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면옥] 여의도 - 내 입맛의 평양냉면

매니아들처럼 서울 곳곳의 평양냉면집을 다 돌아다녀보지는 못했지만 가본 곳 중에서는 여의도 정인면옥을 제일 좋아합니다. 어쩌면 평양냉면의 재미를 처음 깨달은 곳이 이곳이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두툼하고 툭툭 끊기는 메밀면과 기분 좋은 육향이 있는 맑은 육수. 제 평양냉면 판단의 기준이자, 제가 정인면옥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또 집에서 가장 가까운 냉면집이 이곳이기에 정기적으로 찾습니다. 오늘도 냉면 한 그릇이 땡겨 여의도로 향했습니다.

 

빌딩 유리에 비치는 순복음교회
깔끔한 외관

여의도 순복음 교회 앞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버스타고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에서 내리면 가장 편합니다. 

평일 12시 40분쯤 갔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습니다. 역시 여름이 지나서 그런건지

 

식사쪽 메뉴판, 혼자 와서 요리쪽은 펴보지도 않음

대강 메뉴는 이정도. 가격이 천원씩 점점 올라서 어느새 만원이 됐습니다. 미국 다녀오기 전만해도 팔천원인가 구천원했던 것 같은데.. 물론 우래옥이나 능라도, 봉피양 같은 집과 비교하면 싼 편이니까 아직은 괜찮습니다. 더 오르면 좀 슬퍼지기 시작할듯. 

 

뜨끈한 면수, 놓치기는 아깝죠

일단 식탁에 앉으면 면수를 줍니다. 처음 받으면 뜨거우니 천천히 후후 불어드셔야 합니다. 

저는 평양냉면집에서 주는 뜨거운 면수를 참 좋아합니다. 콤콤한 메밀향도 좋지만 제가 면수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을 때 온도의 대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면수로 뜨거워진 입을 냉면으로 식히고, 냉면으로 차가워진 입을 면수로 다시 데웁니다. 개인 취향일 수도 있겠지만 입안의 온도가 휙휙 바뀌는 그 재미가 저는 좋더라구요.

면수 안 주는 냉면집도 많은데 그때마다 저는 항상 아쉽습니다.

 

음식점 로고 박힌 냅킨을 보면 왠지 찍어야할 것 같아서
냉면 먹을땐 어지간해서 밑반찬에 손이 안가는 듯

기본찬으로 무와 열무 김치, 그리고 겨자가 깔립니다. 어차피 저는 김치나 조금 줏어먹기 때문에 크게 의미 없는 반찬들. 

찝찝한 공동 수저통이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대신 개별 포장된 젓가락을 줍니다. 기억이 맞나 모르겠으나 광명 본점에서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평양냉면 (순면, 12,000원), 원래 순면은 면타래로 안 말아서 주는 건가요
물론 상관은 없음

오늘은 순면으로 시켜보았습니다. 겨우 2000원 차이인데 여지껏 그렇게 자주 오면서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순면.

확실히 그냥 일반보다 면이 거칩니다. 툭툭 끊기고 기분탓인지는 몰라도 두께가 더 두툼한 느낌. 생각보다 메밀향이 아주 강하지는 않습니다. 씹는 맛도 있고 확실히 냉면에 어울리는 면입니다. 꼭 순면으로 먹어야 한다 이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둘다 먹어보고 그담부터 취향껏 먹으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다음에도 순면을 먹어볼 예정.

오늘 육수는 평소보다 육향이 좀 더 강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육수 온도는 더 차가운 느낌. 뭐 그렇다고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고기 마지막에 먹으려고 아껴둠

육수 리필해달라고 하면 주전자를 가져와서 그릇에 바로 부어주십니다. 면 한창 먹다가 보면 육수가 좀 밍밍해지는 느낌이 드는데 그때 육수를 리필하면 다시 간이 짱짱해집니다. 그러면 바로 그릇채로 후루룩

 

근데 생각해보니 이러면 결국 능라도와 천원차이

제 개인 취향이지만 제 입맛에 이곳만큼 딱 맞는 냉면집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만이천원에 이 정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꽤 좋은 거래지 않나 생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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