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우동짜장, 보라매역 - 3,500원의 행복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19. 11. 23. 15:24
술 먹고 집에 가기 전 급격하게 몰려오는 허기를 달래기에 즉석 우동 만큼 적절한 음식이 또 있을까요. 부담 없는 가격, 먹기 편한 면, 뜨끈하고 깔끔한 국물까지. 새벽까지 달린 후 간단하게 먹는 끼니로 이만한 게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친구들과 술을 먹고 신대방삼거리에 있는 다른 우동집에서 해장을 하고 집까지 걸어가곤 했는데, 알고보니 집 앞에 거기보다 더 맛있는 우동집이 있었다는 이야기. 근데 심지어 이 집 우동은 술 안 먹고 먹어도 맛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보라매역에서 한 블럭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저는 몰랐는데 꽤 블로그 리뷰도 많은 집입니다. 대강 보기에는 흔해빠진 즉석 우동집이지만요.
즉석 우동집이 원래 그렇듯 육수 끓이느라 약간은 습한 기운이 있습니다. 아무데가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세시쯤, 아주아주 애매한 시간에 방문했음에도 손님이 꽤 있습니다.
우동 한 그릇을 주문했습니다. 여기 짜장은 맛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다른 즉석 우동집 짜장들은 쏘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빵 우동을 주문한 것입니다. 주문하면 바로 제면기에서 면을 뽑으십니다.
이렇게 길쭉한 일렬 테이블이 양쪽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원래 앉아있던 손님들이 나가길래 사진 한장을 잽싸게 찍었습니다.
오래지 않아 우동이 등장했습니다. 비주얼상으로는 특별할 것 없습니다.
김가루에 파정도가 들어갔고 고춧가루가 약간 뿌려져 나옵니다. 일단 국물을 맛보는데 아주 경쾌합니다. 가볍게 들어가지만 그렇다고 육수자체가 가벼운 것은 아닙니다. 적절한 간에 감칠맛이 더해져 입맛을 계속 당깁니다.
갓 뽑은 면은 쫄깃하고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갓 뽑았다해서 항상 맛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면은 그런거 다 제쳐 놓고도 씹히는 맛도 있고 아주 제 맘에 쏙 듭니다. 맑고 깔끔하고 가벼운 국물에 어울리는 경쾌한 면입니다.
기본찬으로 나오는 깍뚜기와 단무지입니다. 국물 맛이 진하다거나 느끼하다거나 이런 것은 아니기에 딱히 먹을 필요를 못 느꼈습니다. 짜장을 시켰다면 좀 먹었을듯.
사진 찍을 만큼 찍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식사합니다. 정말 베이직한 조합이지만 제가 먹어본 어느 즉석 우동도 이 정도로 깔끔하지는 않았습니다. 겨우 삼천오백원 짜리 우동하나 먹으면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니요. 그리고 그 행복을 바로 집 주변에서 느낄 수 있다니요. 술 먹고 이곳에서 해장할 생각을 하니 설레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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