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보, 이수역 - 삼고초려 후 만난 연어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19. 12. 30. 08:44
이상하리만치 가는 날 마다 타이밍이 안 맞는 집이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쇼보'가 그렇습니다. 올해 여름부터 들리려고 마음을 먹고, 이수에 올때마다 틈틈히 찾아갔으나 항상 휴무였던 것입니다. 물론 '쇼보'가 불성실하게 영업을 한 것은 아니고 제가 보통 이수에 가는 날이 일요일이고, 이곳의 휴무일도 일요일인데다가 매번 제가 그 사실을 까먹었던 이유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요일이 아닌 날 이수에 들러 '쇼보'에 방문했습니다. 혹시 몰라서 예약까지 했던 것입니다.
예약시간에 늦어 헐레벌떡 뛰어갔으나, 알고보니 사장님도 재료 손질이 늦어져서 10분 뒤에야 주문을 받을 수 있다고 하십니다. 코리안 타임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굳이 오픈시간에 맞춰 예약을 했더니 아무도 없는 썰렁한 가게에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창밖으로는 이수 거리가 보입니다.
오늘의 목표 메뉴는 연어입니다. 메뉴 이름 좌측에 파란 별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대표 메뉴인듯합니다. 굳이 연어 이름은 피겨 연어인데, 아마도 피겨 연아에서 따온 이름이 아닐지 합리적으로 의심을 해보았습니다.
젓가락은 굉장히 길쭉한 편입니다. 젓가락이 길쭉하다고 더 잘 집히고 그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약하게 튀긴듯구운듯한 건빵이 나왔습니다. 군대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지만 오늘의 동행자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기에 입을 다물기로 했습니다.
연어 한 판이 나왔습니다. 2만원 조금 넘는 가격에 이 정도 양이면 꽤 괜찮은 듯 싶습니다. 연어는 얇게 썰어 나왔습니다.
일단 사진을 많이 찍어 뒀습니다. 연어 밑으로는 얼음이 쫙 깔려있어 온도를 차갑게 유지해줍니다. 얼음과 연어 사이에는 양파들이 숨어 있습니다. 연어와 양파와 무순을 함께 먹으면 될 것 같습니다.
무순 좌측으로 연어 뱃살이 몇 점 올라 가 있습니다. 지방의 흰 줄이 더 굵게 들어가 있는 모습입니다.
연어만 먹으면 느끼할 수 있으니 샐러드를 함께 주셨습니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샐러드지만 연어와 곁들이기에 꽤 좋습니다. 그냥 연어만 집어 먹기에는 양이 좀 되니 심심하거든요.
연어-양파-와사비-무순 조합으로 첫 점을 시작했습니다. 아주 무난무난한 조합입니다. 연어의 감칠맛과 고소함을 즐기면서 동시에 채소의 아삭함도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이번엔 연어 안에 속재료를 넣고 돌돌 말아 먹어봤습니다. 몬가 비주얼적으로 더 나아진 느낌입니다. 약간 더 잘 말고 싶다는 괜한 욕구가 밀려옵니다.
예술혼을 잔뜩 발휘해 똘똘 싸맨 연어말이입니다. 잘 말은 것 같아서 더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동행자에게 촬영을 부탁해 사진을 얻어왔습니다. 살짝 삐져나온 양파는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데, 이는 이미 승천한 연어의 넋을 기리고자 제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진짜임!
뱃살은 말아 먹을 수 없으니 그냥 먹었습니다. 푸짐한 지방맛이 좋습니다. 많이 먹으면 질리겠지만 어차피 뱃살은 몇 점 안들어있어서 많이 먹을 수가 없습니다. 세심한 배려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더는 돌돌 말아 싸먹기가 귀찮아서 그냥 대충 먹기로 했습니다. 연어 특유의 감칠맛과 그 지방에서 나오는 고소함이 더해져 술 안주로 곁들이기에 참 좋습니다. 보편적 연어 만큼 쫄깃하지는 않았지만 퍼석퍼석하지 않고 괜찮은 연어였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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