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즈라멘, 서울역 - 생 트러플이 올라간 라멘

며칠 전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라멘 사진 한 장을 보았습니다. 사진 속의 라멘 위에는 생 트러플이 올라가 있었고, 그걸 본 저는 며칠 뒤 그 라멘 매장을 방문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라멘과 트러플의 궁합이

 

듣기로는 유자 농축액을 넣은 라멘을 만들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예전부터 기회되면 가봐야지라고 생각만 하고 가보지 않았었는데, 트러플 라멘 사진을 보고는 억지로 기회를 만들어 오게된 것입니다. 

 

유즈(유자)가 들어간 라멘들이 메뉴에 잔뜩 있습니다. 사실 유자라멘 맛도 너무 궁금한데 오늘은 트러플 라멘 맛을 보러왔으니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합니다. 

매장 인테리어는 상당히 힙합니다.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가게 내부 사진 한 두장쯤은 찍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지금 찾아보니 없습니다. 과거의 나를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은 듯 합니다. 

 

벽에 이렇게 트러플 라멘 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일 20그릇 한정 판매 중이라고 합니다. 

 

테이블은 없고 ㄷ자 형 다찌 형식의 매장입니다. 최대 15명정도 앉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토요일 점심 12시 30분쯤 갔을 때 이미 좌석의 2/3가 차있었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웨이팅 줄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자리마다 유자 착즙액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저는 오늘 트러플 라멘을 먹을 것이기 때문에 눈길을 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트러플과 유자액은 어울리지 않기에 넣지 말라고 직원이 이야기해주기 때문입니다.

 

지금보니 가게 내부 사진도 한 장 쯤 찍었던 모양입니다.

 

백합 트러플 라멘 (16,000원)

만육천원짜리 백합 트러플 라멘이 나왔습니다. 먹어본 라멘 중에는 가장 비싼 라멘이 아닐까 싶습니다. 트러플이 얇게 슬라이스 돼서 토핑으로 올라갔습니다. 색은 까맣지 않고 연한데 이게 아직 덜 익은 것인지 아니면 원래 까맣게 익는 트러플 종이 아닌 건지, 저는 트러플 알못이기에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뭐 어쨌거나 저쨌거나 트러플의 향이 확 치고 올라옵니다. 며칠전 오스테리아 오르조에서도 생트러플이 올라간 파스타를 먹은바 있습니다. 그때와 가장 다른 부분이 바로 처음 요리가 나왔을 때 트러플 향의 강도입니다. 트러플 라멘의 트러플 향은 아주 강렬하게 코를 때린다면 오스테리아 오르조에서의 트러플파스타는 은은하게 올라왔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로 옮겨놓기 쉽지 않지만 트러플 특유의 향이 강렬하게 다가오니 우선은 기분이 좋습니다. 뭐가 어찌됐든 비싼 냄새가 나니까요. 그러나 계속 트러플 향을 맡다보니 조금 머리가 아프기도 합니다. 게다가 조개의 비린 향과 합쳐져서인지 면 삶는 비린내인지 유쾌하지 않은 냄새가 은근하게 코를 때립니다. 물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니 향이 지나가긴 했습니다. 어쩌면 음식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라멘 맛을 보기 시작합니다. 국물에 트러플 향이 잘 묻어 있습니다. 육수는 어패류와 닭을 블렌딩한 것 같은데 트러플 향이 가미되니 풍미가 굉장히 고급스럽습니다. 아주 잘 어울리는 조합입니다.

면도 좋습니다. 얇고 적당한 식감으로 삶아져 라멘에 잘 어울립니다. 꼬독꼬독 씹히는 재미가 좋았습니다. 다른 고명들도 조금 있었으나 워낙 트러플의 존재감이 강한지라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반쯤 국물이 남았을때 생크림을 육수에 부어 먹기를 권하십니다.

 

그래서 반쯤 먹은 마음에

 

생크림을 부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생크림을 부은 후의 트러플 라멘이 더 좋았습니다. 기존의 트러플 향을 잔뜩 머금은 육수도 좋았지만 거기에 부드러움이 가미되자 트러플 향 자체가 더욱 더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어쩌면 앞서서는 트러플의 향이 지나치게 강렬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재료들도 충분히 매력이 있는데 트러플의 존재감이 너무 강해서 그들이 나설 자리를 모두 막아버린 느낌. 하지만 생크림으로 트러플의 느낌을 조금 누르고 나자 다른 맛들이 좀 더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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