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가조쿠, 한양대역 - 나만 아는 우동이 아니게 된 우동

나만 알던 가수가 갑자기 확 떠버려서 슈퍼 스타가 된 기분을 아시나요. 나만의 소중한 플레이리스트가 이제는 길거리마다 흘러나옵니다. 내가 좋아하던 가수가 잘 되었으니 기분 좋을 일이긴 한데, 마음 한켠으로는 어딘가 모르게 시원섭섭한 기분.

저에게 학교 앞 우동집 우동가조쿠가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우리끼리만 아는 우리들의 맛집이었는데, 티비 몇 번 타더니 그만 줄까지 서는 만인의 맛집이 되어버렸습니다. 매번 사람들로 북적북적해서 우동 한 그릇 먹기도 힘이 듭니다. 예전에는 만만하게 드나들 던 집이었는데.. 

뭐 어쨌건 우동가조쿠가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우동이 맛있었기 때문이죠. 이제서야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 아쉬워 할 것도 아쉬워 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어쨌든 여전한 맛으로 우리 곁에 있으니까요.

 

6시도 안됐을 땐데 해가 빨리 지는 듯
다행히 웨이팅은 없다

한양대 역에서 한양대가 아닌 방향으로 나오면 우동가조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지하철역 맞은편 대로변 길가를 따라 음식점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데 괜찮은 집들이 몇 군데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다른 집도 찾아보기로 하고 오늘은 우동가조쿠로 향합니다.

이른 저녁 시간인데도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 예전에는 없었던 웨이팅 리스트 작성 용지도 생겼군요. 그새 블루리본도 하나 받은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주의할 점으로 옆에 가조쿠식당이라는 일본 가정식 식당이 있는데, 이곳과 헷갈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제가 예전에 헷갈려서 우동먹으러 갔다가 돈까스 먹고 나온 경험이 있음.

 

이런 저런 액자들을 구경하다보면 시간 잘 감
일본인 서버들이 서빙합니다

가게는 그리 넓지 않습니다. 다찌석이 조금 있고(원래도 있었나) 나머지는 모두 테이블 석입니다.

남은 자리가 바 형식의 다찌석 밖에 없어 여기에 앉았습니다.

 

공손한 메뉴 판
뒷장도 있고

생각보다 메뉴가 꽤 있습니다. 음식 가격은 아주 저렴한 편입니다. 대신 우동만 먹어서는 배가 안차니 사이드 메뉴도 함께 시켜주는 것이 현명합니다.

예전에는 육육우동과 가조쿠 우동을 주로 먹었는데 오늘은 왠지 겨울 특별메뉴가 먹고 싶습니다.

 

유부초밥 (3,000원)

우선 사이드 메뉴로 유부초밥이 나왔습니다. 크게 특별할 것은 없는 유부초밥. 유부초밥을 돈 주고 사먹는 일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냥 우리가 아는 그 맛이었습니다. 간단하게 배를 채우기 좋습니다.

 

가조쿠우동 (7,000원)

상호명과 같은 가조쿠우동입니다.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따뜻한 국물의 우동입니다.

가쓰오부시 베이스의 육수에 탱글한 면이 들어갑니다. 사누키 스타일 우동인 만큼 면에 강점이 있습니다. 아주 탱글하고 쫄깃한 면의 식감이 감칠맛이 풍부한 육수와 어울립니다. 

 

가마타마 (6,000원)

가마타마는 일종의 비빔우동입니다. 역시나 탱글한 면이 포인트입니다. 갓 삶아서 그런건지 무엇때문인지 이유는 알 수 없느나 가조쿠우동의 면보다 훨씬 더 탱글쫄깃합니다. 탄력있게 씹히는데 이에 전해지는 저항감이 기분이 좋습니다. 씹지 않고 입으로 후루룩 빨아들여도 그 굵기 때문에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노른자 터뜨려서 슥삭

가마타마의 양념장은 계란 흰자 베이스로 뭉근한 맛을 냅니다. 간이 아주 약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K는 무슨 뜻일까 칸장의 K인걸까

알아서 여기 이 간장으로 간을 맞춰 먹으면 됩니다. 어지간히 뿌려도 금새 짜지지 않지만, 한 번 짜지면 돌이킬 수 없으니 세심하게 부어야 합니다. 이미 맞춰나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끝까지 삼삼하게 해서 먹었습니다. 사실 면만 먹어도 맛있고 질리지 않아서 짭짜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았습니다. 뜨끈하게 목구멍으로 내려가는 우동의 면발이 매력적입니다.

 

생맥주 (355ml, 4,000원)

뜨끈한 음식을 먹을 때는 당연히 맥주도 한 잔 곁들여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만 감기에 걸린 날엔 자제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저는 그 다음날 감기가 더 심해져서 고생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제 새우튀김이 되었습니다.

동행자가 먹던 가조쿠 우동의 새우튀김도 닌자해서 먹었습니다. 물론 상호 합의 하에 닌자한 것입니다.

 


사실 저번에 먹을 때 냉우동이 먹고 싶었는데 감기때문에 먹지 못했습니다. 왠지 꼭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방문한 날입니다. 이날은 냉우동에 감자 고로케를 시켰습니다.

 

오늘도 지난 번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가게에 사람은 많이 없었지만 혼자 왔을 때는 테이블보단 다찌석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붓가케우동 (5,500원)

우동은 순식간에 나왔습니다. 면발 위로 찬 간장 소스를 붓고 그 위에 튀김가루와 쫑쫑 썬 파 그리고 나루토마키를 올렸습니다.

 

약간 문어괴물같이도 생김

이 냉우동이야 말로 사누키 스타일 우동 특유의 면발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쫄깃하게 제면된 우동 면발이 이빨 사이에서 쫄깃하게 씹힙니다. 조금 과장을 더해서는 면 젤리를 먹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그 씹히는 느낌이 적당해서 먹기에 좋습니다. 

 

풀어서 슥삭

간장 소스는 다소 짭니다. 하지만 차갑기 때문에 이 정도의 염도도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밍밍했더라면 이상했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차가운 소스 안에서 면은 더욱 쫄깃해지는 듯합니다. 비슷한 스타일의 가마타마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냉우동의 면이 더 쫄깃합니다. 면을 빨아 들이면 소스를 머금은 튀김가루와 파들이 따라 딸려 옵니다. 약간은 와사비스러운 알싸함이 있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자고로케 (3,000원)

한참 튀기느라 냉우동을 다 먹었을 때 쯤 나온 튀김입니다. 소스가 미리 뿌려져 나옵니다. 소스를 선호하지 않는 저 같은 성격이라면 미리 점원께 이야기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앗뜨거

감자 고로케 안에는 감자가 들었습니다. 뜨거우니 호호 불어 먹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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