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동, 신사 - 탄력있는 면발로 이야기하는 우동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4. 17. 08:30
우동은 곧 면발입니다. 가츠오부시의 감칠맛을 축으로 삼은 국물의 시원한 맛도 좋지만, 우동을 먹는 가장 큰 재미는 바로 탱글한 면을 후루룩 빨아들일 때 우리를 찾아옵니다. 굵직한 면을 국물 튀겨가며 입 속으로 흡입하고 그 튼실한 면발을 우적우적 씹어 먹는 그 재미가 우동이란 단순한 국수요리를 하나의 장르로 만든 것이겠지요. 그렇기에 우동이라는 음식을 논할 때 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동 맛집이란 곧 면 맛집인 셈. 얼마 전 우연히 들른 우동집에서 훌륭한 면발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신사동에 위치한 우동 전문점 '현우동' 입니다.
현우동은 신사역 부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큰 길에서 골목으로 조금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지도 어플을 참조하시길.
코로나 쇼크인지, 늦은 저녁 시간에 방문해서인지 가게 내부는 한적했습니다. 인테리어는 세련되었다고 할 순 없지만,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습니다.
생활의 달인 출연은 물론, 심지어 미슐랭 빕구르망까지 받은 집. 약간 기대치를 올려봐도 될 듯 합니다.
생활의 달인 출연이 꽤 감동적이셨는지 메뉴판 한켠에도 표기해두셨습니다. 미슐랭 거르고 생활의 달인 마크를 박은 것입니다. 크으 생활의 달인의 위상이 달라보입니다.
코팅된 색지 몇장을 마스킹 테이프로 고정해서 메뉴판으로 사용 중입니다. 군대에서 상황판을 이런 식으로 만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테이블 한 켠에는 시치미와 참깨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마 붓가케 먹을 때 필요한 물품들인 모양입니다.
로고 냅킨도 있어서 하나 찍었습니다.
수저는 요렇게 생겼구여
물컵은 이렇습니다.
기본 밑반찬으로 나온 단무지입니다. 동행자가 말하길, 단무지가 맛있으니 블로그에도 꼭 이 사실을 기재해야한다고 했습니다. 맛있는 단무지입니다.
어차피 우동들도 튀김이 들어간 걸 먹을 예정이었지만 그래도 왠지 사이드 메뉴가 하나 먹고 싶어 시킨 치킨 가라아게입니다.
4덩이에 5,000원이니 그리 가성비가 좋다고는 하지 못할듯.
이미 간이 되어 나왔으니 별 다른 양념 없이 그냥 먹기를 추천 받았습니다.
흔한 이자카야 가라아게와는 다르게 튀김옷이 단단하지 않고 부드러운 편입니다. 튀김 내부 닭살의 육즙도 잘 살아있는 편.
잘 튀겨진 가라아게였습니다. 사이드 메뉴로 먹을만은 한 가운데, 미묘하게 뒤에서 잡히는 닭내와 살짝 모자른 간이 다소 아쉽다는 감상이었습니다.
제가 주문한 덴뿌라 우동이 나왔습니다. 덴뿌라(튀김) 우동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튀김이 함께 나오는 우동입니다. 튀김은 굳이 우동 위에 나오지 않고 따로 접시에 담겨 나옵니다. 며칠 전 텐동 먹을 때는 밥 위에 튀김이 올려져 나와 먹기 불편하다고 불평했었는데, 막상 튀김 우동에 튀김이 따로 나오니 느낌이 안 살아서 아쉽습니다. 역시 사람 맘이란게 어려운 것입니다.
맑은 국물에 정갈하게 담긴 우동 면발. 그 위에 미역과 쪽파, 나루토마키 같은 것이 고명으로 올라가 있습니다.
두툼하고 새하얀 우동 면. 맛은 입에 넣어봐야 알겠지만 비주얼 적으로도 우선 훌륭합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면발을 집어 들어보았습니다. 면발이 엉켜있지도 않고 길이도 적당해서, 중간에 끊지 않고 후루룩 한 호흡에 한 가닥 씩 빨아들여먹기에 좋습니다. 힘 좋은 뱀장어처럼 몸부림치며 입안으로 딸려 들어오는 면발을 흡입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뜨끈한 국물에 들어있는 면발임에도 탄력이 살아있습니다. 쫄깃하고 탄성있어서 기분 좋은 저항감이 치아에 전해집니다. 가닥을 모두 빨아 들이면 입안이 반쯤 차는데 그때 국물을 한 수저 떠서 입에 머금고 면을 씹어대면, 왜 우동이 면발로 먹는 음식인지 절로 알 수 있습니다.
이 녀석들은 덴뿌라 우동에서 덴뿌라를 맡고 있는 튀김 5형제입니다. 새우, 가지, 단호박, 고추, 버섯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누가 형이고 동생인지는 알 수 없으나 튀김 오 형제는 맛있었습니다. 얇고 바삭한 튀김옷으로 깔끔하게 튀겨낸 맛. 특히 얇은 튀김옷은 우동 국물에 딱 찍먹하기 좋습니다. 빠삭한 껍질이 뜨끈한 육수를 흡수하며 살짝 녹았을때의 그 절묘한 식감.
튀김 중에는 역시나 새우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새우튀김에 들어가는 길쭉한 새우는 칼질을 해서 억지로 길이를 늘려 정작 먹어보면 알맹이가 실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현우동의 새우는 제법 길면서도 속안이 꽤나 튼실합니다.
우동의 국물은 달큰한 감칠맛이 강한 편입니다. 감칠맛과 단맛이 지나치게 두드러진다는 감상이 큰데, 이런 경우에는 금새 물릴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어차피 국물 맛보다는 면발 맛으로 먹는 것이 우동인지라 크게 상관은 없다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국물도 좀 더 기막히게 먹어보자는 마인드로 시치미를 투하했습니다.
매콤한 맛이 들어가니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사실 저 정도로는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대충 먹음
이건 동행자가 주문한 덴뿌라 붓가케 우동.
앞서 먹은 덴뿌라 우동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육수에 있습니다.
차가운 쯔유 육수가 따로 나오는데, 레몬을 비롯한 몇 가지 부수 재료들을 첨가한 후 알아서 면 위에 뿌려 먹으면 됩니다.
여기 이 까만 호리병에 쯔유가 들어있습니다.
이렇게 쯔유와 우동면 그리고 튀김까지해서 한 세트인 셈입니다.
붓가케 우동은 육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인지 튀김을 따로 제공하지는 않고 그냥 면 위에 올려 줍니다.
생강과 쪽파는 따로 주어서 알아서 취향껏 넣어 먹으면 됩니다.
이렇게 쯔유를 면에 뿌립니다.
그러면 이런 비주얼이 나오게 된다는 것.
따끈한 육수 대신 차가운 쯔유를 썼기에 면이 불 일이 없어 더 쫄깃하고 차진 식감의 면발을 맛볼 수 있습니다. 사실 면 때문에 우동을 먹으러 왔다면 뜨끈한 우동보다는 이런 냉우동을 시키는 것이 더 옳은 선택.
동행자가 아름답게 클로즈업 샷을 찍어냈습니다.
덴뿌라 붓가케 우동은 제 몫이 아니었기에, 그냥 면발 몇 가닥만 동냥해 왔습니다.
달큰한 쯔유에 충분히 적셔진 면발을 입안 가득 넣고 우적우적 씹었습니다. 앞서 먹었던 우동 면발보다 훨씬 더 쫀득한 식감입니다. 치아에 다가오는 저항감이 훨씬 공격적인데 씹는 재미가 훌륭합니다. 정말 제대로 치대서 만든 탄력있는 면. 왜 이 집에 방송국이 찾아왔는지, 미슐랭이 빕 구르망을 주었는지를 완벽하게 설명해냅니다.
면발의 차지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좋아서 다시 동냥해서 몇 가닥 더 먹었습니다. 그냥 나도 이거 시킬 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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