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테이토 세트, 타코벨 - 포테이토 타코/브리또 시식기

우선 이 말부터 하고 싶다. 나는 타코벨을 좋아한다. 

 

여의도에 들른 김에 타코벨에 왔다. 점심 시간이라 사람이 많을까 걱정했으나,

 

매장 내부는 한 없이 한적했다. 여의도 전체에 사람이 가득한데 이곳만 고요한 느낌. 이러다 여기도 망하는건 아닐까 싶다. 타코벨이 하나하나 사라질때마다 내 마음도 아프다. 나는 그만큼 타코벨을 사랑하기 때문

 

매번 먹는 크런치랩 세트 대신 포테이토 세트를 주문했다. 포테이토 타코와 브리또가 콜라와 함께 나오는 구성. 

 

나오기는 금방 나온다. 

 

포테이토 타코

우선 포테이토 타코부터 먹기로 한다. 넓적한 소프트 토르티야에 양상추, 체다 치즈를 비롯한 타코벨스러운 재료를 채워 넣었다.

 

먹기 전에 까서 내용물 대강 확인. 사워크림도 들어간 듯. 먹어보니 나쁘지 않지만 어딘가 허전하다.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느낌. 타코 내부를 잘 살펴보니 고기가 없다. 그야말로 '포테이토' 타코인지라 고기 없이 감자튀김만을 넣어줬던 것이다. 차마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채식에 당황했다. 단백질 없는 타코는 심심하다. 그와중 차가운 치즈에선 쓴 맛이 도드라진다. 소스를 뿌리면 나아질까 싶었는데 소스가 없다. 카운터에 가서 요청했더니 500원 주고 구매해야한다는데, 돈 한푼 못버는 백수가 소스따위에 거금을 투자할 수는 없으니 그냥 없는대로 먹기로 했다. 언제부터 타코벨에서 핫소스를 돈주고 팔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으나 살사 없는 타코라니..

 

포테이토 브리또

솔직히 브리또에도 고기 없을까봐 살짝 쫄았다. 이렇게 계획에 없던 채식을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 근데 치즈는 들었으니 엄밀히 따지면 채식은 이미 물건너간거긴함

 

한 입 베어문다. 다행히 고기가 있다. 고기가 있으니 감자 맛도 덩달아 살아난다. 염도도 꽤 간간해 감칠맛이 잘 살아난다. 브리또 전체 크기는 그닥 크지 않지만 속은 단단하게 차있다. 앞선 타코에 비하면 선녀다. 

다만 뻑뻑하다. 특히 내가 처음 베어 물었던 쪽은 전혀 소스가 없다. 그야말로 감자, 고기, 토르티야 만의 단순 조합인데, 아마 조리상 실수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지 않다면 뻑뻑한 재료들로 목 메게 해 호흡곤란으로 나를 암살하려는 음모였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하이룽 나 치즈소스

아니나 다를까 먹다보니 소스가 반갑게 등장한다. 치즈소스 덕에 촉촉함이 가미되자 이제야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내가 타코벨에 기대하는 맛은 이런 것. 

 

짜잔 나 사워크림

막바지에 가니 사워크림도 까메오 출연한다. 진즉에 나올것이지. 기다렸자나

 

브리또 아주 끝자락에 소스 친구들이 모여살고 있었다. 남은 걸 한입에 넣고 우걱우걱 씹으니 내가 알던 타코벨이 기억 속에서 돌아온다. 

 

타코와 브리또 먹는데 총 3분도 안 걸린 것 같다. 허무해서 빈 종이들을 보며 테이블에 한동안 앉아있었다. 다행히 콜라는 많이 남아서 심심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놀라운 일 하나 더. 분명히 든든히 먹었는데도 배가 여전히 고프다. 잔반처리 기술혁명의 힌트를 여기에서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타코벨 좋아한다. 타코벨이 예전처럼 다시 말짱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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