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르 커피, 약수 - 서서 마시는 에스프레소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1. 2. 3. 08:15
에스프레소는 한국에서 유독 인기없는 커피 장르입니다. 생전 처음 카페에 간 시골총각이 가격이 가장 저렴하길래 주문해 먹고선 쓴맛에 혀를 내두르는 그런 커피의 이미지랄까요. 그러니까 커피 깨나 마셨다는 사람들에게도 에스프레소는 일종의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셈입니다.
약수역 근방에 에스프레소를 메인으로 다루는 스탠딩 커피 바가 있다는 소식에 방문해봤던 이야기입니다. '리사르 커피' 입니다.
리사르 커피는 약수시장에서 뻗어나온 주택가 골목 1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건물 주차장 한켠에 이렇다할 간판도 없이 위치하고 있기에 별 생각없이 지나갈때는 이곳이 커피집이라고 추측하기도 어렵겠습니다.
가게 앞 작은 명패 하나가 이곳이 리사르 커피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서너평 남짓의 아주 작은 규모입니다. 의자는 따로 준비되어 있지 않고, 손님들은 카운터에 선 채로 커피를 마십니다. 단골들은 들어옴과 동시에 커피 두어잔을 주문한 후 5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에 훌쩍 마시고 떠나갑니다. 그야말로 독특한 형태의 커피집.
메뉴는 대략 이렇습니다.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커피가 몇 종류 준비되어 있습니다. 에스프레소인 만큼 양이 적기 때문에 혼자 두세잔도 충분히 마실 수 있습니다. 저는 에스프레소와 오네로소를 주문했습니다.
영업시간이 오후 세시까지라는 것도 특기할만한 부분. 아마 가게 매상보다는 원두판매에 좀더 집중하시는 모양이에요
에스프레소 머신이 쉴새없이 돌아갑니다.
순식간에 커피가 준비됩니다. 카페 에스프레소에는 기본 에스프레소에 설탕이 조금 들어갑니다.
열 번 가량 저어 먹기를 추천받았습니다. 부드럽고 향긋한 커피 향 위로 스푼을 담그고 천천히 젓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들이마십니다. 에스프레소의 강한 쓴맛을 예상했으나, 생각보다 쓴맛이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기분 나쁜 쓴맛이라기 보다는 향을 그득히 품고 있는 쓴맛입니다. 거기에 잔 밑바닥에 자글자글하게 깔린 설탕의 단맛이 더해지면서 풍부하고 기분 좋은 커피가 됩니다.
진하고 부피감 있는 한 잔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오네로소입니다. 에스프레소에 크림과 우유가 들어갔습니다.
커피색와 우유색이 섞여 오묘한 색을 냅니다.
섞지 않고 크림과 함께 조금씩 들이키는데, 너무나 기분 좋은 커피의 향과 부드러운 우유, 그리고 둘의 조화가 매력적입니다. 어느 한군데 툭 튀어나오는 부분 없이 부드럽게 혀를 한 바퀴 감싸고 목구멍으로 내려가는 좋은 커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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