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동식] 서교동/합정역 - 맑은 국밥, 깔끔함, 한식

미국인 친구가 한국에 놀러온다는 이야기를 듣자 바로 들었던 생각은 '아 이 친구 오면 어디 식당을 데려가지' 였습니다. 한국에 왔으니 한 끼 대접은 하고 싶은데, 너무 비싼 것을 사주기엔 저도 부담이고 그쪽도 부담될 테고, 그렇다고 맥도날드 데려가서 빅맥을 사먹일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게다가 친구의 출신은 LA, 웬만큼 유명한 한식은 아마 한인타운에서 이미 먹어보았을 것 같으니 고민은 한결 깊어집니다.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을 먹이고 싶다는 생각에 을지로로 갈까 하다가 바로 고개를 젓습니다. 한식 같은 한식을 사주되 너무 노포 같지 않은, 다시 말해 깔끔한 분위기에서 잘 만든 한국 음식으로 한 끼 때울 수 있는 곳이 어딜까, 그때 바로 이곳 옥동식을 떠올렸습니다.

 

깔끔한 외관

합정역에서 7~8분 정도 걸어 내려오면 주택가 한 가운데에 옥동식이 있습니다. 아마 2017년쯤 굉장히 핫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항상 웨이팅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 날은 없더라구요. 괜히 쫄았었음. 날도 더운데 외국인 데리고 기다리기는 조금 힘들 거 같아서..

 

나름 오픈 키친
수저 받침이 있는 것 너무 좋다

대략 10~12석 규모의 작은 식당입니다. 바에 주루룩 앉아서 먹는 형태 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주방이 보이고 내 곰탕 토렴하는 모습도 다 볼 수 있습니다. 

그릇과 수저세트가 마음에 듭니다. 이런 깔끔한 식기구도 이 곳을 외국인 접선 장소로 선택하는데 한 몫했습니다. 

 

인스타 보니까 다른 메뉴가 있는 날도 종종 있는 듯

메뉴는 단 한 가지, 다만 사이즈를 고를 수 있습니다. 저는 보통만 먹어도 양이 차길래 굳이 특을 시켜보지는 않았습니다. 가격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아마 두배 정도의 양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보통도 아주 적은 양은 아닙니다. 먹고 나면 조금 아쉽다는 마음이 드는 딱 그 정도입니다. 물론 제 기준. 

 

토렴하는 거 구경하는 거 재밌음

주문을 하면 바로 이렇게 토렴을 해서 국물에 밥이 섞인 채로 나옵니다.

 

돼지곰탕 보통 (8,000원)

맑은 국물을 가진 돼지곰탕입니다. 맵지 않고 담백하고 시원한 맛입니다. 부담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온도도 적당해 나오자 마자 덤벼들만 합니다. 순대국집에서 매번 입을 데고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국밥 온도에 대한 배려는 필수라고 생각됩니다. 한켠으로는 국물이 소고기 무국 같기도 합니다. 김치 없이 특을 먹으면 살짝 질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고기는 지리산 어디 돼지를 썼다고 하는데 얇게 썰려 먹기에 괜찮습니다. 밥을 다 먹은 후에는 조금 아쉬워 그릇을 들고 국물을 후루룩 마셨습니다. 국물은 맑지만 힘이 없는 건 아닙니다. 국밥이 굳이 얼큰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대체로 한식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맵고 짜고 뜨겁고 자극적인 음식입니다. 확실히 한국인의 입맛에는, 물론 제 입 맛에도, 그런 자극적인 게 맛있습니다. 한 수저 뜨는 순간 직관적으로 '아 이건 진짜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비빔밥보다는 이게 진짜 한국의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미국인 친구들을 맵지 않고 담백한 국물을 내는 이 곳 옥동식으로 데려온 이유는, 그 한국의 맛에 미국인들도 공감을 할 지를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고기를 찍어 먹는 양념
김치맛도 괜찮음

옥동식의 맑은 국물이 주는 매력은 어쩌면, 자극 일변도의 한식에 대한 반발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분명 자극적인 한식이 주는 매력도 강렬하지만, 때로는 이런 류의 한식이 필요합니다.

 

미국에서 온 두 친구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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