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면옥, 을지로 - 서울을 대표하는 평양냉면

서울의 평양냉면을 대표하는 집을 꼽으라면 누구든 '을지면옥'을 세 손가락 안에 꼽을 겁니다. 의정부계 평양냉면을 넘어 서울식 평양냉면을 상징하는 을지면옥에서 오랜만에 냉면 한 그릇을 하고 왔습니다. 

 

을지면옥은 을지로와 충무로가 교차하는 블록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로변에서는 사진처럼 가게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만 보이는데, 이 안으로 걸어 들어오면 을지면옥 건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골목 안쪽에 자리해 쉽게 찾기 힘든 위치인지라 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앞 건물 일부를 임대해 통로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던전 입구를 통과하는 듯한 통로 역시 을지면옥의 상징 중 하나입니다. 

 

가게 내부에도 메뉴판이 있지만 통로에도 메뉴가 있어 우선 사진을 찍어보았던 것입니다.

 

가게는 2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점심, 저녁 시간으로 계속 사람이 붐비는 곳. 저희는 이날 2층으로 안내 받았습니다. 

 

뜨끈한 면수부터 한잔 나옵니다. 평양냉면 맛있게 먹는 팁이 있다면 냉면이 나오기 전까지 최대한 갈증을 끌어 올리는 것. 그런 의미로 면수는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냉면 (12,000원)

냉면이 나왔습니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무심한듯 면과 육수를 담아서 냅니다.

 

그 위로 계란과 고기 몇 점 그리고 고춧가루를 대강 올리는데, 얼핏 봐선 투박한 손길이 성의 없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 냉면이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담음새와 상관없이 항상 내실있는 맛을 내기 때문이겠지요. 

주발째로 들고 냉면 육수 꿀꺽꿀꺽 삼켜내고 나면 투박해 보이는 음식의 외관 마저도 매력으로 느껴집니다. 목젖을 때리는 시원한 온도감과 입안을 간지럽히는 고기 육수의 감칠맛이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킵니다. 

펑양냉면에 관해 결코 공감하지 못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평양냉면은 밍밍하고 슴슴하다는 말. 물론 정말 슴슴한 간으로 육수를 내는 냉면집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유명 냉면집에서 내는 평양냉면들은 결코 간이 약하지 않습니다. 특히 을지면옥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오히려 차가운 온도를 뚫고도 혀끝을 저릿하게 만들 정도의 짠맛을 자랑합니다. 만약 평양냉면이 밍밍하고 슴슴하단 말에 도전을 꺼리시는 분이 있다면, 입문으로 을지면옥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냉면에 곁들이로 김치와 무절임이 조금 나오는데, 어차피 저는 잘 먹지 않아서 패쓰

 

이날 면도 상당히 훌륭했습니다. 메밀과 전분을 적당 비율 섞어 만든 면은 쫄깃과 부드러움의 중간을 제대로 짚어냈습니다. 적당히 부들부들해서 쉽게 빨아들일 수 있고, 입안에 넣었을 때 감촉이 좋습니다. 

 

냉면을 먹을때 가장 하이라이트가 되는 순간은 바로 고기 고명과 면을 함께 먹는 순간. 육향을 품은 고기가 육수를 만나 폭발적인 감칠맛을 냅니다. 

 

이날 냉면은 특히나 훌륭했습니다. 면 컨디션부터 육수의 간 까지 의정부계 평양냉면에 기대할 수 있는 모든 맛을 완벽하게 구현했습니다.

 

세운상가 재개발을 위해 을지면옥이 곧 철거된다는 소식이 몇 년 째 들립니다. 이번 포스팅을 쓰면서도 잠시 검색해보니 시기가 결정되지 않았을 뿐 재개발은 진행될 예정인 모양입니다. 재개발, 도시재생과 노포보존을 사이에 둔 논쟁이 오고간지도 오래이니 관련 이해당사자들끼리 합리적인 결론을 내렸으리라 믿습니다. 다만 제가 하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재개발 이후에도 을지면옥의 냉면 맛을 지금처럼 즐길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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