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곰탕] 부산/서면 - 프리미엄 국밥의 가능성

얼마전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먹고 놀자는 목적이었습니다. 겨우 3일 남짓 다녀왔기에 많은 것을 먹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꽤 만족스러웠던 여행이었습니다. 

부산 여행 식도락 첫 타자는 <거대곰탕>입니다. 각종 블로그에서 보고 기대가 만빵이었던 곳.  

 

최근에 새로 지어서 그런지 아주 깔끔함

부산에 도착해 처음으로 향한 곳은 서면. 숙소가 주변이기도 했지만, 진짜 목적은 거대곰탕에서 곰탕을 한 그릇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부산에 내려온다고 부산을 떠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서면에 새로 생긴 삼정타워으로 향했습니다. 1층에는 거대한 쉑쉑버거 매장이 있습니다. 냄새가 너무 좋아 그냥 햄버거 먹으러 갈뻔했으나 마음을 부여잡고 5층으로 올라갑니다. 그 유명한 곰탕 한 그릇을 위해서.

 

여러 음식점이 모여 있는 5층
아무도 없다

점심 시간을 살짝 비껴 1시 30분쯤 도착했습니다. 매장에 아무도 없어 황량합니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로는 이런 상황이 좋습니다. 사진찍기 덜 부담스럽기 때문.

아무튼 매장은 다찌석 다수와 식탁 소수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찌석 수가 널널하기에 혼밥으로 이곳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습니다. 저는 동행자가 있었기에 식탁에 앉았습니다.

삼정빌딩의 거대곰탕은 분점입니다. 본점은 해운대에 있습니다. 저도 해운대에서 먹고 싶었으나 그곳은 너무 멀어어

 

기왕 먹는 거 진한 걸로다가

계산은 자판기에서 식권을 뽑는 식. 홀 서빙 없이 다찌석 위주로 운영되는 매장에 최적화된, 라멘 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개인적으로 종업원이 주문을 받는 전통적인 방식보다 선호하는 방식입니다. 돌아다니는 직원이 없어 어수선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매장분위기가 차분합니다. 

가격은 꽤 있는 편입니다. 프리미엄 곰탕이라고 할 만한 가격입니다. 물론 국밥치고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맛만 받쳐준다면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만큼 기대치는 많이 올라가겠지요.

냉면도 팔고 있습니다. 이때 목적은 곰탕이었기에 냉면은 다음 기회에 먹기로 합니다. 냉면 가격은 만원이었습니다. 

 

다른 첨가물이 없다는 이야기, 즉 사골로만 이런 국물을 낼 수 있다는 말
보리차 좋아

한켠에 식기가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습니다. 만오천원짜리 식사를 파는 곳이기에 이 정도는 너무 당연한 것. 

보리차가 냉수 대신 나옵니다. 아무래도 맹물보다는 차가 좋습니다.

 

진한 특곰탕 (15,000원)
오늘도 로고 냅킨 찍어봄

특곰탕을 시켰습니다. 깔끔한 나무 트레이에 곰탕과 김치 그리고 이것저것이 실려 나옵니다.

 

진한 국물을 질리지 않게 해줄 김치

국밥집의 기본인 김치맛은 훌륭합니다. 곰탕 자체가 아주 진하기에 김치가 적당히 익어 새큼하면서 맛있어야 하는데, 이 정도면 아주 좋은 상태인거 같습니다. 밥 상태도 준수합니다.

일단 담음새만 보았을때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럽습니다.

 

보기 너무 예쁘게 뽀얗다
고기양도 푸짐하다. 먹다 모자르지 않음
우유에 밥 말은 것 같아

이제 중요한 것은 곰탕 그 자체겠지요. 첫 인상은 '아주 진하다'였습니다. 원래 국밥이라는 게 진한 고기 국물 맛으로 먹는 것이지만, 이곳의 곰탕은 세상에 수많은 국밥들 중에서도 특출나게 진합니다. 국밥이 이런 맛을 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7000원 짜리 국밥들의 국물들도 푹 끓여 깊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진함의 차이를 짚자면, 그 국밥들은 정제되지 않고 야성의 느낌이 살아있어 거친 맛입니다. 반면 이 곳 거대곰탕의 국밥은 부드럽게 진합니다. 거친 그 느낌들, 야성의 그 느낌들을 모두 걷어내고 가장 기본적인 진한 그 맛에 집중하려 노력한 듯 합니다. 거친 국물을 곱게 거르고 걸러 정제한 끝에 얻어낸 국물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국물 맛을 충분히 즐겼으면 파 넣고 본격적으로 시작

파를 넣고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합니다. 프리미엄 곰탕으로 불릴 가치가 있습니다. 만 오천원을 지불할 만합니다. 보통과 프리미엄의 차이를 가르는 몇몇의 사소한 디테일들이 보입니다. 예로 몇 가지를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온도입니다. 보통 국밥은 팔팔 끓는 채로 나옵니다. 바로 먹을 수 없습니다. 오랫동안 후후 불고 조심조심 먹어야 합니다. 반면 이곳의 국물은 이미 충분히 식혀서 나옵니다. 바로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서 입으로 넣어도 괜찮은 정도입니다.

또 하나는 간입니다. 이곳의 곰탕은 간이 맞춰진 채로 서빙됩니다. 대부분의 국밥집은 간을 맞추지 않은 채로 나옵니다. 먹는 사람이 알아서 맞춰야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직접 간을 맞추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간을 직접 맞추게 되면, 주방장이 요리 과정에서 설정한 이상적인 맛을 놓칠 가능성이 커집니다. 더욱이 대부분의 국밥은 팔팔 끓는 채로 나오기에 간 맞추기는 더 어렸습니다. 뜨거운 음식의 염도를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의 혀 때문에 더 짜게 간을 맞출 가능성이 큽니다. 간을 소금으로 하느냐, 새우젓으로 하느냐에 따라서도 국밥의 전체적인 인상이 달라질 수 있기에, 간 맞추기는 염도의 문제 뿐만 아니라 맛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간을 맞추는 행위는 요리의 일부입니다. 간이 맞지 않는 상태로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하는 것은 곧 요리의 마지막 단계를 손님에게 전가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최소한 주방장이 생각하는 최적의 간으로 음식을 내고, 이에 고객이 만족하지 못할 시에 추가적으로 소금이나 새우젓을 더 첨가할 기회를 주는 방향이 개인적으로는 더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미 주방에서 완성된 상태로 나오는 이 곳의 국밥은 더할 나위 없습니다. 혹시라도 더 짜면 국물을 싱거운 것으로 바꿔주겠다고 까지 합니다.

 

간마늘 투하
획기적인 맛의 변화는 없었다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겠다는 의지

식사를 계속 진행했습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진한 맛이 올라옵니다. 저는  문제 없었지만, 먹다보면 취향에 따라서는 느끼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아마 그때를 대비해 간마늘을 준것 같은데, 아마 이걸로는 턱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좋은 식사였습니다. 국밥의 프리미엄화가 추구할 수 있는 좋은 방향이 되는 한 그릇이 아니었나 조심스럽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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