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미보쌈, 광명시장 - 직접 빚는 막걸리와 유니크한 특주

저는 막걸리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누가 막걸리의 맛은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쉽사리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달달한 맛이 막걸리의 맛인지 아니면 쌉싸름한 맛이 막걸리의 맛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쌀국물 색의 그 누런 막걸리를 그냥 좋아한다고 할 수 밖에요. 그도 그럴 것이 생각해보면 막걸리의 맛은 참 다양합니다. 술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서울 막걸리나 장수막걸리는 대강 비슷한 맛을 내지만, 또 정작 조금만 찾아보면 정말 다양한 막걸리들이 있습니다. 소주마냥 대강 비슷한 맛을 내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막걸리는 단맛을 강조했으며 어떤 막걸리는 산미를 강조하고 어떤 막걸리는 그 특유의 쌉싸름한 뒷맛을 강조합니다. 

오늘은 직접 막걸리를 빚는다는 광명사거리 시장에 위치한 진미보쌈에 다녀왔습니다. 우리 누룩을 사용해 찹쌀로 빚는 막걸리라고 합니다. 게다가 술을 빚고 나서 위에 떠있는 맑은 술을 따로 판다고도 하니 흥미를 더욱 자극합니다.

 

완전 시장분위기

광명사거리 역 앞에 있는 시장을 조금 헤매야 합니다. 저도 초행길이라 위치 설명이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면서 다음지도 및 네이버 지도에게 그 길 찾는 영광을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포스

잘은 몰라도 6시 내고향에도 나왔다고 합니다.

그보다 아주 정겨운 시골식 미닫이 문이 저를 반깁니다. 

 

실내는 흡사 점방과 같습니다. 흡사가 아니라 그냥 점방이라고 하는게 맞겠습니다. 시골에 내려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구조 입니다. 앞쪽에는 테이블이 깔려 있고 그 뒤로 주인장의 생활공간이 펼쳐져 있는 모습입니다. 어딘가 느껴지는 진짜의 냄새. 뭔가 전통 막걸리를 빚을 것 같은 포스를 풀풀 풍깁니다. 물론 이런 분위기에만 속으면 안되겠지요. 직접 혀로 맛을 봐야 맛있는 막걸리인지 아닌지 알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메뉴판을 보니 이미 맛이 보장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업력이 엿보이는 디자인입니다.

 

막걸리 한주전자 (8,000원)
분명히 잘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보니 완전 안찍힌 케이스

우선 막걸리 한 주전자를 주문했습니다. 찹쌀로 직접 빚었다고 합니다. 따라보니 정말 점도가 남다릅니다. 물 같은 점도가 아닌 걸쭉한 느낌이 있습니다. 분명히 사진을 잘 찍은 것 같은데 지금보니 초점이 아주 엇나갔습니다. 흑흑. 사진을 침착하게 찍어야하는데 팔로스로가 조금 어설펐던 탓인 것 같습니다. 

 

기본 안주로는 콩나물 국이

기본으로 콩나물국을 내주십니다. 맛있게 끓여낸 콩나물 국입니다. 해장으로 아주 좋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취하지 않았기에 해장이 필요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삭하게 씹히는 콩나물이 좋습니다.

1시 방향으로 막걸리가 보입니다. 초점을 잃어버린 앞의 사진 대신 저 사진으로 막걸리를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자연스러운 단맛에 이어 쌉싸름한 맛이 뒤따릅니다. 제가 머리 속에서 떠올리던 막걸리라는 음료의 원형과도 같은 맛입니다. 곡물을 발효시켜 나온 산미와 구수함이 혀로 잘 전해집니다.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알코올의 쌉싸름함. 앞으로 누군가 제게 막걸리의 맛을 묻는다면 이 막걸리의 맛을 머리 속에 토대로 삼고 답변하게 될 것 같습니다.

 

고기보쌈 (22,000원)

우선 안주로 시킨 고기보쌈입니다. 김치 고기 두부 삼합입니다. 김치는 익음과 덜익음의 중간정도 좌표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배추 특유의 시원함이 잘 살아있습니다. 완전 발효되지는 않아서 신맛이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덜익은 김치 특유의 단맛도 없습니다. 짭짜름한 맛과 시원한 맛이 김치의 표정을 완성합니다. 매력있는 맛입니다.

두부는 시장표 두부의 느낌입니다. 혀에 챡 달라 붙는 맛입니다. 고소한 맛과 함께 담백하게 달라 붙습니다. 간이 되지 않은 두부만 먹더라도 감칠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고기와 김치 조합의 멍석을 깔아주기에 적절한 맛입니다.

마지막을 고기는 그냥 고기입니다. 그닥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긴가민가한데 아마 월계수잎으로 향을 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누린내 없이 잘 익혀낸 수육의 맛입니다. 사실 이만이천원치고는 조금 아쉽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대강 이렇게 삼합을 싸서 먹었습니다. 같이 먹으면 잘 안 어울릴 리가 있을까요. 막걸리를 절로 부르는 맛입니다.

 

특주, 주전자에 나오는데 주전자는 안찍음 (반주전자에 8,000원)

일단 이것은 막걸리가 아닙니다. 찹쌀로 술을 빚고 며칠을 발효시키면 자연스레 쌀알들이 국물과 지게미로 분리됩니다. 그냥 시판되는 막걸리를 생각했을때, 섞지 않은 그 순간에 액체와 건더기로 분리되어있는 그 모습과 비슷합니다. 밑에있는 건더기들이 지게미이고 막걸리의 주 재료가 됩니다. 그리고 그 위에 있는 액체에도 알코올이 들어 있는데 그걸 떠낸 것이 바로 지금 사진에 보이는 특주입니다.

보통은 이 특주를 다시 한번 걸러낸 것을 청주라고 부르고 그걸 증류해낸 것을 소주라고 부릅니다.  청주와 소주는 먹어봤지만 이렇게 원액의 액체를 먹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주의 맛은 산미가 도드라집니다. 특유의 산미에 알코올의 쌉싸름한 맛이 더해져서 약간은 애플사이다스러운 술이 되었습니다. 걸쭉하지만 거북스럽지 않게 술술 들어가는 술입니다. 술을 잘 못드시는 분들이라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만 합니다. 다만 다음날 약간 숙취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강렬하게 들기는 합니다.

이 특주는 아무때나 먹을 수는 없다고 하고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만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아마 금요일 정도가 될것이라고 하는데 정확하지는 않으니, 꼭 먹고 싶다면 전화를 해보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도토리묵 (8,000원)

처음 먹어보는 술에 입이 즐겁습니다. 안주를 하나 더 시켜야겠지요. 그래서 시킨 도토리묵입니다. 맛있게 만든 도토리묵을 잘 무쳐냈습니다. 묵 특유의 떫고 쓴맛이 아주 미묘하게 뒷맛에 남는데, 이게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언젠가부터 쓴맛의 매력에 빠져버린 듯합니다. 

 

솔직한 말로 안주는 그리 특별하지 않지만, 직접 담근 막걸리와 특주를 맛보기위해서 충분히 방문할 만한 곳입니다. 특히 새큼한 만이 도드라지는 특주는 한번쯤 경험해볼만 한 것 같습니다.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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