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련남면옥] 연남동 - 평양냉면이 진화한다면

진짜 평양냉면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부산이나 광주가듯 평양에 가볼 수는 없기 때문이겠죠. 혹자는 지금 서울의 평양냉면은 진짜 평양냉면이 아니라고도 합니다. 옥류관에서 나오는 진짜 평양냉면은 우리가 흔히 먹는 우래옥, 을지면옥 같은 맛과는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동치미 국물이 섞인 육수를 쓰고, 또 식초를 뿌려먹는 것이 국룰이라고도 합니다. 저도 평양에 가보지 못한고로 어느 것이 진짜라고 확언을 할 수는 없겠습니다. 다만 음식이라는 것이 어차피 그 환경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변화의 과정을 거쳐나가는 것이기에, 지금 서울의 평양냉면은 서울식 평양냉면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 갈 식당과 크게 관련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문득 생각나 적어 본 이야깁니다. 

아무튼, 어쩌면 그만의 영역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르는 서울식 평양냉면. 서울의 평양냉면 시장이 점점 커짐에 따라, 노포들의 영역이었던 평양냉면 생태계에 점점 신흥 업장들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 중 기존 평양냉면 문법에서 조금씩 벗어나려하는 식당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의 고메투어는, 육수를 조개로 내는 '련남면옥'입니다. 

 

깔끔한 외관

련남면옥은 이름처럼 연남동에 있습니다. 항상 느끼지만 홍대역에서 연남동까지 오는 길은 결코 가깝지 않습니다. 특히 무더운 한여름날이라면 정말 각오해야합니다.

 

냅킨 있길래 찍어봄

면수, 육수 아니고 그냥 물

가게는 그닥 크지 않습니다. 웨이팅이 있다고 해서 조금 늦은 점심시간인 2시 경에 방문했는데, 손님은 한 팀 정도 있었습니다.

 

평양냉면 (9,000원)

곰탕도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평양냉면을 먹으러 왔으니 평양냉면을 시킵니다. 가격은 9000원, 평양냉면치고는 괜찮습니다. 가격 만이천원 만삼천원 받으면서도 접객이며 위생이며 엉망인 집도 많은데, 9000원에 이 정도 깔끔한 분위기라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냉면만 맛있으면 되겠죠.

련남면옥을 굳이 와봐야 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조개로 육수를 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평양냉면은 고기로 육수를 내기에 다소 생소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듭니다.

우선 면을 흡입하기전에 국물부터 맛을 봅니다. 육수에서 조개향이 강하게 납니다. 조개 특유의 감칠맛이 괜찮습니다. 적당히 담백하고 들이킬만 합니다. 분명 기존의 서울식 평양냉면 집들과는 다른 느낌의 육수입니다. 

계란을 지단으로 부쳐 낸 부분도 마음에 듭니다. 평양 냉면에 삶은 계란은 딱히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물론 있으면 잘 먹습니다.

 

 

조개육수 들은 통

살짝 따라내 맛 보기

또 하나 특기할 점을 꼽자면, 조개육수를 따로 내준다는 것이 있겠습니다. 냉면을 먹다가 기호에 맞춰, 즉 밍밍하다 싶으면 조금씩 뿌려먹으라고 되어있습니다. 호기심이 들어 조개육수만 조금 숟가락에 따라 맛보았습니다. 감칠맛이 아주 좋은 조개육수입니다. 살짝 매콤하기도 합니다. 냉면 육수의 간이 안 맞았던 것은 아니나, 조개 육수가 맛있어 계속 추가하면서 면을 먹습니다.

 

육수 한 번 추가받음

면은 자루소바 면 같습니다. 다른 평양 냉면 집에서 먹던 메밀면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더 잘 끊기고 퍼석합니다. 순면을 시킨 것도 아닌데 그렇습니다. 정인면옥의 면을 가장 좋아하는 저에게 련남면옥의 면은 살짝 아쉽게 다가옵니다. 어쩌면 냉면 내공이 모자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호불호가 갈릴만한 면입니다.

 

육수 더 달라고하면 이렇게 컵에 주시는데 그냥 물 대신 마셔도 좋음

재밌는 맛의 평양냉면집이었습니다. 평소 보던 평양냉면과는 궤를 달리하는 참신한 시도입니다.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바로 한 음식이 발전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