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옥, 합정 - 뜨끈한 수준급의 곰탕

요전 언젠가 뜨끈한 곰탕으로 몸을 데핀 이야기입니다. 감기로 고생하느라 헤롱헤롱 길거리를 돌아다녔는데, 합정옥의 준수한 국물맛과 고기 덕분에 따뜻한 음식을 위장에 채우고 정신을 차린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가게는 합정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이 바로 밑에 있는 순대집에서 전골을 먹은 기억이 있는데, 그때부터 꼭 한번쯤은 와보고 싶던 합정옥이라는 이름의 식당입니다. 원체 유명한 곳인지라 하도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안 가봤지만 가본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집.

 

2층에 위치한 식당에 가기 위해 계단을 오릅니다.

 

매장은 대략 이런 분위기. 식탁 간격이 넓고 대체적으로 깔끔한 인테리어입니다. 딱히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럼에도 깔끔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으니 손님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습니다. 

 

김치통에서 김치를 꺼내줍니다. 원래 밑반찬을 잘 먹지 않는 성격이지만 그래도 국밥을 먹을 때는 꼭 김치를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맛있는 국밥은 김치와 먹으면 더 맛있고, 맛없는 국밥은 김치라도 같이 먹어야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뭐 양념장들은 여기저기 있습니다. 소금이 있는 걸 보니 여기도 간이 맞춰 나오는 집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곰탕치고는 싼 가격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한끼에 만원이 넘는 음식인 만큼 좀더 세심한 부분에도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한끼에 만원이 넘어가는 식당과 만원이 넘지 않는 식당 사이에는 항상 다른 기준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제 철학입니다.

 

그런면에서 이렇게 맹물이 아닌 차를 주는 것은 반갑습니다. 이렇게 까지 오줌색은 아니었는데 사진으로 찍어보니 굉장히 오줌스럽습니다. 아마 보리차였던 것으로 기억.

 

수저는 찝찝한 공동 수저통에서 나왔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건조되어 나쁠 것이 없습니다.

 

특 곰탕 (15,000원)

뿌연 국물의 곰탕이 등장합니다. 고기앞에서 설레기 시작하는 마음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색은 멀겋다

그래도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사진을 한방 박습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국물을 맛봅니다. 진한 국물과 구수한 고기 향이 올라옵니다. 간은 아주 안 되어 있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반 숟갈 가량의 소금 처방이 필요했습니다. 국물에 우러난 감칠맛이 고풍스럽습니다. 깔끔하면서도 진합니다. 굵직하지만 또 동시에 담백한 국물입니다. 국물 맛이 좋아 한참을 계속 떠먹다가 소금을 조금씩 풀어 간을 맞췄습니다. 

 

멀겋지만 깊다

국물 안에는 밥이 토렴되어 있습니다. 쌀알 자체도 살아있고 좋습니다. 다만 밥을 토렴했음에도 온도가 여전히 뜨거워 조금 호호 불어 먹어야 합니다. 어차피 소금간도 맞춰야하고 하니 쉬엄쉬엄 먹으면 되겠습니다.

특 곰탕을 시켰는데 안에 고기도 꽤 많이 들어있습니다. 밥 한술에 한점 씩 먹으면, 고기와 밥을 거의 동시에 끝장낼 수 있습니다. 아주 적당한 비율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곰탕 안에는 살코기 뿐만 아니라 내포도 들어있습니다. 곱창 천엽 등등이 잔뜩 들어있어서 골라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곱에서 냄새는 전혀 나지 않고 특유의 고소함이 잘 살아있습니다. 

 

파를 더 빨리 넣었어야 하는데..

사실상 이 깊은 국물에 빠져서 고개를 처박고 끊임없이 숟갈을 움직였습니다. 얼마나 이 곰탕 국물에 매료됐냐면 심지어 파를 넣는 것도 잊은 것입니다. 사실 깊긴 하지만 이렇게 계속 먹다가는 질릴텐데..? 라는 생각을 먹으면서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만 그렇지 실제로 질리지는 않아서 계속 "아 뭔가 빠진것 같은데"라는 생각만 하면서 먹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배가 슬슬 불러오기 시작하자 주변환경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옆 테이블에서 술 먹는 아저씨가 보이고 그리고 나서는 이 음식점에서 중년 아저씨가 아닌 사람은 저와 제 동행자 밖에 없다는 사실이 보였으며, 마지막으로는 제 앞에 아까부터 놓여 있던 파 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미 곰탕은 8부능선을 넘은 상태. 하지만 그때라도 파를 넣고 마저 완성된 곰탕을 맛보았습니다. 파의 시원하고 알싸한 맛이 국물의 뒷맛을 잘라줘 더욱 완성된 한그릇을 이룹니다. 국물이 좀 더 뜨거울 때 넣었어야 파의 매운맛이 좀 더 가셔서 좋았을 텐데, 어차피 이건 파 통을 늦게 발견한 제 탓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살살 배부르니까 사진찍을 정신이 생겨서 좀 찍어봤음
완탕했읍니다

그렇게 곰탕 한 그릇을 마저 비우고 나왔습니다. 소주라도 한 잔하면 참 좋았을 것을.. 싶지만 몸상태가 좋지 않은고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아마도 합정에서 술 약속이 잡힌다면 다른 어디 맛집을 찾아 해매기보단 그냥 이곳을 다시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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