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오모, 서촌 - 뇨끼와 도미봉지구이

뜬금없이 생선구이가 먹고 싶었습니다. 생선을 통째로 올려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 한국식 생선 구이도 좋지만 이 날은 어쩐지 서양식으로 살을 발라 오븐에 굽는 그런 생선구이가 먹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파스타집에 가서 굳이 생선구이를 찾아 먹었던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딱봐도 분위기 좋음

서촌에 위치한 두오모입니다. 외관에서부터 느껴지지만 데이트하기 좋은 식당입니다. 

 

의자는 직접 빼서 앉아야함 저사람 웨이터 아님

물병도 예쁘고 식탁도 넓고 분위기도 좋습니다.

 

접객도 기본적으로 친절합니다. 다만 문 앞 좌석은 겨울에 좀 추울 수 있다는 점..

 

메뉴판입니다. 보통 깔조네와 파스타를 많이 먹는 모양인데 저희는 개성있게 뇨끼와 도미봉지구이를 주문했습니다. 뇨끼와 생선이 먹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식전빵이 나왔습니다. 제가 앉은 쪽에서는 빵의 속살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접시를 돌려서 사진을 찍을 열정은 없었나 봅니다.

어쨌든 빵은 기본적으로 사워도우로 신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바질을 넣은 듯한 소스도 꽤 산미가 강합니다. 빵에 소스를 찍어 먹으면 아주 신 맛을 맛볼 수 있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강렬한 신맛 덕분에 입맛이 돋아납니다. 안 그래도 고프던 배가 더욱 고파졌습니다.

 

단호박 퓨레와 풍부한 치즈향의 감자 뇨끼 (24,000원)

풍부한 치즈향의 감자 뇨끼가 단호박 퓨레와 함께 나왔습니다. 뇨끼에서 풍부한 치즈향이 퓨레의 단호박 향과 함께 납니다. 요리의 속성을 잘 설명해주는 요리명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좀더 살을 붙이자면, 뇨끼는 일종의 감자 수제비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물론 한국 수제비처럼 쫄깃하지는 않고 혀로 으깰 수 있을 만큼 부드럽습니다. 밀가루를 기반으로 감자와 치즈 등을 섞어서 반죽합니다. 뇨끼 역시 파스타로 분류됩니다. 

 

이날의 뇨끼는 화이트 소스와 함께 나왔습니다. 토마토 소스와 먹기도 한다는데 저는 아직 못 먹어봤음. 아무튼 부드러운 뇨끼가 부드러운 크림소스와 잘 어울립니다. 부드러움에 부드러움을 더한 맛입니다. 거기에 또 부드러운 단호박 퓨레가 곁들여집니다. 단호박의 단맛이 감자 향과 어우러져 맛에 한 층을 더합니다.

 

하지만 결국 부드러운 크림 소스를 중심으로 하는 요리인 만큼 금방 물린다는 단점이 있겠습니다. 부드럽고 부드러워 처음에는 술술 들어가지만 어느순간에 그 부드러운 맛이 느끼함의 변하면서 소스가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옵니다. 어쩌면 크림소스 뇨끼의 태생적 한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밀스러운 도미와 봉골레, 토마토의 온기, 도미 봉지 구이 (32,000원)

비밀스러운 도미와 봉골레, 토마토의 온기가 담겨 있는 도미 봉지 구이가 나왔습니다. 오늘은 생선이 땡기는 날이었으니 생선을 먹어줘야 겠습니다. 

 

롱-샷 기법

종이호일에 도미와 재료들을 넣고 오븐에 구운 것 같습니다. 도미 옆으로 토마토와 입벌린 조개들이 널부러져 있습니다.

 

클로즈-업 기법

생선 밑에 국물들이 자작하게 깔려있습니다. 원래 떠먹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호기심이 돋아 그냥 한 번 떠먹어봤습니다. 

조개 육수를 기반으로 감칠맛이 가득한 국물입니다. 거기에 와인 향이 뒤를 강하게 맴돕니다. 보통은 조리 중에 빠져나가는 향일 듯 한데 아마 종이호일로 감싸 구웠기에 미처 와인 향이 다 빠져나가지 못한 듯합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불쾌한 맛이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매력적인 향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이건 셰프의 킥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이날은 제가 와인을 시키지 않은 날이었고, 요리를 먹으면 먹을 수록 와인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나마 와인을 맛보니 너무나 기뻤던 것입니다.

 

리버스-아웃포커싱..기법..ㅠㅠ

처음에는 칼로 잘라 먹으려했는데 알고 보니 그럴 필요가 없어서 머쓱했습니다. 포크로 콕콕 찍어서 떼어내 먹을 수 있을 만큼 살이 부드럽게 조리되었습니다. 생선 위에 올라간 빵가루 튀김가루 같은 것들은 바삭해서 자칫 부드러울 수만 있는 요리에 생기가 되어줍니다.

 

생선의 흰살이 씹힐 수록 뿜어져 나오는 감칠맛이 조개에서 뽑혀나온 육수의 감칠맛과 더해집니다. 거기에 토마토의 새콤한 맛이 거들고 와인향이 마지막으로 미묘하게나마 맛을 다시 다잡습니다. 한국식의 짭짜름한 생선 구이도 좋지만 가끔씩은 이런 식의 생선구이도 반갑네요. 우주 최고의 생선요리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그래도 최근 먹은 생선 중에서는 가장 재밌게 먹은 듯 합니다. 와인을 한 잔 함께 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와인 없이 먹기에는 뇨끼도 그렇고 생선도 그렇고 마지막에 가서는 다소 물리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그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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