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화방, 이수 - 마라와 마라샹궈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19. 11. 27. 08:54
몇 해 전 부터 마라탕이 인기였죠. 이런 현상은 국내에 점점 늘고 있는 중국계 유학생, 이민자 수와 아마 무관하지 않을 듯 합니다. 사회가 변하고 음식 문화가 그를 반영하는 모습.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어느나라 어느문화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런 현상들을 지켜보는 것은 꽤 재밌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음식 맛보기를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반가운 일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마라샹궈를 먹으러 이수에 위치한 라화방에 들렀습니다. 사실은 저번에도 들렀어서 마라샹궈 두 번 먹은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이수역 술집 골목 어딘가에 위치한 라화방입니다. 간판이 대문짝해서 찾기 쉽습니다. 가다가 대형 한자 간판을 보면 그곳이 라화방인 것입니다.
매장은 2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메뉴는 꿔바로우를 빼고는 모조리 마라 시리즈 입니다. 매콤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오늘 제가 먹을 메뉴는 마라샹궈입니다. 마라샹궈는 마라탕에서 국물을 빼고 중국식으로 드라이하게 볶은 음식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하겠습니다. 대강 마라 볶음면 정도로하면 나쁘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식은 잘 모르지만 생김새는 일단 그럴 것 같다는 것입니다.
고량주도 있고 한데 일단 오늘은 취하러 온것이 아니기에..
마라탕 집의 재미는 바로 셀프바에 있습니다. 바께쓰를 하나 들고 먹고 싶은 재료들을 직접 담는 재미. 한국에는 이런 식의 니가-알아서-골라-먹어 시스템(서브웨이식 재료 직접 고르기)이 정착하기 힘들다고 생각해왔는데, 또 이런 마라탕집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구나 싶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내가 먹고 싶은 재료를 직접 고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장단점이 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점이라면 내 입맛대로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점, 단점이라면 뭘 넣어야 맛있을지 스스로 선택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겠습니다. 특히 처음 먹어보는 낯선 음식이라면 단점이 더더욱 두드러지겠지요. 한국의 마라탕집이 이런 시스템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주 고객층이 한국인보다는 중국인으로 설정되어 있는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소한 이 곳은 몰라도 제가 자주 가는 왕십리의 한 마라탕 집은 그렇습니다.
어쨌든 저는 취향껏 잘 골라보았습니다. 당면도 넣고 옥수수면도 넣고 목이버섯도 넣고 청경채도 넣고 이것저것 많이 넣었습니다. 항상 주의해야하는 점은 바께쓰에 담기 전에 물기를 탈탈 털어줘야한다는 점. 두 번 강조해도 모자르지 않습니다. 은근히 채소가 머금은 물이 무게를 차지하는 기분이거든요.
담은 재료들을 카운터에 제출하면 저울로 무게를 달아보고 가격을 책정해줍니다. 사진은 못 찍었지만 아주 떨리는 순간이 되겠습니다.
밥은 공짜입니다. 생각보다 무게가 많이 나와 예상보다 가격을 더 지불했다면 공짜밥을 잔뜩 먹어 그 간격을 메우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물론 제가 그랬다는 거는 아니구요. 호호
자리에 와서 젓가락을 꺼내두고 차분하게 기다립니다. 때가되면 진동벨이 울려 우리를 인도할지니..
아무튼 젓가락이 아주 두껍고 길쭉합니다. 중식 젓가락이라 그런거겠죠?
시간이 잘 안가면 중국 느낌 물씬나는 액자도 구경해주고 그러면서 있으면 되겠습니다.
곧 음식이 나왔습니다. 재료를 500그램 좀 넘게 담고 양고기(3,000원)를 추가한 마라샹궈입니다. 그리 양이 많진 않죠? 가성비 좋게 먹을때는 마라탕을 먹는게 좀더 현명하겠습니다. 이 날은 맵기를 1단계로 부탁드렸습니다. 왜냐면 제가 맵찔이기 때문입니다. 매운거먹고 땀 터뜨리고 싶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라샹궈에서 맵다거나 마라 특유의 얼얼한 맛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짜로 순한 맛이었던 것입니다. 순한 맛으로 시켜서 순한 맛이 나왔는데 괜히 아쉬운 이 느낌. 주방에서 들었다면 어쩌라는 거야 라고 대답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며 다음에 오면 2단계를 시켜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렇다고 매운 맛이 아예없는 것은 아닙니다. 유아용 매운 맛 정도가 들어가 있습니다. 양념의 짭잘한 맛에 여러 채소들의 감칠맛 그리고 기름으로 볶아낸 맛이 더해져 맛 자체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 그저 마라에서 기대할 만한 그런 찌릿쩌릿한 맛이 없었다는 것. 음.. 역시 다음에는 절대 1단계를 시키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럴거면 다른 안 매운 음식 먹으러갔어야겠죠? 조금 있으면 2단계 먹은 이야기가 나오니, 마라샹궈이야기는 투비 컨티뉴..
이 날은 꿔바로우도 하나 시켰습니다. 마라샹궈보다는 한참 뒤에 등장했습니다. 갓 튀겨 맛있습니다. 튀김 옷도 상당히 바삭쫄깃하구요. 소스도 새콤달콤 그야말로 꿔바로우 맛입니다. 아주 대단하지는 않아도 무난한 맛입니다.
하지만 꿔바로우의 단점은 금방 물린다는 것. 그래서 맥주 한 병을 시켰습니다. 근데 맥주를 마시며 꿔바로우를 먹으니 배가 더 불러져서 다 먹기 좀 힘들었다는 것은 비밀입니다.
저번 방문에서는 1단계로 마라샹궈를 먹었습니다. 그래서 마라를 먹었지만 마라 먹은 느낌이 나지 않았다는 것. 뭔가 아쉬워 어쩌지어쩌지하다가 '아 그럼 다시 방문하면 되겠다'라는 생각으로 다시 방문한 것입니다. 오늘은 마라샹궈 2단계를 먹을 것입니다.
뭐 이런 장식도 있었네요.
오늘은 무려 고수도 추가했습니다. 저번에 향신료가 너무 약해서 중국음식 먹는 느낌이 안났기 때문입니다. 한번에 3단계로 가볼까 했지만, 아무래도 저번에는 1단계를 먹었으니 한칸한칸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2단계를 선택했습니다.
아마 배가 많이 고팠는지 사진을 굉장히 대충 찍은 모습입니다. 이 날은 양고기를 두 번 추가했습니다. 좀더 중국 느낌 내보려고 건두부도 좀 넣어줬구요. 일단 고수에서부터 올라오는 향이 굉장히 좋습니다.
한번 슥슥 헤쳐모여 해준 후, 시식합니다. 저번 1단계에 비해 확실히 매운 맛이 강해졌습니다. 그렇다고 못 먹을 정도로 맵지는 않습니다. 적당하게 매운 정도입니다. 제가 딱 먹을 수 있을 정도. 그리고 무엇보다 저번에는 거의 나지 않았던 화자오의 향이 올라옵니다. 다시말해 얼얼한 마라 특유의 맛이 드디어 나기 시작했다는 것. 혀가 살살 마비되는 느낌이 오는데요. 이제야 마라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나네요. 마라는 못먹어도 2단계입니다.
고수 향도 정말 큰 역할을 합니다. 맵고 얼얼한 맛과 더불어 요리 자체의 인상을 불어 넣습니다. 지난번 1단계에서는 보지 못했던 이 세 가지의 맛과 향이 알고보니 마라샹궈의 핵심이었던 것입니다. 그럼 전 저번에 대체 뭘 먹은 걸까요.. 유사 마라샹궈..?
땅콩 소스도 있는데 아주 맘에 듭니다. 땅콩조아.
밥도 가져와서 같이 먹습니다. 왜냐면 식당에 붙어있던 마라샹궈 설명문에 밥이랑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고 적혀있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니 밥 없이 먹으면 당연히 배가 안 찰 것 같긴 합니다. 저번엔 꿔바로우가 있어서 배가 불렀던 것.
향신료 맛에 취해 정신 없이 먹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역시 많이 유해진 정도의 마라맛일거라구요. 아직 중국에 가보질 못해 쉽게 이야기할 순 없겠지만 본토의 마라는 더욱 강할 것 같습니다. 저번에 먹은 1단계 마라샹궈를 보고 유사 마라샹궈라고 했는데, 사실 본토 입장에서 보면 이것도 유사 마라샹궈는 아닐까요? 언젠가는 꼭 중국에서 가서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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