

 

마시멜로는 이렇게 구워야 맛있는 것인데..

달달한 맛이 전체적으로 짭쪼름했던 오늘의 식사를 마무리해줍니다. 원래 마시멜로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날은 공짜로 얻어먹어서 그런 건지 뭔지,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사실 제가 예전에 마시멜로 장사를 했던 흑역사가 있는데, 그때가 떠오르기도 하면서... 아무튼 이래저래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 행복한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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