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캘리, 연남동 - 간만에 먹는 포케 한 그릇

'포케'란 음식은 아직 한국에서 낯선 것 같습니다. 포케는 큐브 모양으로 썰어낸 생선 회를 갖가지 채소들과 함께 밥에 넣어 비벼 먹는 음식입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밥은 선택사항이고 날생선과 샐러드를 잘 섞어 놓은 것을 포케라고 합니다. 미국에선 포케 볼(poke bowl)이라고도 많이 부릅니다. 아주 간단히 이야기하면 서양식 회덮밥 정도가 되겠습니다. 대신 초장은 넣지 않은 그런 회덮밥입니다. 

미국에 있을 때 자주 먹었던 음식입니다. 애당초에 포케 파는 매장이 많은데다 먹기 간편하기도 하고, 풀떼기와 생선회들이 많이 들어가 왠지 건강할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다른 미국 음식들에 비해 헤비하지도 않다보니 종종 점심 메뉴로 간택되곤 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포케 파는 곳이 별로 없어 한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새는 종종 포케 생각이 나서, 연남동에 들린 김에 포케를 찾아 먹었습니다. 

 

2층에 위치

넓디 넓은 연남동에서 돌고 돌아 찾은 포케집입니다. 지도어플과 함께라면 못 갈 곳이 없습니다.

 

비가 와서 축축하게 젖은 야외 메뉴판입니다.

 

그럴땐 실내 메뉴판을 봐주면 됩니다. 포케는 참치, 연어, 문어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보통 포케 한그릇에 여러가지 생선을 섞어서 줍니다. 서브웨이 같은 주문형식으로 야채 고르듯 생선을 고르는 것입니다. 이 곳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선택의 괴로움을 덜어주는 시스템입니다. 결정장애들에게는 반가운 시스템이지만 저는 이것저것 섞어 먹고 싶은데.. 하지만 주는 대로 먹는 것이 옳게된 손님의 도리.

 

미국 레뒤오를 틀어놔서 미국 느낌남

가게는 2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깔끔하고 LA 스타일 분위기로 꾸려져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서 가게명이 슬로우 캘리 였던 것입니다. 이제서야 캘리가 캘리포니아의 그 캘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미소국과 물은 셀프입니다. 뒷 편으로 소스도 있습니다. 페퍼론치노랑 스리라차랑 마요네즈랑 이런 것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소국은 미소맛이 납니다. 

 

주문은 직접 가서 하면 되는 시스템. 요즘 들어서는 이상하게 이런 시스템이 더 편하게 느껴집니다. 종업원 불러서 주문하고 이런게 괜히 더 불편한 느낌. 

 

클래식 참치 포케 (L, 아보카도, 해초무침 추가, 13,700원)

그닥 저렴하지는 않은 가격입니다. 한국에서 흔치 않은 음식을 먹으려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죠.

밑에는 녹차밥을 깔았고 아보카도와 해초무침을 추가했습니다. 기왕 먹는거 호사스럽게 먹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양파튀김, 김, 콩, 날치알 등등등 이것저것 많이 들어갑니다.

 

해초무침은 제가 생각하던 것과는 조금 다르게 생겼습니다. 쌩초록의 해초무침을 생각했는데 고사리 색의 해초무침이 나온 것입니다. 이것은 조금 독특했던 점. 그 외에는 제가 상상하던 모습 그대로 나왔습니다. 보기 예쁘게 담아서 나온 것입니다.

 

고추 장아찌 같은 것이 옆에 나옵니다. 어차피 저는 안 먹으니 패스.

 

이건 동행자가 시킨 연어 포케입니다. M사이즈를 주문했고 해초무침을 추가했습니다. 순무가 들어간 것이 가장 큰 차이점. 물론 참치대신 연어가 들어간 것도 차이점입니다. 호호

 

다시 제 포케로 넘어와서 밥을 슥슥 비빕니다. 녹차밥이라서 그런지 기분 좋은 녹차향이 슥 올라옵니다. 녹차 좋아하는 저로서 이건 정말 맘에 드네요.

 

열심히 비비는데 역시 샐러드가 많아서 잘 안비벼 집니다. 그럴때일 수록 좀더 힘내서 더 열심히 비벼야합니다. 

 

잘 비벼서 한 술 떴습니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한 그릇의 포케입니다. 재료도 충분히 다채롭고 생선도 맛있습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을 꼽자면, 전체적으로 새큼한 맛이 모잘랐다는 것입니다. 물론 밥에 간은 잘 되어 있습니다. 적당히 짜고 그 뒤를 단맛이 약하게 받쳐주며 밸런스를 갖춥니다. 이 정도로만으로 충분하다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조금 더 신맛의 터치가 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생선 자체에 배어있는 양념이 새큼한 맛을 갖고 있지만 한 그릇 전체의 인상을 바꾸기에는 조금 힘이 약합니다. 해초무침 양념이 좀 더 산미를 갖고 있었다면 더 좋았을 듯 합니다. 단맛과 짠맛으로만으로도 충분히 먹을 만한 포케를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한 그릇을 마지막까지 더 힘있게 끌고나가기 위해서는 입맛을 계속 잡아 당길 수 있는 신맛이 필요합니다. 포케란 결국 생선과 샐러드, 산뜻한 두 재료를 축으로 하는 음식입니다. 산뜻함을 더욱 입안에서 살려줄 수 있는 맛은 단맛도, 짠맛도 아닌 신맛인 것입니다. 포케의 매력을 어떻게 더 강조하느냐 측면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따로 밥을 덜어 스리라차를 뿌려 먹어봤습니다. 신맛과 매운맛이 더해지면서 확실히 구미를 당기는 포케가 된 듯 합니다. 매운 맛이야 굳이 들어갈 필요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신 맛이 들어간 포케가 좀 더 완성도 있지않나 싶었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요. 신맛이 들어간다면 분명 지금의 포케에서 잃는 부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신맛은 강렬하기에 밥에서 오는 은은한 녹차향을 가린다거나 하는 단점 등이 있겠지요. 결국은 개인의 취향 차이이지 않겠나 싶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결국 한 그릇을 다 비웠습니다. 간만에 포케 한 그릇 먹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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