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보리밥, 방배 - 부담 없는 보리밥 정식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19. 11. 20. 08:56
가끔은 자극이 덜한 음식을 먹고 싶습니다. 맵고 짜고 한 것도 좋지만은 이따금씩은 풀을 뜯으면서 디톡스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다고 오늘 풀을 뜯고 온 것은 아닙니다. 따지고 보니 오늘도 맵고 짜게 먹은 것 같긴하네요. 그럼에도 최소한 건강하게 먹는 느낌이라도 내보고 왔습니다. 오늘은 내방역에 위치한 명동보리밥에서 저녁을 먹은 이야기입니다.
내방역 1번 출구에 바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상호명이 조금 헷갈리는데, 일단 외간판에는 명동보리밥과 코다리전문점이라고 적혀있습니다.
2층에 위치한 식당을 올라가는 계단에 세워져 있는 입간판에는 명동보리밥과 보쌈이라고.. 어느쪽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정체성은 명동보리밥에 있는 것이 확실한 듯 합니다. 그나저나 명동과 보리밥의 관계도 조금 궁금해집니다.
메뉴판은 이것저것이 있는데 오늘의 방문 목적은 보리밥 정식. 다른 메뉴들에 비해 확연히 저렴합니다. 보리밥 정식에 보쌈이나 땡길까 싶었는데, 이곳으로 인도한 친구 왈 보쌈은 별로라길래 그냥 제육볶음만 하나 추가로 시켰습니다.
가게 내부 깔끔합니다. 다만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하는 형식입니다. 원래는 철푸덕 좌식이었으나 그냥 의자식으로 바꾼 듯합니다. 이런 변화를 보이는 집이 최근에는 종종 보입니다. 아무래도 철푸덕 좌석을 불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새로운 선호가 문화를 바꿔가는 모습입니다. 더 크게보면 사회가 점점 바뀐다고도 할 수 있는데, 흥미롭습니다.
그러나저러나 제가 철푸덕 좌석을 싫어하는 이유는 신발 벗기 귀찮아서인데, 여기는 어쨌든 신발은 벗어야하니 저에게는 문화고 사회고 알것 없고 그냥 비슷합니다.
보리밥 정식이 나옵니다. 큰 그릇에 보리로 지은 밥이 한 가득 나옵니다. 쌀과 반반 섞을 수도 있는 것 같은데 저는 그냥 올 보리로 선택했습니다. 그럴거면 굳이 보리밥집까지 올 이유가 없다는 마인드.
당연히 보리밥만 나오는 것은 아니고 이것저것 비벼먹을 나물들과 청국장, 콩비지가 주르륵 나옵니다. 저희는 3명이었기에 보리밥 정식 3인분 분량의 나물과 국물의 양이라고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양 자체는 크게 아쉬울 것 없긴 한데, 어째 끓지도 않는 뚝배기에 담겨나온 청국장과 비지를 세 명이 침 묻은 숟가락으로 공유해야한다는 사실이 조금 아쉽게 느껴집니다. 침 섞어가며 먹는게 한국의 정이라면 할 말 없지만은.. 그래도 끓지도 않는 뚝배기에 숟가락을 숭텅숭텅 집어 넣어가며 먹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거슬렸습니다. 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좌식이 식탁으로 바뀐 것처럼 국을 공유하는 문화 역시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다고 더러워서 못먹겠다 이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일행 중 B형 간염을 앓고 있는 사람은 없었기에 다들 거리낌없이 푹푹 퍼먹었습니다.
숭늉도 나옵니다. 후식으로 먹기 좋은 숭늉인 만큼 조금은 따뜻하게 먹고 싶은데, 식사와 함께 서빙됩니다. 다 먹고 나면 미지근하게 식어있어서 후루룩 들이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식사 용 음료로는 숭늉 대신 나름 쌀로 만든 막걸리를 선택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먹기 위해 나물을 보리밥에 하나 둘 씩 담아주고,
고추장 한 스푼을 추가한 후 뒤에 있는 들기름을 둘둘 둘러서 가차없이 섞어줍니다.
너무 가차 없이 섞은 나머지 카메라 초점도 함께 넣고 섞어버렸습니다.
잘 섞은 보리밥은 꽤 맛이 좋습니다. 나물들도 상태가 괜찮고 보리밥도 상태가 괜찮습니다. 청국장을 조금씩 떠서 밥에 넣고 비벼 먹는 맛이 좋습니다. 콩비지도 담백하게 잘 삶아져 함께 먹기에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간이 약하게 설정되어 부담없이 들어가네요.
뭐 그리 특별하다고 까지는 할 수 없는 맛이지만 간만에 먹는 보리밥 한 끼로서는 아쉬움이 없습니다.
보리밥만 먹으면 너무 건강할 것 같아서 제육볶음도 하나 시켰습니다. 불맛나게 잘 볶았습니다. 고기는 얇고 야채 비율이 높은데, 채수의 시원한 단맛과 양념의 짠맛의 조화가 상당히 괜찮습니다. 보통 제육볶음하면 고기가 메인이고 채소들은 병풍으로 전락하기 마련인데, 이 제육에서는 야채도 고기와 동등한 수준으로 돋보입니다.
반주로 막걸리 한 잔을 하는데, 음식 간이 전체적으로 심심해서 그런지 막걸리가 너무 달게 느껴집니다. 식사를 잡아 먹는 느낌이라서 그냥 중간부터는 술대신 물을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숭늉을 한 잔 때리고 일어섰습니다. 아쉬움 없게 잘 먹었다는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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