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복루] 노량진 - 깔끔한 인테리어와 평균 이상의 요리

노량진이 집과 가까워 종종 들르지만, 들를 때마다 생각하는 것은 여기서 괜찮은 술집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가성비 좋은 술집이야 차고 넘치지만.. 아무튼 그런 노량진에서 나름 괜찮은 중국집 하나 발견했습니다. 노량진 중심가와는 조금 떨어진 길에 위치한 취복루 입니다. 

 

입구 사진 안 찍어서 로드뷰로 대체
간판은 1층에 있지만 식당은 2층에 위치

노량진 토박이인 친구도 알지 못했던 집인데, 저기 멀리 송파에서 온 친구가 어찌저찌 알아내온 곳입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대방역 쪽으로 조금 나오다가 보면 골목가에 빨간 간판이 보입니다. 한자가 워낙 크게 적혀있어 처음 찾아오면 긴가민가하기도 합니다. 그나마 알아볼 수 있는 가운데 복 자를 본 후에나 확신하고 가게 안으로 입성합니다.

 

메뉴판이 엄청 두꺼움

메뉴 분량이 어마어마합니다. 다 넘겨보는데만도 시간이 꽤 걸릴 정도입니다. 사진으로 다 찍기에는 무리 일 것 같아 그냥 식사 메뉴만 올립니다. 아마 한국인이 생각할 수 있는 대부분의 메뉴가 다 있을 정도. 메뉴를 다 봤는데도 먹고 싶은 게 없다면, 그날은 그냥 중식이 안 땡기는 날일 겁니다.

 

설원 250ml (8,000원), 깔끔하기는 한듯
작은 병이라도 잔이 작아서 한참을 마실 수 있음

일단 중식집에 왔으니 고량주 한 병 시킵니다. 오늘의 선택은 설원. 입맛에 안 맞을 지도 모르니 작은 병으로 우선 시켰습니다. 잔이 귀엽습니다.

 

즈란 양고기(20,000원)
오늘의 에이스

한국식 중국집이 아닌 본토 중식의 느낌을 내는 식당에 가면, 저는 항상 즈란 양고기를 시킵니다. 왜냐면 어지간하면 맛있기 때문입니다. 이 날 즈란 양고기는 제가 먹어본 것 중 최고였습니다. 적당히 짭조름한 맛에 즈란 향이 잘 어우러집니다. 고기도 씹는 맛이 좋습니다. 이 날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그냥 몇 젓가락하고 말아야지 싶었는데, 즈란 양고기에 급 치유됩니다.

 

향라닭날개 (15,000원)

기세를 몰아 향라닭날개를 먹어봅니다. 닭을 튀긴 것이니 맛이 없을 리가 없습니다. 튀김옷이 아주 바삭하고 살도 아주 맛있게 익었습니다. 다만 즈란 양고기에 너무 기대치가 올라간 것인지, 이 요리는 향라 닭날개로써는 그닥 특별하다라고 할 것까지는 없는 느낌입니다. 아주 잘 튀겨낸 옛날 통닭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향라 닭날개치고는 간도 삼삼하고 양념이 약하다는 느낌입니다. 지난주에 먹었던 이태원 양꼬치의 향라닭날개가 너무 강력했던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닭튀김으로써는 훌륭합니다. 배 적당히 출출할 때 하나 시켜놓고 소주 먹기 좋은 종류의 치킨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짬뽕탕 (6,000원)

짬뽕탕입니다. 아무래도 술먹으니 국물하나 필요할 것 같아 시켰습니다. 국물이 기가 막힙니다. 종종 친구들과 음식의 맛을 평가할때 소주를 척도로 삼곤 합니다. 이 안주 가지고 소주 몇 병을 조질 수 있냐는 거죠. 그 척도를 적용하면 이 짬뽕탕이야 말로 가성비 탑 수준의 음식입니다. 다른 것 필요 없이 요거 하나만 가지고도 인당 세 병 씩은 후루룩 들어갈만한 합니다. 칼칼하고 시원한 짬뽕국물, 안주의 정석입니다. 사진에는 잠겨 보이지 않지만 국물 안에 건더기도 꽤 있습니다.

 

양고기 볶음밥 (8,000원)
한 수저 얻어옴

배가 많이 고팠던 친구가 시킨 양고기 볶음밥입니다. 이미 요리들로 달아오른 상태가 기대가 컸습니다. 친구가 한 숟갈하고 나서 갸우뚱, 밥이 너무 질다고 합니다. 저도 한 수저 들어보는데, 밥이 너무 집니다. 일부러 이렇게 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생각하는 기름에 꼬들하게 볶인 그런 맛은 아닙니다. 취향에 따라 이런 류의 진 볶음밥을 좋아하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직원께 밥이 원래 이런지 여쭤보니 그렇다고 하시는데, 저희도 질문을 모호하게 하기도 했고 직원분도 아무래도 중국분이시다보니 저희 말을 제대로 이해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다음에 와서 다시 먹어보면 풀릴 의문이겠습니다.

 

양장피 볶음 서비스

둘이 앉아서 요리 두개에 짬뽕탕에 식사까지 시켜먹고 있으니 서비스가 하나 나왔습니다. 서비스가 중식당에 가게 되는 맛 중 하나이지 않나 싶습니다. 적당히 넉넉하게 시켜먹고 있으면 어김없이 나오는 서비스.

고수를 좋아하기에 감사하게 먹었습니다. 양념이 새큼하고 중국 당면은 쫄깃합니다. 양고기에 닭튀김에 새콤한게 하나 땡길법도 할때 나온 서비스, 나이스 타이밍입니다. 

 

냉면 (8,000원)

뒤늦게 합류한 친구가 시킨 중국 냉면입니다. 이 분야는 처음이라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다른 중국 냉면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새콤한 맛의 냉면입니다. 양장피 먹기 전에 먹었으면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쉽게도 마감이 조금 빠릅니다. 11시쯤이면 장사를 접으시는 듯 합니다. 저희도 마지막 손님으로 있다가 나오니 이미 간판에 불도 꺼졌습니다. 

 

보통 요리 좀 한다는 중식당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죠. 약간은 허름하고, 왠지 위생 상태도 애매할 것 같은 그런 느낌. 허나 이 집의 최대 장점은 깔끔함에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내부사진은 찍지 못했으나, 깔끔한 인테리어 속에서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의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습니다. 다만 화장실은 푸세식이니, 용무가 있다면 미리 해결하고 가는 지혜가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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