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순이네] 양평동/선유도 - 지금 우리의 한식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19. 8. 17. 00:51
지금 우리의 한식이 지향하는 맛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한식이 땡긴다는 이야기를 할 때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그 맛은 어떤 것일까요. 사람마다 다들 생각하는 지점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그 대답을 이곳, 또순이네에서 찾은 것 같습니다.
또순이네는 선유도 역 인근 직장인들이 몹시 많이 출몰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본디 고깃집이지만 워낙 된장찌개로 유명한 집인지라, 점심시간에는 된장찌개만 단품으로 팔기도 합니다. 된장찌개 팔아 빌딩을 올렸다는 소문이 있는 집이니 만큼 기대가 됩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물보다도 불이 먼저 들어옵니다. 예고 없이 훅 들어오기에 놀랄 수도 있습니다. 불과 동시에 메뉴를 주문 받습니다. 가게의 명성에 대한 자부심인지 메뉴판을 주지도 않습니다. "너네 어차피 된장찌개 먹으러온거지? 다 알아, 고기 먹을건지 안먹을건지만 정해" 하는 느낌입니다.
한창 점심시간에 방문했더니 직장인들로 바글바글합니다. 정신 없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고기까지 먹을 생각은 없기에 그냥 된장 2인분만 주문합니다.
미리 2인분씩 뚝배기에 담아 끓여 놓았는지 음식도 순식간에 나옵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부추만 뚝배기에 추가해서 바로 숯불위로 올려주는 것 같습니다.
숯불 온도가 꽤 쎈데 그래서인지 매장에 선풍기가 항상 강풍으로 돌아갑니다.
된장찌개에 비벼먹기 좋은 밥그릇입니다. 밥 상태도 나쁘지 않습니다.
한 수저 떠서 후후 불고 먹어보니 바로 뇌리를 강타하는 직관적인 맛이 혀에 느껴집니다. 맵고 뜨겁고 짜고 자극적인 맛. 그야말로 강력한 맛입니다. 제가 간혹 한식이 땡긴다는 생각을 할 때 머리 속에 그리는 그 미각 심상의 원형과도 같은 맛입니다. 아주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맛.
생각보다 고기도 듬뿍 들어가 있습니다. 원래 이곳은 고깃집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줍니다.
이 고기들이 유일하게 이 된장찌개에서 직선적인 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그 강력한 맛들을 다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계속 먹다보니 금방 땀이 터집니다. 맵고 뜨거운데다 자극적이기까지 하니 그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팔팔 끓게 뜨거운 와중에도 국물이 꽤 짜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애당초에 간이 강하게 설정된 것 같고, 청양고추도 잔뜩 썰려 들어가 있습니다. 땀이 많으신 분들은 조금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된장찌개가 지향하는 지점은 명확하고, 그 지점을 원하는 만큼 혹은 원하는 것 이상으로 이루어낸 듯합니다. 또 그 지점은 어쩌면 한국에서 팔리는 한식들이 일반적으로 지향하는 지점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강하고 자극적인 맛에, 땀을 뻘뻘 흘리며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뜨겁고 매운 음식.
맛의 미학이나 밸런스를 추구하는 미식가들에게는 맘에 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음식도 그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 색이 요상하다 했더니 온갖 좋은게 다 들어갔다고 합니다. 숙취로 시달릴 직장인들의 간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저로서도 종종 떠올릴만한 맛입니다. 모든 된장찌개들이 이 곳 같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이런 집도 꼭 한 두군데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 맞다 그리고 부추맛이 참 괜찮았습니다. 겨울에 가면 냉이를 올려주는 것으로 아는데 그때 또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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