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와, 한양대역 - 이 볶음밥이 좋은 이유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19. 12. 4. 08:48
나의 한양대 맛집들을 찾아다니는 추억여행은 계속 됩니다. 오늘의 식당은 왕십리 알촌 골목에 위치한 와와입니다. 일종의 퓨전경양식을 파는 곳인데 사실상 분식의 범주로 넣어도 무방할 듯 합니다. 볶음밥과 돈까쓰가 주력 메뉴입니다. 저는 항상 이 집의 볶음밥을 좋아했는데 제 친구들은 그렇지 않아서 마음만큼 자주 오지는 못했던 식당입니다. 와와 가자고 친구들을 꼬시던 기억들이 나네요. 왕십리를 떠나기전 한번쯤은 다시 먹고 싶어 들러봤습니다.
한때 왕십리 분식 계의 심볼과 같았던 알촌 바로 반대편에 위치했습니다. 밥집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는 골목의 중간 쯤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꽤 오래된 축에 속하는 식당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냐면 제가 신입생일때부터 이 모습 그대로 허름했거든요.
와와의 놀라운 점 중 하나는 1층 같지만 실제로는 2층이라는 점입니다.
이것이 1층의 풍경. 여느 분식점들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좌측 상단의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오를 수 있습니다.
공간을 억지로 활용한 2층의 모습입니다. 천장이 매우 낮으니 머리를 박지 않게 조심해야합니다. 솔직히 2층은 그닥 쾌적하지 않아서 가능하면 1층에 앉는 것을 선호합니다. 근데 오늘은 2층으로 배정받았습니다.
물은 셀프라는 점이 2층에서는 아주 큰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계단 오르내리기 귀찮아서 그냥 안 마시고 말음.
메뉴판입니다. 저는 항상 볶음밥과 돈까스가 들어 있는 메뉴를 먹습니다. 참고로 그라탕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고 그냥 볶음밥에 치즈가 올라간 것 뿐입니다. 보통 베김(베이컨 김치)이나 베해(베이컨 해물)을 먹는데 이날도 베김그라탕에 돈까스가 함께나오는 다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6,000원 치고는 꽤 풍성한 편이죠? 볶음밥에 감자에 돈까스에 마카로니에 김치에 단무지까지 먹을 수 있는 구성입니다. 학교 앞이라는 사실을 고려해도 꽤 알차다고 할 수 있겠네요.
감자튀김을 곁들인 점이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밑반찬으로 마카로니가 있는 것도 반가운데 거기에 케이준 감자까지 있다니.. 제가 좋아하는 분식 반찬들이 모두 있습니다. 일단 감자부터 모조리 해치우고 시작합니다. 무난무난한 공장제 감자튀김의 맛 너무 좋아
본격적으로 볶음밥 아니 그라탕을 먹습니다. 사실 별거 없어보이는 볶음밥이지만 다른 분식집과 차별화되는 몇몇 장치가 있습니다. 이 집이 오랫동안 이 알촌골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겠지요.
우선 첫인상으로 다가오는 것은 밥알 전체에 풍기는 불맛 비슷한 향입니다. 향이 아주 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초장에 일단 맛의 이목을 확 끌어당깁니다. 또 독특한 점은 밥 사이사이에 떡을 작은 크기로 썰어 넣었다는 점. 처음에는 눈치도 못채고 그냥 구운 마늘인줄 알고 먹다가 쫄깃한 식감에서 놀라게 됩니다. 단순한 볶음밥이지만 이렇게 향으로 한 번 재미를 주고 식감으로 다시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호감이 갑니다. 나름대로 이 집만의 색깔을 넣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고 또 그 포인트들이 주효했습니다. 식사는 저렴해도 메뉴를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보이니 맛은 저렴하지 않네요. 역시 오래가는 집은 이유가 있습니다.
돈까스는 나름의 두께감이 있습니다. 얇디얇은 다른 분식점 돈까스와 비교한다면 실례겠지요. 괜찮게 튀겨내 바삭합니다. 소스는 흔하디 흔한 돈까스 소스에서 탈피하려고 한 모습이 보입니다. 살짝 카레향이 감돕니다. 정확히는 3분카레의 맛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3분카레와 흔한 까스 소스를 섞어낸 느낌이라고 할까요. 미묘하게 마싸만 커리의 느낌도 감지됩니다. 일반 돈까스집 브라운 소스보다는 훨씬 더 좋습니다. 이 역시 고민의 흔적이겠지요.
옆 테이블들에서 들려오는 신입생의 대화들을 들으며 식사를 마저 마쳤습니다. 저도 그들처럼 이곳에 앉아서 친구들과 그런 대화를 하던 때가 있었죠. 물론 그때가 그리 먼 과거는 아니지만, 어쨌든 추억이 되어버린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들에게도 언젠간 이곳, 와와가 추억의 장소가 되겠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은 와와의 볶음밥 뿐이겠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이 볶음밥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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