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고로, 청담 - 독특하고 개성있는 갈치 파스타와 조개 피자

날 좋았던 어느 주말, 아메리칸 베이스 러스틱 퀴진을 표방하는 '시고로' 들러서 점심을 먹었던 이야기입니다. 영어로 써두니 말이 어렵지만 "아메리칸 베이스 러스틱 퀴진"이란 결국 미국 시골풍 음식을 낸다는 의미. 뭐든간에 영어로 써두면 괜히 있어 보이는 것입니다. 

 

'시고로'는 청담스퀘어 안쪽 언덕 골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간판에 녹이 슬어있는 것부터 왠지 시골스런 느낌을 내려한 것 같은데, 그런 것치고는 건물이 으리으리합니다. 

 

계단 위 가게 입구에는 이런 센스있는 간판도 있습니다. 영어 간판보다는 이게 훨씬 귀여운듯

 

가게 내부는 이런 모습입니다. 바 자리가 예닐곱 정도 준비되어 있고, 테이블 석도 꽤 많이 있습니다. 

 

저희는 이날 바 자리에 착석했습니다. 나무 인테리어가 가게 컨셉과 꽤나 잘 어울립니다. 가게 분위기 하나는 아주 미국 시골스럽게 잘 낸 것 같아요. 

 

그러나 가격은 시골스럽지 않은 것.. 

 메뉴는 파스타부터 빠에야, 스테이크까지 양식 전반을 아우릅니다. 

 

잔 와인 (12,000원, 1잔)

점심부터 기분 내기 위해 잔 와인도 두 잔 주문했습니다. 무슨 와인인지 따를 때 곁눈질로 슬쩍 확인했었는데, 지금와서는 기억이 안나는 것..

 

바 자리에 앉으니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직관할 수 있었습니다. 음식 기다리는게 지루하기는 커녕 오히려 흥미진진했던 것입니다.

 

갈치 스파게티 (24,000원)

가장 먼저 나온 것은 갈치 파스타. 

 

다른 테이블들을 참고했을때 '시고로'에서 다들 이건 꼭 먹는 것 같더라고요.

 

여러 종류의 호박들을 이용해 파스타 소스를 내고, 갈치 토막을 두어개 쯤 위에 올렸습니다. 

 

일단 갈치와 파스타의 조합자체가 꽤나 신박합니다. 기름기 있고 포슬포슬한 갈치인만큼 파스타와 어울리지 않을리가 없겠죠. 

 

갈치 토막을 잘 으깨서 파스타와 비벼 먹는 것을 직원분께서 추천해주셨습니다.

 

잘 비빈 파스타를 접시로 조금 가져와 먹어봅니다. 호박 베이스의 소스에서 올라오는 뭉근한 감칠맛과 갈치의 진한 생선향이 잘 어우러집니다. 

 

호박소스와 갈치를 따로 먹었더라면 이렇게 매력적이지 않았을텐데, 두 재료를 함께 으깨먹으니 맛의 깊이가 한층 더해지는 느낌입니다. 특히 갈치살 특유의 식감과 향이 부드럽고 달큰한 감칠맛을 가진 호박들과 상당히 잘 어울려요. 

 

계속 먹다보니, 고급스럽게 만든 갈치조림에 파스타 면을 넣어 먹는 느낌도 듭니다. 물론 매콤한 맛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갈치의 존재감이 확연하게 나타나니 그런 느낌이 들어요. 파스타 좋아하지 않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즐겁게 먹을 수 있을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메뉴는 조개 피자. 바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제 피자가 만들어지는 것을 직접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먹을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구경하는 것은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내 눈 앞에서 들어간 재료가 어떤 맛을 낼지 기대하게 되기도 하고, 먹으면서도 내 입안에서 나고 있는 맛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과정을 복기해보게 되니까요. 

 

클램 피자 (28,000원, 12인치)

클램 피자가 나왔습니다. 피자를 화덕에서 구워낸 후 따로 익힌 조개를 올려서 마무리했습니다.

 

사실 올라간 조개들은 비주얼 이외에는 맛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아마 그냥 내기에는 조금 허전해서 올리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함께 나온 레몬을 피자 전체에 한번 쭉 둘러 뿌려주고 나서 본격적으로 먹을 준비를 합니다. 

 

왠지 이런 컷도 찍어봐야 할 것 같아서 찍어봤던 것입니다. 

 

피자 위에 조개 살을 아쉽지 않게 올려서 구워냈습니다. 

 

조개 살 이외에는 크게 특별할 것 없는 치즈 베이스의 피자. 사실 먹기 전까지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한 입 베어먹는 순간 생각이 바로 바뀌었습니다. 일단 화덕에서 구워내 찰지고 쫄깃한 도우가 몹시 훌륭한데다, 탱글한 조개살과 화이트 소스의 조화 역시 아주 매끄럽습니다. 

 

맛있는 건 바로 사진을 더 찍어주어야겠지요. 도우가 얇으니 순식간에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빵 역시 쫄깃하고 부드럽습니다. 아주 맘에 들어요. 

 

개인적으로 조개를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클램피자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음에 온대도 다시 주문할 것 같은 메뉴. 

 

광어와 고수빙수 (18,000원)

요리 두개를 먹었지만, 약간 아쉬운 맘이 들어 광어와 고수빙수를 마지막으로 주문했습니다. 원래 에피타이저로 먹어야 맞는 메뉴 같지만 그냥 디저트로 먹기로 한 것. 

 

아래에는 숙성한 광어를 깔고 그 위로 고수빙수를 올려 냅니다. 독특한 조합입니다. 

 

먹어보면 빙수에서 고수향이 납니다. 아마 고수 갈은 것을 함께 얼려서 빙수로 갈아낸 듯 합니다. 중간중간에 뻥튀기도 들어있는데, 쫄깃한 광어회와 빙수의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식감에 바삭함을 더해주는 센스있는 터치였습니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고, 고수를 특별히 싫어하지 않는다면 누구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부담없이 상쾌한 맛인지라 이곳에 들린다면 한번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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