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버거, 한양대역 - 맥도날드 옆에서 10년을 버틴 버거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19. 11. 21. 08:44
맥도날드 10미터 거리에서 벌써 십년 넘게 성업 중인 햄버거 집이 있습니다. 그냥 성업인 것도 아니라 2호점을 낼 만큼 장사가 잘 된다면 그 집의 햄버거 맛은 먹어보지 않아도 믿을 만한 것이겠지요? 바로 한양대 정문 맞은 편 맥도날드 옆에 위치한 밸런스 버거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신입생일 때 부터 꾸준히 학생들이 드나들던 가게입니다. 물론 대학 상권인지라 원체 수요가 많지만, 그럼에도 맥도날드 바로 옆에서 벌써 십년째 햄버거를 팔고 있다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들도 참 좋아하는 집입니다. 맥도날드보다 이곳의 햄버거가 훨씬 더 맛있다고 하는 친구들도 꽤 많았습니다. 저야 물론 맥도날드 파였지만은.. 그럼에도 친구들의 피어 프레셔에 못이겨 종종 들르곤 했습니다. 빅맥이 더 좋긴 하지만 그래도 들를 때마다 괜찮은 인상이었습니다.
일단 가격이 맥도날드에 대항 가능할만큼 저렴합니다. 천원이 아쉬운 대학생들 입장에서는 이 또한 메리트. 그나저나 안 팔던 스테이크도 파시고 이런저런 새로운 버거도 생기고, 메뉴에 계속 변화가 있었던 모양이네요.
햄버거 구성은 대강 이렇습니다. 저는 슈퍼사이즈를 자주 먹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메뉴 이름까지는 기억 안나는데 어쨌든 패티가 두장인 것을 먹었던 것 같은 기억.
매장 내부는 새로 리뉴얼 한지 얼마 안된 듯 합니다. 아주 깔끔한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조금 푸근한 분위기가 있었는데요. 리모델링을 하면서 오히려 조금 패스트 푸드점 같은 느낌으로 변모한 것 같습니다. 가게 앞에 있던 테라스 좌석들도 사라졌구요.
밸런스버거는 수제버거를 표방하는 가게입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비싼 수제버거와는 조금 결이 다르지만요.
저는 가장 베이직한 클래식 버거를 시켰습니다. 달달한 소스가 땡기지 않아 이 메뉴 저 메뉴 제끼다보니 남는 것이 이 거였습니다. 감자는 흔히 볼 수 있는 울퉁불퉁 감자. 양은 넉넉합니다. 콜라는 어딨냐구요?
콜라는 무려 무한 리필. 모르긴 몰라도 양은 넉넉하게 주겠다는 가게의 컨셉이 확연히 드러나는 듯합니다. 사실 음료 무한리필이라고 해도 보통 1.5컵 정도 먹으면 더 먹기 힘든 것이 인지상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음료 디스펜서를 보면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느낌.
오천원 남짓한 가격치고 넉넉한 양입니다.
버거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계란이 들어갔다는 것이 이 클래식 버거의 유일한 특이점. 나머지는 전형적인 햄버거 재료들입니다.
잘 눌러서 베어 물었습니다. 조화가 좋습니다. 이미 검증받은 햄버거 조합(빵-패티-치즈-양파-토마토-양상추)에 계란만을 얹은 것이니 조합이 나쁠 수가 없습니다. 양상추, 토마토, 양파의 산뜻한 채소 맛과 계란, 패티, 치즈의 단백질 맛이 남북으로 갈라져 있다 입에서 합쳐지는데, 어느 한 쪽 맛이 지나치게 툭 튀어 나오지 않고 순둥순둥하게 목구멍으로 잘 넘어갑니다. 아주 안정적인 맛의 구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케첩 베이스인듯한 소스맛도 크게 강하지 않아서 오히려 햄버거 치고는 다소 심심한 편이라고 느껴집니다. 이는 이 버거의 문제라기 보다는 최근 나오는 햄버거들이 지나치게 소스맛에 의존하거나 고기맛에 의존하는 탓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런 버거의 매력도 좋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클래식한 버거가 되려 유니크하게 느껴지니 조금은 아이러니 합니다.
4,900원으로 끌어낼 수 있는 맛을 잘 끌어낸 버거였습니다. 물론 잘 나가는 수제버거집의 만원 넘는 버거들처럼 아주 대단한 맛은 아닐지언정 그래도 기본에 충실한 좋은 버거였습니다. 맥도날드 옆에서 10년을 버틴 밸런스 버거의 무기는 클래식함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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