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물포차꼴통, 장승배기 - 가성비 숙성회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19. 11. 25. 08:51
추워 죽겠던 어느 날 밤, 소주 한 잔 마시러 해물포차 꼴통을 찾았습니다. 활어회 대신 숙성회를 판매하기로 유명한 집입니다.
숙성회하면 혹자는 이런 물음을 가지기도 합니다. "엥? 회는 원래 싱싱할 때 먹어야 제 맛 아닌가? 생선을 숙성 시키면 그거 상한 거 아닌가?" 한국에서는 활어회 문화가 워낙 압도적으로 발전했기에 이런 물음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허나 활어회는 활어회만의 매력이 있고 숙성회는 숙성회만의 매력이 있다는 점. 숙성회는 활어회 만큼 쫄깃한 식감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대신 좀더 부드러운 식감과 폭발적인 감칠맛을 갖고 있습니다. 일식집에서 시켜먹는 모듬 사시미나 초밥에 올라가는 생선 회 같은 것이 숙성회입니다. 그래서 일식집의 회와 노량진에서 바로 썰어먹는 회는 비슷한 듯 뭔가 다르죠. 누구처럼 어느 쪽이 더 우월하니 열등하니 할 필요는 없겠으나, 구분할 줄 알아서 나쁠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도 관심없겠지만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숙성회에서 감칠맛이 더 나는 이유는 바로 글루탐산이라고 하는 생선 살에 들어있는 성분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글루탐산은 감칠맛을 담당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갓 잡은 생선살에 들어있는 글루탐산은, 그 양은 많으나, 분자의 크기가 너무 커 인간의 혀가 감지해낼 수 없습니다. 그런 생선살을 일정 기간 숙성시키면 글루탐산 분자들이 자연스럽게 더 작은 크기로 분해되고, 그제서야 혀의 미각세포들이 글루탐산의 감칠맛을 감지해낼 수 있게 됩니다. 같은 원리로 치즈, 간장, 된장 같은 발효식품이 감칠맛을 더욱 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상 토막상식이었습니다. 숙성회 먹으면서 아는 척하기에 적절하겠습니다.
아무튼 해물포차 꼴통은 노량진에 하나 신대방삼거리에 하나 위치하고 있습니다. 제 활동반경 내에 위치하고 있으니 위치점수 별 다섯개. 제가 오늘 방문한 곳은 노량진에 있는 곳입니다. 원래 노량진에 두 개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하나는 사라진 모양입니다. 지도 검색해도 안나옴
최대한 손님 없는 테이블로만 해서 한 장 찍었습니다. 가게 내부 인테리어는 대강 이런 느낌. 손님들 성격에 따라 조용하기도 했다 시끄럽기도 했다 그런 곳입니다. 하지만 술집에 횟집이라는 것을 고려해봤을 때 평균적으로는 굉장히 시끄러울 듯. 이날은 매우매우 시끄러운 날이었습니다. 아직도 옆 테이블에서 신나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아저씨 얼굴이 기억남.
기본찬으로 미역국이 나옵니다. 맛은 뭐 쏘쏘합니다. 초장과 간장은 직접 짜 먹으면 되는데 뚜껑딸때 조심안하면 손에 다 묻습니다. 세밀한 관찰력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메뉴는 중구난방입니다. 회도 팔고 탕도 팔고 안주도 팔고 다 파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친구는 몇번을 오면서도 회 먹어볼 생각도 못했다고 합니다.
저희는 둘이니까 가볍게 숙성회 소 자 하나 주문했습니다.
소주도 한 병 주문.
겨우 만이천원인데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우측 새싹 밑에도 회들이 죽 깔려 있습니다. 이 정도 노량진 수산시장 가서 먹으려면 2~3만원은 내야하지 않을까요. 대 자를 시키면 흰살 생선 말고 다른 것도 좀 주는 것 같긴 한데 오늘은 둘이여서 어쩔 수 없습니다.
생선은 고소하고 감칠맛이 좋습니다. 너무 질기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듭니다. 원래 회 먹으면 한 점에 소주 한 잔이 국룰인데 회 양이 좀 되니까 오늘은 1.5점에 한 잔 정도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숙성회의 장점은 굳이 초장을 듬뿍 찍어 먹지 않아도 된다는 점. 자체의 감칠맛이 있으니 굳이 초장이나 간장의 힘을 빌릴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그것도 한 두점이 이야기지 그 후로부터는 금방 물리기 때문에 초장을 찾게 되긴 합니다. 친구는 쌈장에 와사비를 타던데 그 또한 별미. 저는 레몬즙 좀 뿌려서 양키스타일로 먹는 것이 좋습니다.
오천원짜리 해물라면에는 게 반 마리와 조개 몇 개가 들어 있습니다. 근데 사진에는 왜 게 껍다구 밖에 없냐구요? 나오자마자 사진 찍는 것을 깜빡해서 그렇습니다. 뒤늦게나마 사진을 찍었을때 이미 게는 죽어서 껍데기만을 남긴 상태. 아무튼 이와 별개로 라면 꽤 괜찮았습니다. 그냥 라면에 게 잠깐 담갔다 뺀 맛일 줄 알았는데 해물만이 생각보다 찐하게 났던 것입니다. 소주 먹기 좋음
숙성회라고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알고보니 이집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이었습니다. 저렴하다는 것. 물론 숙성회도 소주 안주로 적절합니다.
물론 가격으로 보았을 때 그리 좋은 생선들은 아니겠고 또 실제로 맛이 막 특출나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가격대비 양과 맛, 그리고 흔치 않은 숙성회를 판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매력이 있는 술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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