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관, 여의도 - 명불허전 곰탕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19. 12. 13. 08:47
눈이 내리던 어느 점심, 스타벅스 구석자리에 앉아 바깥을 구경하다가 문득 뜨끈한 곰탕이 떠올라 하동관으로 향했습니다. 눈 오는 날의 곰탕이라니 어딘가 운치 있지 않나요. 추우면 추울수록 맛있어지는 것이 국밥이니까요. 눈이 길바닥에 하얗게 쌓였더라면 더 운치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이 날의 눈은 진눈깨비였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곰탕 한 그릇 때리러 하동관으로 향했습니다.
여의도에는 하동관이 두 군데 있는데 오늘 방문한 곳은 국회의사당 옆에 위치한 하동관 직영점입니다. 지난번에 마라톤이 끝나고 들렀을때는 일요일 휴무로 쓸쓸히 발걸음을 돌렸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쌩 평일 점심에 방문했습니다.
큰 빌딩 1층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찾기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항상 점심이면 직장인들로 바글바글한 곳입니다. 어디 건물 앞에서 직장인들이 담배피며 웅성이고 있으면 그곳이 바로 하동관 입구입니다.
가격은 역시나 만만치 않습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비싼 것을 시킬 수록 많이 먹을 수 있습니다. 제일 싼 것도 만삼천원이긴 한데 그래도 기왕먹는거 스무공정도는 먹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가게 전경입니다. 사람들로 굉장히 북적입니다. 가게 인테리어 자체는 상당히 청결하고 깔끔합니다.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없는 2만원짜리 식사니 이 정도는 기본이어야겠죠.
회전률이 상당히 빠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선불이기 때문입니다. 식권을 받아 들고 아무데나 가서 앉으면 바삐 돌아다니는 직원들이 금방 곰탕을 갖다줍니다.
파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장사 잘되는 집인 만큼 파도 싱싱해보입니다. 지난번에 합정옥에 갔을때 국물 맛보다가 실수로 파를 까먹은 적이 있었는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습니다.
곰탕이 나왔습니다. 스무공을 시켜서 그런지 역시 고기 양이 푸짐합니다. 이정도면 밥보다 고기가 많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실제로 그랬던 것 같음)
국물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습니다. 그 하동관을 둘러싼 유명세들을 설명해주는 맛입니다.
국물 자체가 아주 깔끔하고 매끄럽습니다. 분명 육수 자체에 고기 향이 진하지만 전혀 느끼함 없이 끓여냈습니다. 간이 크게 잡혀 있지 않지만 간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고깃국물을 먹고나면 목 뒤에서 보통 느껴지는 달큰찝찝한 뒷맛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물 마신 듯한 깔끔함입니다.
김치와 간장도 나오는데 딱히 먹을 이유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김치는 신맛과 단맛이 시원하게 잘 어우러져 우리가 보편적으로 느끼는 국밥에 잘 어울리는 김치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국밥에 김치를 먹는 이유는 국밥의 고기 육수에서 오는 걸걸한 진함을 걷어내기 위함인데, 하동관의 곰탕은 애당초에 걸걸한 진함 대신 깔끔한 진함을 갖고 있으니 굳이 김치로 입을 씻어낼 필요가 없습니다.
국물을 이렇게 맑게 유지하면서도 이런 맛을 낼 수 있다니 대단합니다. 진한 국물 국밥 계의 모범답안으로 부산의 거대곰탕을 꼽은 적 있는데 맑은 곰탕의 모범답안은 역시나 하동관이 되겠습니다.
밥도 토렴이 잘 되어 있습니다. 수하동에서 먹었던 그 뭉쳐있는 밥알들이 문득 기억납니다.
파를 넣고 소금을 살짝쳐서 본격적으로 먹습니다. 국물이 좋아서 먼저 계속 떠먹었더니 국물이 약간 모자랍니다.
개인적으로는 소금을 굳이 국물에다가 까지 칠 필요는 없는 듯합니다. 대신 고기에 살짝살짝 뿌려먹는 정도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애당초에 밸런스 잡힌 국물인 만큼 굳이 짠맛을 강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제 결론이었습니다.
깔끔하게 먹어치웠습니다. 천엽 찌꺼기 같은 것만 조금 남았네요.
또 하나 이곳의 인상적인 부분은 그렇게 바글거리던 식당이 딱 점심시간이 끝날 때가 되자 언제 그랬냐는듯 한산해진다는 점. 방금 한 차례 손님 폭풍을 몰아친 곳이라고 믿기 힘들정도로 조용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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