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메렝게] 신촌 - 신선한 과카몰리와 준수한 타코

타코 불모지 서울에서도 막상 타코를 먹으려고 해보니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더군요. 제 생각과 다르게 서울은 타코 불모지가 아닌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식으로 어레인지된 타코보다는 엘에이식으로 먹던 타코가 좀더 그립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식 타코가 속도 더 건실하고 그렇기는 한데, 아무래도 저는 그 엘에이식 타코의 간단한 맛이 더 좋은가 봅니다.

아무튼 이번에는 신촌에 있는 멕시코 요리집 <비아 메렝게>를 다녀왔습니다. 과카몰리가 괜찮은 곳입니다.

 

간판 불빛 반사로 안보여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힙한 멕시코 식당 느낌

신촌 큰 거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주 멀리 떨어진 진 것은 아니고 그냥 오분십분 걸으면 만날 수 있습니다. 너무 시끄럽지 않은 적절한 위치에 있는 식당.

 

로고가 들어간 냅킨 = 사진 찍기

평일 일고여덟시쯤 들렀습니다. 마지막 남은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가게 공간을 넓게 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저희 팀 뒤로 한 두 팀 정도가 대기했던 것 같습니다. 평일에 크게 웨이팅이 긴 식당은 아닌 듯합니다.

 

몬가 아프리카 느낌
그냥 흔한 멕시코 음식점 메뉴
술도 한 잔하기 괜찮을듯

감각적인 디자인의 메뉴판. 분위기와 적당히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메뉴는 다른 한국식 타코집처럼, 타코도 팔고 브리또도 팔고 마가리따도 팔고 이것저것 있습니다. 그중에서 조금 눈에 띄는 것은 과카몰리입니다.

과카몰리는 아보카도를 메인으로 양파, 토마토, 고수 같은 것을 절구에 넣고 빻아 만드는 진득한 소스입니다. 보통은 나초칩을 많이 찍어먹습니다. 미국에서는 정말 인기있는 소스. 아보카도 별로 안좋아하면 니맛도내맛도 아닌 애매한 맛에 약간 당황할 수 있으나 먹다보면 금방 중독됩니다. 아보카도의 부드럽고 눅진한 지방맛에 양파 토마토 같은 아삭한 채소들, 그리고 향을 내는 고수와 약간은 느끼할 수 있는 맛을 잡아주는 라임즙까지 함께하는 아주 멋진 음식입니다. 과카몰리 맛있는 집 가면 칩만 몇 번씩 리필하게만드는 그럼 음식. 미국친구들 중에는 쉬는 날에 미식축구 틀어놓은담에 과카몰리 잔뜩만들고 나초칩 한봉지 뜯어서 찍어먹는 것을 낙으로  삼는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저도 과카몰리 좋아해서 한번 시켜봤습니다.

 

살사와 칩, 과카몰리 나올때까지 아껴먹어야함

일단 기본으로 나오는 칩입니다. 과카몰리시키면 한 번은 무료로 리필해주고 그 다음 리필부터는 천원씩 받습니다. 빨간 살사와 함께 나옵니다. 나름 매콤합니다. 아주 맛있다고는 못해도 괜찮은 맛.

 

타코가 좀 더 싸면 가능할텐데
타코국기와 함께 서핑보드도 전시되어있음
이따 먹을 과카몰리 미리보기

음식이 나오기전까지 기다리면서 가게 분위기를 둘러봅니다. 손님이 많아서 사진을 찍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벽에 붙은 사진들을 찍었습니다. 멕시코 느낌나는 포스터와 이것저것들. 비야 게레로보다는 덜 멕시코 스럽습니다. 사실 멕시코 스럽지는 않은 매장 분위기. 그냥 스트릿 패션 좋아하시는 분들이 좋아할 만한 분위기.

아 그런데 하나 아쉬웠던 점은 모기향이 너무 쎘다는 점. 너무 독했던 것 같습니다 제 기준에는. 물론 모기에는 안물렸으니 그건 다행입니다. 

결국 음식 맛이라는 것은 향에서 오는 게 큰데, 이렇게 독한 향이 음식점 내에 퍼져있으면 식사에 약간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프레쉬 과카몰레 (9,000원)
빻아버린 다음에 사진 찍어버리기
조금 먹다가 한번 더 찍어봄

과카몰리가 절구통에 나왔습니다. 직접 빻아드셔야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좀 귀찮아 할 것 같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식사도 어쨌든 경험이니까요. 서울에서 과카몰리 빻아 먹어볼 기회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래서 열심히 빻아봤습니다.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냥 안튀기게 대강 찧으면 됩니다. 통안에 라임이 들어있는데 그냥 같이 빻는 건지 아니면 따로 꺼내서 즙만 짜내고 버리는 건지 모르겠어서 그냥 빻았습니다.

여기 과카몰리에 독특한 점은 사과입니다. 요고도 꽤 괜찮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양파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주는 재료입니다. 식감도 조금 다르지만 사과의 좀 더 달큰한 맛, 아보카도와 섞였을때도 괜찮습니다.

 

과카몰리는 칩에 올려 먹을 때 빛나
한 나초 두 소스

일단 신선하게 빻은 과카몰리를 칩에 올려서 먹어봅니다. 가장 베이직한 과카몰리 섭취법. 아보카도맛이 과카몰리를 전체적으로 지배하기 때문에 약간 느끼하다고 느낄 분도 있겠습니다. 그런 분들은 살사도 함께 올려먹으면 고민 해결.

그리고 남은 아보카도는 퍼먹지말고 남겨놔야합니다. 타코랑 브리또에도 올려먹으면 맛있으니까요.

 

카르니타스 타코 (8,000원)
근접 샷 🌮 

타코가 나왔습니다. 하나에 사천원 꼴입니다. 절대 싼 가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타코하나에 고기가 꽤 푸짐하게 들어갑니다. 카르니타스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고기에 간도 잘 베어있구요 살도 부드럽습니다. 이미 그린 살사가 올라가 있긴하지만 살짝 매콤한 맛이 약하다 싶습니다. 칩 먹을때 나온 레드 살사를 뿌려도 괜찮겠습니다. 고수도 푸짐합니다.

토르티야가 얇고 넓어서 먹다 찢어지는 것 아닐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튼튼합니다. 너무 오래 방치해서 육즙이나 채소에서 나온 물에 푹 젖어버리지 않는 한 찢어질 염려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 입 베어문 걸 왜 찍었지
쓸데없는 것까지 사진 참 열심히 찍는 편

일단 한입하고 나서는 과카몰리와 레드살사를 추가해서 먹었습니다. 넣기전에는 뭔가 한 퍼즐 한 조각이 비어있다는 느낌이었는데 이제야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 이런 느낌은 근데 엘에이식 타코에서도 살사 넣기 전에 항상 느끼던 것이었습니다. 그냥 제가 타코 매콤하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레드 살사가 사실 좀 매콤한 편인데 과카몰리가 적당히 중화해줍니다. 둘 궁합이 좋은 편.

맛이 좋아서 드는 생각이지만, 이정도 타코라면 자주먹고 싶은데 푸드트럭이나 이런 데서 가볍게 팔았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타코에 대한 접근성이 좋지 못하다는 느낌. 아마 우리 입맛에 타코가 안 맞아서 그런 거겠죠.. 매니아 수요만 있으니 자연히 가격도 높을 수 밖에 없구요. 서울의 떡볶이 집의 반의반의반의반 정도만 타코를 팔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초등학생때부터 조기 타코 교육으로 한국에서도 타코붐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가격도 줄어서 5000원에 타코 세개를 먹을 수 있게되면 좋겠다는 생각. 물론 지금보다 크기는 작아져야겠지만.

 

새우 브리또 (8,500원)
아쉬웠다

마지막은 브리또로 장식했습니다. 오늘 먹은 것들 중에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냥 한국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브리또였습니다. 앞선 과카몰리나 타코가 훌륭했기에 조금 많이 아쉬웠습니다. 양상추가 들어간 것도 그렇고 치즈활용법도 그렇고, 멕시코 느낌과는 저만치 떨어져있는 느낌입니다. 양상추와 치즈에서 타코벨이 연상될 법도 한데 또 그렇지도 않은 이도저도 아닌 브리또라고 저는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맛이 부담스럽지 않아서 또 멕시코 음식에 거부감 있는 분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것보다 신선한 과카몰리를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했습니다. 과카몰리를 위해서 앞으로도 종종 찾을 법한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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