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돈이부추삼겹살, 사당 - 부추같은 걸 끼얹나

세상에는 삼겹살 집이 참 많습니다. 다 같은 삼겹살을 팔지만 어떤 집은 장사가 잘 되고 어떤 집은 파리가 날립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가격이나 고기 질에서 차이가 나지만, 또 가끔씩 보면 꼭 거기에서만 차이가 생기는 것 같지만도 않습니다. 비슷한 상권에서 비슷한 고기를 비슷한 가격에 파는데도 불구하고 가게 안에 들어찬 손님의 수에서 격차가 납니다. 

범인이 고기도 아니고 가격도 아니라면 분명 그 외의 사소한 부분이 차이를 만들고 있는 것이겠지요. 오늘 제가 들른 '복돈이부추삼겹살'집에서는 부추가 그 범인이었나 봅니다.

 

 

 

사당역 대로에서 골목 안쪽으로 들어와 조금만 언덕을 오르면 복돈이부추삼겹살을 찾을 수 있습니다. 6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냥 들어온 건데 알고보니 나름 잘 되는 집인 것 같습니다. 심지어 분점도 몇군데 있는 듯 합니다.

 

 

 

복작복작한 실내는 그저 평범한 여느 고깃집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평균 이하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상하게 찬바람이 새어들어오고 식탁은 끈적한데 바닥은 기름기로 미끄럽습니다. 

접객도 그다지 훌륭하다고 하기 힘듭니다. 불친절과 친절 사이에 좌표를 놓아야한다면 아무래도 좌측으로 좀 더 치우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격도 딱히 메리트 있지 않습니다. 신대방삼거리에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고깃집은 이곳과 비슷한 컨셉이지만 냉동도 아니고 고기도 알아서 구워주시는데 여전히 1인분에 5,900원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냉동삼겹살 (3인분(중 절반쫌 넘게 올린듯), 24,000원)

 

그래도 서빙 속도 자체는 인상적일 정도로 빠릅니다. 거의 주문과 동시에 올라온 고기. 

 

 

 

그리고 식판에 이렇게 부수기재들이 올라옵니다. 대강봐서는 크게 특별할 것이 없긴 합니다.

하지만 먹어보면 부추가 굉장히 특이합니다. 왜냐면 상당히 달기 때문. 평소 우리가 먹는 부추를 생각하면 안됩니다. 이 집만의 스타일로 상당히 달달하게 무쳐낸 부추입니다.

가게 이름부터 부추가 들어가니, 이 부추가 이 가게의 시그니처라고 해도 되겠지요. 게다가 부추를 제외하고 다른 요소들은 타 가게와 비교했을때 평균 수준 정도에서 그치고 있으니, 이 가게의 인기 요인은 바로 이 부추때문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부추의 힘을 보려면 일단 고기를 구워야겠지요. 냉동이고 고기 두께도 적절해서 굽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된장이 딸려나왔습니다. 있어도 그리 자주 먹지는 않지만 또 없으면 서운한 된장.

 

 

 

고기 기름이 빠져나가는 아랫목으로 김치와 부추도 올려서 굽습니다. 돼지기름에 익으면 맛이 없을 수가 없겠죠? 상당히 설레는 순간입니다.

 

 

 

좀 더 기다린 후, 익은 고기가 나타나자마자 잡아서 밥 위로 납치해왔습니다. 그 위에 돼지기름으로 구운 부추를 올려서 한 번 먹어봅니다.

역시나 부추맛이 달달합니다. 기름기를 먹고 가열되는 과정에서 더욱 단맛이 도드라졌습니다. 분명한 매력이 있습니다. 강렬한 단맛이 매력적인 돼지기름의 강력한 지방맛과 맞부딪혔습니다. 둘 다 강한 맛이기에 서로 지지 않고 밸런스를 유지합니다. 

 

 

 

이 정도 맛이라면 이 집의 인기가 이해가 갑니다. 특히 달달한 맛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더욱 매력적이게 느껴지겠습니다. 다만 호불호가 조금은 갈릴 수가 있겠다 싶습니다. 주 식사에 단맛을 적극적으로 끌여들였기 때문에 금새 물릴 가능성이 꽤 큽니다. 애당초에 삼겹살이라는 부위 자체가 지방이 많아 쉽게 느끼해질 수 있구요. 그래서 그 느끼함을 잡아 줄 부수기재가 필요한 것인데, 이 곳에서는 부추로 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달아서 물리고 느끼해서 물리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겠다 싶은 것입니다. 왜 그렇게 잘 아냐면 내가 그랬음.

 

 

 

그래서 중간부터는 부추대신 김치를 적극활용해서 먹습니다. 김치의 신맛으로 느끼함을 해결해보려는 시도.

 

 

 

충분히 입에 느끼함이 가신 것 같으면 고기 두개를 동시에 올려 먹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구워져서 안그러면 다 타기 때문입니다. 

 

 

 

물린다고는 해도 부추가 자꾸 입맛을 당깁니다. 달아도 또 먹고 싶게하는 마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좀 덜 달게 먹어보려고 상추에 쌈을 싸서 먹어보았습니다. 이러니까 훨씬 더 좋습니다. 부추의 매력이 배가 되는 듯 합니다.

 

 

 

셀프바도 있네요. 김치든 부추든 더 갖다 먹어야겠습니다.

 

 

볶음밥 (2인분, 4,000원)

 

고기를 먹었으니 볶음밥을 먹는 것이 코리안 룰. 볶음밥은 2인분 부터 주문가능합니다. 가격대비 양이 상당히 혜자스러운 편.

지금보니 김이 하트모양인 것 같은데, 아주머니의 마음이 담긴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싹싹 펴가지고 먹으면 됩니다. 생각보다는 매콤합니다. 매운 것을 못 먹는 제 기준으로는 좀 매웠습니다. 엄청까진 아닌데 그래도 볶음밥 평균보다는 훨씬 매운 듯합니다. 그리고 매운 것만큼 답니다. 부추가 다니까 볶음밥도 당연히 달겠지요. 뭘 기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배가 좀 부른 상태에서 달달한 볶음밥을 먹고 있자니 지금 디저트를 먹는건가 싶기도 하고 암튼 그랬습니다. 애당초에 배가 고픈 상태에서 먹었으면 맛있게 먹었을 것 같기도 하고, 분명 매력 없는 볶음밥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렇다고 배부를때 먹기에 좋은 볶음밥도 아니었던 듯 합니다. 아무튼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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