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이수 - 탁월한 굴 김치와 보쌈, 그리고 문어

초겨울이 되면 굴김치가 떠오릅니다. 갓 담근 김치에 씨알 좋은 굴 함께 무쳐서 돼지수육과 먹으면 그제야 한 해를 알차게 보낸 듯한 기분도 들고 내년에도 열심히 살아봐야겠다는 각오도 생깁니다. 다만 작년 말에는 이런 저런 일이 겹쳐 김장은 커녕 외출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굴김치 역시 패쓰했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올해 초부터 반드시 굴김치를 먹겠다는 집념이 있었는데요, 결국 이수역 부근의 한식 주점 '문어가'에서 소원풀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문어가는 이수역 10번 출구 인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문어숙회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김치와 수육 역시 취급합니다.

 

가게 내부는 대략 이런 모습. 5시 오픈이지만 실질적으로 주문은 5시 30분 이후 부터 가능했습니다. 아마 준비 시간이 더 필요하셨던 모양

 

메뉴는 이렇습니다. 문어에 굴김치가 나오는 문어 세트, 거기에 더해 돼지수육까지 얹어 나오는 문어삼합 세트 중에 하나를 고르면 되는 구조.

 

굴 시즌이다보니 굴 추가도 가능합니다. 

 

음식 나오는데 한참 걸릴 듯해서 이런 거나 찍고 있었습니다. 

 

기본으로는 김과 양념장이 깔립니다. 

 

문어삼합 2~3인 (34,000원)

굴김치, 문어숙회, 돼지수육, 두부전으로 구성된 문어삼합 세트 주문했습니다. 코스요리 마냥 음식들이 시간 차를 두고 나온지라 전체 구성을 한 컷에 담지 못했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굴 반 접시 추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세트 구성에 포함된 것들입니다

 

굴김치

우선 굴김치. 수육에 딱 어울리는 시원한 보쌈김치에 씨알굵은 굴이 몇 알 올라갔습니다. 

 

굴 추가는 따로 주문해야하지만 인원 수 맞게 주문하면 김치는 리필이 가능한듯합니다. 

 

김치 자체도 시원하고 기분 좋은 달큰함이 가득해서 맛있지만, 무엇보다 굴과 함께 먹을때 빛을 발합니다. 굴 크기가 큰 만큼 자체의 맛도 진하고 식감 역시 우수합니다. 

 

굴 아껴서 먹을래도 어쩔 수 없이 김치와 함께 푹푹 집어먹게 되는 맛. 차가우리만큼 시원한 김치와 굴의 콤보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 근 몇년간 먹은 굴김치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인데요.

 

두부전

굴김치와 함께 두부전이 먼저 나왔습니다. 

 

아직 문어나 돼지수육이 나오기 전이라, 두부김치 삼아 집어 먹기 좋습니다. 

 

김치가 워낙 시원하다보니 두부와 함께 먹어도 궁합이 잘 맞습니다. 

 

안주 겸 해서 나오는 콩나물국입니다. 뒤에 살짝 매콤한 맛이 킥으로 들어가 종종 떠먹기에 아쉬움이 없습니다.

 

밥에는 참기름과 깨가 뿌려져 나옵니다. 젓가락으로 어느정도 비빈 후 먹으라는 안내가 있었습니다. 

 

밥은 그냥 밥이었습니다. 조금 더 꼬들밥이어도 좋았을 듯.

 

보쌈 먹을때 막걸리는 머리가 시키는 것이 아니라 심장이 시키는 것.

 

문어나 돼지가 나오기도 전에 굴김치의 굴을 대부분 소진하고 말았습니다. 이 날 굴 정말 맛있더라고요.

 

돌문어숙회

문어 숙회도 이어 나왔습니다. 

 

한 점 집어 먹어보니 질기지 않고 탱글합니다. 깔끔하게 잘 삶아내신듯

 

본격적으로 먹기 전에 사진도 한 장 더 찍어보았던 것입니다.

 

김에 밥, 와사비 올리고 문어와 함께 먹어보기를 추천하셔서 그렇게 해보았던 것입니다. 초장이나 간장 같은 걸 찍었어야 하는데 그걸 깜빡한듯

 

김치와 문어와 밥도 함께 먹습니다. 이것 역시 문어삼합

 

그리고 이번엔 문어를 김치와 굴과 함께 먹습니다. 이또한 문어삼합. 어느쪽이든 맛있습니다. 전체적인 맛은 김치가 주도하지만 굴이 향과 깊은 맛을 보조하고 문어가 식감을 더합니다. 근데 솔직히 문어도 문어지만 굴김치 조합이 너무나 강력한 것. 

 

문어 맛을 느끼려면 그냥 따로 먹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합니다. 

 

돼지수육

마지막으로 돼지수육도 나왔습니다.

 

뒤늦게라도 단체샷 한 방 찍어줍니다. 문어삼합 주문하면 대략 이런 구성을 받게된다는 것

 

수육도 잡내 없이 깔끔하게 잘 삶아졌습니다. 식감도 부드럽고 고기의 감칠맛도 잘 살아있습니다. 김치나 문어가 그렇듯 좋은 완성도의 수육. 

 

새우젓-수육-문어-김치의 조합으로 우선 맛봅니다. 역시 감동적인 맛. 근데 일단 김치가 이미 맛있기 때문에 다른 재료들 상태와 상관없이 무조건 맛있긴 함

 

김까지 얹어 먹어보는데 더더욱 좋습니다. 

 

굴 반 접시 추가 (8,000원)

돼지수육 도착했으니, 더 이상 참지 않고 굴 추가합니다. 아까부터 하고 싶었는데, 그러면 고기 나오기 전에 굴 다 먹을까봐 참았던 것입니다. 팔천원에 씨알굵고 맛 좋은 굴 이 정도 양을 먹을 수 있으면 꽤나 가성비 좋지 않나요.  

 

앞으로 겨울철에 굴 먹고 싶을때는 별 고민없이 이곳을 방문할 것 같습니다.

 

아까는 굴 개체 수가 모자라서 차마 하지 못했던 개별 시식도 진행합니다. 김치 양념에 가려 아까는 숨어 있던 굴의 진한 풍미가 입안에 훅 올라옵니다. 여기에 레몬 조금 뿌리고 타바스코 한 두 방울 올려 먹으면 더 행복할텐데요.

 

그래도 오늘은 굴김치 먹으러 왔으니 김치와도 계속 먹습니다. 

 

김치에 고기에 굴까지 올려 삼합으로도 먹어보고요. 그냥 김치랑 고기랑만도 먹어보고 문어랑 김치랑도 먹어봤습니다. 이렇게 쓰잘데기 없는 사진까지 많이 찍었다는 것은 그만큼 제가 맛있게 먹었다는 뜻.

 

고기랑 함께 먹으려고 남겨둔 두부와도 함께 먹습니다.

 

왠지 직각에서도 찍어보고 싶었던 것.

 

김에 있는 재료 다 넣고 먹기도 했습니다.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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