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돌이켜 보았을 때 참 빠른 것 같습니다. 고3 때도 그랬고 군대때도 그랬습니다. 한창때는 끝이 안 보이는 것 같지만 또 막상 끝날 때가 되면 산울림 노래 마냥 '아니 벌써?' 싶은 것입니다. 저의 미국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타향만리 머나먼 땅에 와서 괜히 왔다 땅을 치며 후회하던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집에 돌아갈 때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간 계획했지만 해내지 못한 것도 있고, 하려는 생각은 있었는데 계획 조차 짜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아쉬움은 아쉬운 대로 내버려 두고 이제는 짐을 싸야할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물론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예전과 같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과거, 앞으로 남은 시간이 너무 많아 어떻게 써버려야할지 몰라 그저 침대에 뒹굴던 저의 모습이 조금 한스럽기도 하다가, ..
오늘 점심은 치즈 버거입니다. 냉동고에 들어있은지 오래 되어 상태가 걱정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화이트 캐슬이라는 브랜드는 물론, 이런 네모난 치즈 버거가 세상에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위키백과 가라사대 화이트 캐슬은 무려 미국 최초의 패스트푸드라고 합니다. 우연찮은 기회에 화이트 캐슬이 치즈버거로 꽤 유명한 브랜드라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그게 마트 갈때 마다 있던 그 네모한 치즈버거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영화관이나 경기장에서도 흔히 팔고 있는 미국의 대중간식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그 맛이 궁금하여 냅다 사왔던 것입니다.주변에 매장이 있다면 가서 사먹어 보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해 그냥 전자레인지로 데워먹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네모한..
파스타 1인분을 계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각종 티비 프로그램과 유튜브에서는 검지와 엄지로 면을 말아쥐었을때 단면이 500원 동전 크기면 성인 남성 한 명이 먹기에 적당하다고 말한다. 거 참 무책임한 말이다. 도대체 누가 요리하는데 주방에 500원을 들고 간단 말인가. 설령 우연찮게 앞치마 주머니에 동전이 하나 있었다고 해보자. 그래도 동전 크기로 파스타 양을 맞추라는 것은 여전히 실용적인 조언이 못 된다. 세균이 득실한 500원 짜리 동전과 파스타면을 번갈아가며 주물럭 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결국 우리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머리 속에 500원짜리 동전을 그려 놓고, 파스타 봉지에서 면을 한 움큼 꺼내 쥔 다음 그 가상의 동전에 빗대어 가며 크기를 가늠한다. 그런데 이 동전은 아무래도 실체 ..
오늘은 간단하게 점심을 때울 것입니다. 점심까지 밖에서 사먹으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점심 메뉴로는 셰프 보야디 캔 파스타가 간택되었습니다.마트에 갈때 마다 보이길래 언제 한 번 너댓개쯤 집어와 봤던 것 중 남은 것입니다.오늘은 비파로니를 먹기로 했습니다. 마카로니와 비프의 합성어 쯤 되는 것 같습니다. 제발 먹을만 하기를 바랄 뿐입니다.저번에 미트볼 스파게티와 라비올리를 먹었었는데 별로 였기 때문입니다.가격은 한 캔에 89센트 정도 주고 사왔던 것 같습니다. 싼 맛에 홀려 나도 모르게 샀던 모양입니다. 한국의 번개 장터에서도 절찬리에 판매중입니다.여기선 1캔에 89센트인데 태평양을 건너자 12캔에 3만 5천원이 되었습니다.대항해시대는 그냥 나온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밑천이 생기면 캔파스타..
인간은 보통 하루 세 번 식사를 합니다. 혹자는 이러한 식습관이 인간에게 정착된지 그닥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으며, 불과 몇 백년 전까지만 해도 아침과 저녁만을 먹는 1일 2식 생활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옛날에는 지금처럼 음식물 쓰레기가 남아돌정도로 식량 생산량이 폭발적이지도 않았을 테니 나름 일리 있는 이야기 같습니다. 과거가 어쨌거나 저쨌거나, 현대인은 1일 3식을 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적용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 세끼를 챙겨먹어야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고, 실제로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현대인으로서 꼬박꼬박 하루 세끼를 챙겨먹으려 노력하고 있으나 저의 빈약한 지갑사정과 파산 직전의 재정 상태로 인하여 그 노력이 좀처럼 이..
얼마 전 친구가 말했다. 끼니를 때우는 것과 식사를 하는 것은 다르다고. 맞는 말이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가 덧붙여 말했다. 미국에 살다 보니 식사다운 식사를 해본 지가 참 오래되었다고. 또한 그랬다. 가난한 외노자로서 미국의 살인적인 식당물가를 고려하고, 부엌을 맘 편히 쓸 수 없는 셋방살이 신세임을 고려했을 때 식사다운 식사를 하는 것은 우리에게 사치다. 참고로 그날은 간만에 사치를 부리려고 마음을 먹은 날이었고, 간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하고 난 우리가 식당에 결제해야 했던 가격은 13만원에 육박했다. 셋이서 삼겹살을 먹은 결과다. 그럼에도 나는 기꺼이 미식을 추구하겠다. 비록 간편식으로 한끼를 대강 때워 넘겨야 할지라도 그 잠깐의 섭취 속에서 최고의 맛을 찾겠다는 것이다. 정수기와 전자레인..
여러분들은 전문가라고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는 분야를 가지고 있는가? 아마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어느 한 분야만큼은 내가 그 누구보다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고, 어떤 질문에도 나만의 견해를 내비칠 수 있다고 감히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문가가 되는 일은 굉장한 일이다. 그 분야에서만큼은 당신의 견해가 권위를 갖고 남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그 분야에 어떤 이슈가 생길 때 마다 사람들은 당신의 의견을 묻고 그 의견을 대체로 수용할 것이다. 전문가라는 명함은 그런 류의 것이다. 나는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여기저기 겉핥기 식의 얕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분야들은 조금 있지만, 어느 한 분야에도 자신 있게 내가 전문가라고 주장..
만약 외국인에게 한국 음식 중 딱 한 가지만을 소개할 수 있다면, 나는 주저없이 삼겹살을 선택할 것이다. 그 이유는 삼겹살이 싸고 맛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돼지는 아마 무슬림을 제외하고는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사랑 받는 고기이고, 부위에 상관없이 대개 안정적인 맛을 보장하기 때문에 불호에 대한 리스크가 적다는 점에서 다른 한국 음식보다 우위를 지닌다고 나름 논변해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식의 한류 열풍의 선봉장으로 딱 적절하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다. 라고 생각을 하고 보니 삼겹살이라는게 별로 특별하지도 않고 다른 나라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요리인지라 기존의 선봉장이던 비빔밥이 그 직책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뭐가 어찌되었든 나는 오늘 집에서 혼자 삼겹살을 구워 먹을 것이고 ..
쉼표 없는 글은 읽기 힘들다. 아무리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도 쉼표가 없으면 읽다 금새 지친다. 적재적소에 '쉼'이 필요하다. 글쓰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살아가는 데에도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 잠시라도 쉬면 뒤쳐진다는 불안감. 토끼와 거북이의 교훈이 잘못 읽히고 있다. 토끼는 여유부린다고 잠을 자서 거북이에게 진 것이 아니다. 전력질주로 결승전 부근까지 달려왔기에 피곤해서 그만 잠이 든 것이다. 처음부터 쉬엄쉬엄 뛰었으면 토끼가 거북이에게 질 일은 없었다. 쉼에 대한 필요성은 깨달았으니 이제 남은 질문은 '어떻게 쉬느냐'다. Why를 알았으면 How가 궁금한 법이다. 글쎄, 나도 잘 모른다. 모두에게 쉼의 의미는 다른 것이 아닐까. 누군 쉴 때 게임을 한다지만 나는 한 시간만 해도 눈이 ..
좋았던 기억은 머리 속에 오래 남을 것 같지만 사실 일상을 빡빡하게 살아가다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행복했던 기억이지만 기억은 기억일뿐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에 끼어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그렇게 잊고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그 좋은 추억들입니다. 자기 전에 어쩌다 잠시 떠올리곤 흐뭇한 미소를 짓게하는 그럼 기억들 말입니다. 저에게 미국 음식이라는 것이 그런 류의 기억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미국에서 먹었던 미국 음식들을 기록해 볼 것입니다. 인턴 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한 달 정도 미국 여행을 했습니다. 그 첫 번째 행선지였던 라스 베가스에 가던 길에 아침으로 사먹은 크리스피 도넛입니다. 10불짜리 고속버스를 타면 잠시 들리는 휴게소에 있던 것입니다. 어차피..
3월 말일에 미나리파스타 만든게 아무래도 맘에 들어서 그거 하나 자랑할 겸 적어보는 지난 달의 식사일지 핫딜 뜨길래 투움바 봉지라면 사서 끓여 먹어봄 먹을만은 한데 근시일 내에 두번 먹을 생각은 안날듯 웨이팅 세시간 해야 먹을 수 있는 판교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었다. 근데 예상과 달리 진짜 맛있는 고기였어서 놀람 기왕 판교까지 온김에 시가바에 가서 시가도 한대 피고 옴 여기 시가바가 생긴지 얼마 안되기도 했고 손님이 별로 많지도 않아서 그런지.. 가게에 시가 냄새가 덜 배어있어서 좋음 묵혀둔 기프티콘 기어이 처리 업계 형과 간만에 만나서 감자탕 한 사발 해치우기 뭔가 한국인처럼 먹고 싶었던 날 사무실 책상도 상당히 더러운 건 매한가지.. 빵은 그냥 그랫음 집에 반찬이 많아도 맥도날드는 못참지~ 젊은이들끼..
하마터면 밀릴 뻔한 2월의 식사일지 운동 후 간편한 단백질 충전 위한 간단 식사를 고민하다가 결국 편의점에서 치킨을 사먹었다. 그리고 맥주도.. 대학교 친구들을 간만에 만나 중식에 고량주를 마셨다. 고량주 병이 인상 깊어서 한 컷. 삼겹살 집을 가다가 간판이 제법 인상적인 곳이 있어서 그냥 거기 들어가서 먹었다. 삼겹살은 삼겹살인가 뭔가 바싹불고기 같은 삼겹살이랄까. 깔끔하게 먹기엔 좋으면서도 또 삼겹살의 기름지고 폭력적인 맛이 그리워지기도 하는 오묘한 맛. 근데 나중에 또 가볼거같긴함 늘 그렇듯 언제 한번 또 시켜 먹은 듯. 집에 족발이 남았길래, 사실 그냥 먹으면 그만인데, 괜히 또 요리가 하고 싶어져서 뼈에 고기 일일히 살 바르고 간장에 양파 넣고 한번 후루룩 볶아서 먹었다. 맛은 있는데 만드느라 ..
24년 새해를 맞이하며 먹었던 음식들을 모아본다 새해 첫 식사는 떡국이 아닌 갈비탕으로 시작. 근데 갈비탕에 떡이 들었었구나 대신 새해 첫 집밥을 떡국으로 시작. 과메기도 반찬으로 먹었었나 봄?(진짜기억안남) 떡국 육수로 쓰였던 사골국으로도 한 끼 해결했다 빕스 이름 달고 나온 냉동 피자 핫딜로 샀는데, 빵에 은은한 단맛이 있어 내 스타일은 아닌 것으로 결론 귀여운 햄버거 피규어를 준다길래 냅다 해피밀을 시켜 먹었다. 맛있음과 애매함의 중간을 보여주는 와인바에서 저녁을 먹었다. 맛있음과 애매함의 중간을 보여주는 와인바에서 저녁을 먹었던 이유는 바로 이곳 오뎅바를 웨이팅 하기 위해서였다. 일본 여행에서부터 못 먹은 오뎅 드디어 올 겨울 숙원 사업 해결했다 멕시카나에서 치토스 치킨이 나왔다길래 한번 먹어봤는..
23년도 지나갔다. 으아 돌아보면 언제나 시간은 빠르다. 이래저래 지나간 12월의 식사일지를 남겨본다. 이렇게라도 기록하지 않으면 빠르게 흐르는 시간에 휩쓸려 모두 다 휘발되어버릴 기억같아서 12월의 스타트는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먹을만한 라멘집인 신바야시쇼쿠도. 요번에는 동행자도 데려와서 함께 먹었다. 안 먹어본 메뉴를 시도해보려 했으나 하필 이에케라멘만 주문이 가능했던 날. 점심엔 라멘을 먹고, 저녁에는 친구가 강추한 삼겹살 집에가서 뼈삼겹을 먹었다. 고기도 제법 맛있고 사장님은 자신만의 특이한 방식으로 친절한데 삼겹살 집들이 으레 그렇듯 살짝 시끄러워서 대화는 어려웠다. 이 날의 마무리는 우리 동네에서 가장 그럴듯한 바에 가서 칵테일과 위스키를 마셨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괜찮은 바가 있다..
엥겔지수가 매달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동행자와 내 생일이 둘다 있었던 11월의 식사일지 외근 나가서 사먹는 맥도날드의 맛 광화문 뽐모도로의 봉골레는 해장에 좋다. 비싼 초콜릿을 사먹어봤다. 왼쪽은 맛있고 오른쪽은 맛 없다. 스팸을 정갈하게 담아보고싶은 욕심 동기모임에서의 삼겹살. 늦참했더니 멜젓은 이미 타버린 뒤였다. 2차에서 생각보다 급발진해서 늦게까지 먹었다.. 뷰 좋은 곳에서 우아하게 커피 및 치즈케이크 섭취. 돈카츠를 꼬치에 끼워서 주는 돈카츠 집에서 돈카츠와 쿠시카츠를 먹었다. 원래는 서서먹는 이자카야인데 어째 의자가 있는 자리가 있길래 앉아서 먹었다. 파파이스 배달이 되는 곳에 사는 것은 행운이다 북어국을 끓였다. 뭔가 아쉬워서 이것저것 계속 추가하다보니 점점 잡탕이 되어간..
불타는 엥겔지수를 보여줬던 10월의 식사일지. 이번달 소식한다고 살도 빠졌는데 막상 먹은것들은 사진으로 모아놓으니 양이 제법 되는구만 발리에서의 호텔 수영장 기억이 너무 강렬하게 남은 나머지 수영장이 있는 호텔 아무데나 예약 잡고 가서 수영 후 마셨던 맥주와 피자/파스타 물에 들어갔다 나와서 먹는 음식은 언제나 달콤하다 이 날 저녁에는 아마 아시안게임 축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 호텔에서 보며 먹을 치킨을 주문했으나 맛은 쏘쏘..흑 대신 쌀국수는 제법 맛있었다 날이 좋길래 브루클린버거에서 버거를 포장해서 한강 벤치까지 가서 먹었다. 이날 풍경은 23년 최고의 풍경이라고 해도 무방할듯. 햄버거도 아주 훌륭했다. 올 한해 제일 기억에 남는 식사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예전에 사둔 양고기 처리를 위해 카레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