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래옥, 주교동/을지로 - 평양냉면의 클래식

우래옥은 평양냉면하면 곧장 떠오르는 집 중 하나입니다. 오랜 역사도 역사지만 간장을 베이스로 강한 간을 자랑하는 우래옥 만의 평양냉면 스타일이 확고하기 때문이겠죠. 

저 역시 우래옥 냉면의 팬 중 하나입니다. 정인면옥에서 평양냉면의 맛을 깨달았다면, 우래옥에서는 평양냉면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집과 먼 거리에 위치하고 있기도 하고, 웨이팅이 항상 있는 식당이다 보니 마음만큼 자주 가지는 못했었습니다. 

문득 동대문 부근에 볼 일이 있어, 온김에 오랜만에 우래옥에 방문했던 이야기입니다. 

 

우래옥은 을지로4가역 4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평일 점심 시간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웨이팅이 있었습니다. 로비에 이름을 적고 10분 정도 기다리니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2층으로 안내 받았습니다. 

 

메뉴판은 이런 모양. 

 

고기는 너무 비싸니까 눈길도 주지 않고 오른쪽 면만 봅니다. 쌀쌀한 날이라 국밥도 은근히 당겼으나 그래도 오랜만에 왔으니 평양냉면을 먹어야겠지요. 

 

사실 제게 우래옥은 어차피 물냉면만 시켜 먹는 곳이기 때문에 메뉴판을 제대로 살펴 본 적이 없습니다. 사진 찍으려고 뒤적이다보니 와인도 판매한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게됐네요.

 

로고 냅킨과 낱개 포장된 젓가락.

 

상당히 뜨거운 면수가 나옵니다. 이따 냉면 나오면 함께 먹으며 온탕냉탕을 왔다갔다 할 예정

 

평양냉면 (14,000원)

평양냉면이 나왔습니다. 우래옥 특유의 혼탁한 빛깔 육수. 군침돕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여러 장 찍었습니다. 오늘 보면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몰라요. 강남점도 문을 닫은 마당에 을지로는 집에서 워낙 멀어서..

 

배 고명이 수북히 올라갔습니다. 그 밑으로는 고기 몇 점이 깔리고 김치도 조금 들었습니다. 

 

간장향이 강한 육수는 들이키기 딱 좋은 냉수 온도로 식혀져 나옵니다.

 

언제나 그렇듯 그릇 째들고 육수부터 반쯤 꿀꺽꿀꺽 마십니다. 다른 냉면집에 비해 확연히 강한 짠맛과 간장 향. 그리고 그 뒤에 은근하게 따라오는 소고기의 감칠맛과 부피감. 제가 기억하는 우래옥 냉면 그 자체입니다. 최근 우래옥 냉면이 점차 맛이 가고 있다는 소문을 들어 살짝 걱정했으나 기우였던 듯 하네요. 이날 냉면 참 좋았습니다. 

 

육수 흡입 후에는 면도 덥썩덥썩 물어 먹습니다. 면은 적당히 탄성감이 있어 빨아들일 때는 치아로 톡톡 쉽게 끊기지만 입안에 넣고 우적우적 씹을 때는 씹는 재미가 있습니다. 메밀향이 아주 강하지는 않은 편.

 

고기 싸서 면과 함께 입에 넣은 뒤, 그릇 째로 육수를 마시면 평양냉면의 고기의 감칠맛과, 면의 식감 그리고 육수의 육향까지 한번에 즐길 수 있습니다. 짜릿한 맛.

 

기본 찬으로 나오는 김치는 그냥 의무적으로 몇 점 집어 먹습니다. 

 

이쯤되면 뭔가 아쉽습니다. 뭔가 더 먹고는 싶은데 그렇다고 진짜 한 그릇 더 먹기에는 서서히 물배 차오르는 타이밍. 

 

남은 면이나 성심성의껏 먹기로 합니다. 

 

만족스러운 냉면 한 그릇이었습니다. 집에서 멀지만 않았더라면 자주 다녔을 텐데요. 그나마 가깝던 강남점이 살아있을때 자주 들렀어야 하는 것인데,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냉면 때문에 제가 우래옥 옆으로 이사갈 수는 없으니 우래옥이 우리집 몇으로 이사왔으면 좋겠다, 뭐 그런 생각을 하며 육수를 끝까지 다 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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