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7월 호] 연료충전일지 : 기억들이 떠나가지 않기를
- 시리즈물/월간 연료충전일지
- 2024. 8. 25. 00:11
왜 음식 사진을 그리 열심히 찍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 순간엔 괜히 민망해져 답변하지 못하지만 나의 대답은 이렇다.
'이거라도 안 찍으면 지금의 추억은 금세 휘발되어 버릴 걸?'
찍어놓은 음식 사진을 보면서도 대체 이게 언제 누구랑 먹은 음식을 기억 못하는데, 만약 사진이라도 찍지 않는다면 그들과 함께 했던 기억과 감정을 보존할 수 없을테니까.
7월엔 이런저런 일들에 휘청휘청 감정 기복이 심했었다. 그러나 한 달 쯤 지나 사진첩을 돌아보니 그 감정들은 한순간일 뿐, 제대로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그러니 블로그에 기억들을 옮겨 적으며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 글을 남기기라도 할 수 밖에.
장마철을 대비해 블런드스톤 첼시부츠를 사러가기 전 먹었던 타코. 맛은.. 기억이 안난다. 맛있었을듯 아마...?
노트북 안 갖고 온 선배를 위해 점심시간에 기어이 목동까지 나가서 먹었던 삼겹살. 진짜 한참 배터지게 먹었다. 생각해보니 이게 겨우 한달 전 일이구나. 이런 일이 있었던 줄도 까먹고 있었다 사실
아팠던 친구를 위해 헌혈을 하고 노량진에서 먹었던 오코노미야키.
회사 워크샵에서 나온 점심 갈비탕. 1박2일 우당탕탕 워크샵이었는데 완전 까먹고 있었다. 이또한 한달전 일이었구나,,
함께 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 했던 친구 커플의 결혼식에서 먹은 밥. 간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잔뜩 봐서 좋았다.
일요일 오전 조식으로 간만에 파파이스를 시켜먹었다. 근데 어쩌다보니 파파이스 점심에 또 먹었음
친구가 고맙게도 선물해준 경탁주. 거어얼쭉하고 꾸덕한 것이 내 스타일이긴한데 사실 나보단 동행자가 더 맛있게 마셨다.
친구가 떠났단 소식을 듣고, 우선 또다른 친구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던 중에 먹었던 맥도날드. 새로 나온 토마토비프버거를 먹었던 것 같은데 맛이 기억날리가 없다..ㅋㅋㅋ
다음날 출근해서 친구 장례식장에 가기전에 회사사람들과 먹었던 마제소바.
또 그 다음날.. 발인을 기다리며 애들이랑 잠깐 밖에 나가서 먹었던 닭칼국수. 이건 참 맛있었단 기억이 난다.
경환이도 이때는 우리 테이블에 잠깐 앉아 있다 가지 않았을까.
그 다음날은 어김없이 출근했다. 편한 사람들과 늘 먹던대로 점심을 먹었다.
그러고 보니 그 주엔 홍콩에도 여행을 다녀왔었다. 이젠 인천 출국이면 꼭 이 타코벨 브리또를 먹어줘야 기분이 난다.
홍콩 도착해서 첫끼. 회사 선배가 추천해준 만두집이었다. 탄탄멘도 맛있고 만두도 맛있고 무엇보다 비행기 타고, 더운 홍콩 날씨 뚫고 식당까지 오느라 고생한 나에겐 맥주가 너무 맛있었다.
홍콩 커피도 한잔
식감이 독특한 홍콩 국수에 홍콩두유도 먹었다. 국수는 우두두둑 끊기는 특이한 스타일에다 국물도 살짝 달큰한 맛이 있어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데, 나는 다행히 맛있었음
그리고 두유는 진짜 너무 시원해서 좋았다. 이거만 있으면 홍콩 더위도 문제 없을듯
첫째날 밤엔 야경이 좋은 루프탑 바에서 맥주와 칵테일을 잔뜩 마셨다.
홍콩 느낌 낭낭하게 나는 야식을 찾아 이미 얼큰한 채로 숙소 근처를 배회하다가 결국 홍콩오징어무침을 사왔다.
이제와 궁금한거지만 이거 한번 더 볶아서 먹어야했던 건 아니었겠지... 암튼 배탈은 안 났고, 맛도 괜찮았다. 아참 젓가락은 한국에서 가져온거임
이튿날 아침엔 홍콩딤섬을 먹었다. 솔직히 한국에도 딤섬 잘하는 집 많긴한데 여기랑은 가격이 달라 가격이~
홍콩 현지인식당 가고 싶다고 떼를 써서 점심엔 홍콩 현지인밖에 없는 식당가서 밥을 먹었다. 근데 진짜 식당에 그 누구도 영어를 할 줄 몰라서.. 걍 아무거나 주시라고 했더니 나온 음식들.
그래도 다 맛있었다. 중간 사진은 닭죽맛 나는 스프에 밥을 말은 듯한 음식, 젤 오른쪽은 홍콩식 la갈비 느낌 정도랄까..아 그리고 젤 왼쪽은 아이스밀크티였다.
길거리를 지나다가 청결해보이는 노점에서 깨찰빵을 파는걸 보고 참지 못하고 샀다.
홍콩 깨찰빵 일단 파리바게트는 넘었음
홍콩납작복숭아는 실패.
홍콩아이스라떼는 성공
홍콩에 왔으니 한끼는 그래도 그럴듯한 식당에서 그럴듯한 느낌 내며 먹고 싶어서 한국인 평점이 높은 그럴 듯한 식당에 갔다.
분위기도 정말 그럴듯하고 음식들도 너무 좋았다. 차와 함께 먹는 기름진 음식은 정말 최고야
마파두부, 샤오롱바오, 북경오리, 볶음밥 등등 먹었는데 이중 원픽은 볶음밥. 집에 가기 직전에야 나왔지만 먹어보니 용서가 가능한 맛. 이렇게 부슬부슬한 쌀알들 정말 너무 좋다.
아쉬워서 숙소의 호텔 바에서 한잔 더 했다. 여행왔으니깐 플렉스
디즈니랜드 가는날 아침엔 유우명 차찬텡 집에서 홍콩파인애플번과 홍콩프렌치토스트를 먹었다.
월요일 아침이라 아침부터 날아오는 업무연락에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흑
근데 식사에서 젤 맛있었던 건 그래도 따뜻한 홍콩밀크티였다는 건 아직도 기억남
디즈니랜드에서 먹었던 식사들. 맛도 가격도 어느하나 장점은 없지만 배고파서 만족스럽게 먹게되는 음식들..
버거는 헐크버거, 제일 오른쪽에 저게 뭐지 싶은 음식은 겨울왕국 뭐시기
마지막 날 야식은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홍콩 느낌 낭낭하게 나는 현지식 홍콩패스트푸드. 영어 한글자 적혀있지 않은 노점에서 사왔다.
위쪽의 것은 량피 같은데, 소스는 말이 안 통해서 못골랐고 오리고기랑 몇가지 토핑을 추가했다. 아래쪽의 것은 완자인데 이거도 말이 안통해서 그냥 암거나 달라해서 받아왔다. 결론은 위 쪽의 량피는 대성공, 아래의 완자는 걍 그냥저냥 먹을만 했음.
그리고 왼쪽의 핫치토스는 여전히 너무 맛있는데.. 언제 한국 들어와..이거 들어오면 분명히 허니버터칩처럼 줄서서 살텐데 내가 수입하고싶다
공항가기전 마지막 홍콩식사는 숙소 근처 차찬텡에서 했다.
이날부터 몸살 기운이 본격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해서.. 뜨끈한 국물들이 전반적으로 너무 맛있었던 기억..
인천 내려서 도무지 집에 갈 기운이 없어서 푸드코트에서 먹었던 톳김밥과 칼국수.
외국인 입장에서 입국하자 먹기엔 너무 레귤러하지 않은 음식이 아닐까란 생각이 문득 들긴했다
귀국 후 몸살로 고생하는 나를 위해 동행자가 보내준 전복죽. 괜히 파스타 접시에 담았더니 모양이 이상해졌지만.. 맛있었다.
홍콩에서 미처 사오지 못한 제니쿠키도 동행자께서 컬리를 통해 보내주었다. 감사와 감동 그 자체..
몸살 와중에 예전 회사 동료들과 함께한 타코 삼매경. 전반적으로 먹기는 힘들었지만 맛은 있었다.
몸살 얼추 회복하고 나니 바로 김천출장.. 그래도 아침에 맥모닝 먹으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지각해서 기차 시간 미뤄서 간신히 맥모닝 살 시간을 났다. 그마저도 사실 맥모닝 늦게 나와서 기차 못 탈뻔..
김천 출장 끝나고는 곧장 경주로 갔다. 경환이 집에 가서 소고기를 구워먹었다.
어머님을 보니 도무지 일어날 수가 없어 생각보다 오랫동안 앉아있었다.
경환이 집에서 나와서는 친구들과 육회를 소주를 한 잔 더 했다. 안 할 수가 없었다.
다음날은 맘 먹고 친구들끼리 추억 만들기 위해 경주월드의 워터파크를 가기로 했다. 가기전에 경환이네 누나께 추천 받았던 밀면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워터파크에서 나와선 경환이네 누나가 추천해주신 갈비를 먹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십원빵을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경주 온김에 하나 시도해봤다.
감상평은 맛을 다 떠나서 넘 뜨겁당..
왕릉 앞 힙한 커피집에서 커피도 마시고 기차 타러감
집에 얇은 소고기 팩이 있어서 구워보니 아무래도 이건 스테이크에그로 먹어야 제맛일것 같아서 달걀도 부치고 오트밀도 돌려서 먹었다.
이거 완전 하와이바이브
만족스러워서 또 해먹음
멕시카나 치토스치킨. 굉장히 할인하길래 걍 시켰다. 치킨 중에 뿌링클류 2등. 물론 1등은 뿌링클임
남의 돈으로 먹는 쉑쉑은 언제나 달콤하다. 속이 허한 김에 버거 두개 먹어버림
업계 모임으로 고오급 횟집에서 병어회와 민어전을 먹었다. 민어회는 비싸서 못먹음 힝
회사 점심엔 필동면옥을 다녀왔는데.. 이달은 면 상태가 별로였음 ㅠ
회사 후배의 최애플레이스에서 저녁을 먹었다. 촉촉하고 따뜻한 돼지 머릿고기 수육은 너무 맛있어서 두 접시 시킴
동행자와 함께 했던 논현동 평양면옥. 난 의외로 장충동계가 더 맞는거 같기두..
저녁에 동행자와 갔던 그냥 그랬던 하이볼집..인데 사진은 왤케 많아
동네 사는 형 커플과 함께 돼지갈비 먹었다. 맨날 지나가면서 보기만 했던 동네 돼지갈비집인데 막상 먹으려고보니 웨이팅까지 있더라고..
우리 가족이 가는 돼지갈비집도 웨이팅이 항상 있는데.. 어쩌면 우리동네, 돼지갈비 특화동네일지도..?
돼지갈비 집 근처에 또 지나가면서 보기만했던 곳이 있어서 들러봤다. 근데 24년도라고 믿을 수 없을만큼 저렴하지만 푸짐한 양을 내는 곳이었다. 이곳의 물가만큼은 한 8년전은 되는듯.. 화장실 상태가 좀 메롱이긴 하지만 그래도 조만간 또 들를 이유가 있는곳.
기억이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 겨우 지난달의 식사들이지만 사진만 봐선 '내가 이걸 먹었다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이렇게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한 번 옮겨적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내 머리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기억들이었을지도 모른다.
한동안 귀찮아서, 혹은 민망해서 찍지 않았던 사진들이 참 많았는데.. 지금와서 생각하려 해봤자 기억나지 않는다.
앞으로, 앞으로는 좀 더 모든 순간들을 소중히 여겨야겠다. 어차피 모든 순간을 기억할 순 없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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