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보쌈, 당산 - 잘 나가는 식당의 오징어 보쌈

주당들이 바글바글한 저녁 시간 당산. 어느 식당을 가나 북적북적한데, 그 중에서도 특히 잘 되는 집이 몇 군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 포스팅했었던 참새방앗간이나, 허브족발, 당산포차 같은 곳들을 꼽을 수 있겠군요. 이조보쌈 역시 당산을 호령하는 식당 중 하나입니다. 사실 보쌈하면 서울에서 손 꼽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조보쌈에서 동기들과 간단하게 오징어보쌈으로 저녁을 때웠던 이야기입니다.

 

이조보쌈은 당산역 4번출구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무슨 철 셔터가 내려가 있어 영업 안하는 것 같지만 바로 옆에 입구로 가보면 미친듯이 성업 중입니다. 

참고로 사진에 보이는 곳 말고도 바로 맞은 편에 작은 가게가 하나 또 있습니다. 하나 한 곳에서 하다가 옆 가게까지 인수한 모양인데 어쨌든 같은 곳이니 그냥 적당히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으면 되는 시스템. 저희는 그냥 큰 가게로 입장했습니다.

 

퇴근 후 술 한 잔하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합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

 

메뉴는 대강 이렇습니다. 겨울철에는 굴보쌈을 하는데 이미 4월인지라 오징어보쌈 밖에 없음.

가격대는 저렴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긴 한데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먹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서빙하는 분 말로, 중 자는 2인분 대 자는 3인분이라고 합니다. 

 

착석과 동시에 이렇게 밑반찬이 깔립니다.

테이블 간격도 몹시 좁아 시끄러운데다 식당 내부가 분주해서 계속 정신머리가 없었습니다. 

 

일단 술부터 나왔습니다. 오늘은 가볍게 반주나 할 요량.

 

오징어보쌈 (大, 40,000원)

오징어보쌈 대 자가 나왔습니다. 고기와 김치, 그리고 오징어의 삼합 구성.

 

김치는 무와 배추 두 가지 종류가 제공됩니다. 두툼하게 썰어 낸 고기는 이런저런 부위가 섞여있고 오징어는 도톰하게 익어 나왔습니다.

 

식탁이 접시로 꽉차서 정신 없음

한 세 명이서 먹기에는 적당한 양인 것 같긴 합니다. 저희는 넷이었지만 이미 둘은 식사를 하고 왔기에 요거로 충분했습니다.

 

고기를 두툼하게 썰었지만 뻑뻑하지 않습니다. 지방이 적은 부위도 씹을 때 텁텁하지 않고 금새 목구멍으로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고기 맛이 베이스가 되는 보쌈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 

 

오징어 식감이 좋습니다. 오징어를 애매하게 삶다가 질깃하게 만드는 경우도 흔한데, 적당히 푹 익혀내서 질기지 않고 고기, 김치와 함께 먹을 때 식감의 부피감을 증폭시킵니다. 그러니까 오징어 덕에 보쌈이 더욱 풍성하게 씹힌다는 느낌.

 

시원하게 씹히는 무김치 역시 발군입니다. 사실 이 김치가 보쌈의 알파이자 오메가, 곧 보쌈의 본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달큰하고 깊이감 있는 경쾌한 김치맛이 보쌈과 잘 어우러집니다. 

 

고기, 오징어, 김치를 입에 함께 넣고 씹을때 이 집 보쌈이 왜 잘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준수하게 삶아낸 오징어와 고기에 잘 설계된 보쌈 김치가 합세해 만들어내는 풍성한 하모니입니다.

 

그러니 이 시끄럽고 시장통 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람들이 매일 가득차는게 아닐까 싶네요. 

 

무김치도 훌륭하지만 배추 김치 역시 삶은 고기와 함께 먹기에 좋습니다. 김치 양념에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가 김치만 먹으면 다소 텁텁하다는 느낌이 들다가도, 고기와 오징어와 함께 씹게 되면 귀신같이 밸런스가 맞습니다. 감칠맛을 제외하고는 큰 맛을 담고 있지 않은 수육과 오징어의 빈 공간을 김치의 뻑뻑하리만큼 밀도 있는 빨간 맛이 가득 채우는 느낌.

 

따로 나오는 새우것이나 된장과도 수육을 먹어보는데 아무래도 김치와 함께 먹느니만 못합니다. 

 

이건 서비스로 나오는 청국장입니다. 아 물론 보쌈 가격을 생각해보면 서비스라기보단 이것도 구성에 포함된 걸로 보는게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주 한 잔에 한 숟갈 씩 퍼먹기 좋은 짭짤한 청국장입니다. 구수한 청국장 향은 훌륭한 가운데 조금 더 쌉쌀한 맛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어쨌든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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