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동 요츠야, 서울대입구역 - 종합 튀김 선물 세트

튀김과 밥을 함께 먹는 요리인 텐동. 군대에 있을 때 야채튀김만 나오면 고기반찬도 거르고 잔뜩 퍼서 밥과 함께 먹던 제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음식입니다.

사실, 집과 가까운 샤로수길에 유명한 텐동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오래 전부터 듣기는 했습니다. 예전부터 가보려고 마음은 먹고 있었으나, 웨이팅 한 시간은 기본이라는 소문에 벼르고 벼르고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찾아가서 점심을 먹고 온 이야기입니다. 서울대입구역 부근에 위치한 텐동 전문점 '텐동 요츠야'입니다.

 

사실 저는 오픈 30분전에 방문했기에 크게 기다리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는데요, 밥을 다 먹고 나오니 가게 앞으로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밖에서만 대기한다고 끝난 것이 아닙니다. 실내에 들어가서도 한참 대기해야 하는 시스템. 그래도 실내에서는 앉아서 기다릴 수 있습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12시 오픈보다 30분 일찍 갔더니 금방 문이 열려 실내에서 대기할 수 있었습니다. 12시보다 조금 일찍부터 손님을 받는듯합니다. 저처럼 웨이팅이 너무 싫어 늦잠을 포기할 수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문에 귀여운 고양이들이 그려져 있어서 한 컷 찍은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기다리는 동안 할 것이 없기도 했어서..

오픈하고 주문을 받기 시작해도 테이블로는 한 팀 씩 들여보냅니다. 아마 튀김 특성상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인 모양.

 

메뉴판입니다. 처음 왔으니 스페샬텐동을 먹을 예정입니다. 가장 이것저것 많이 들은 것 같길래 선택한 것입니다. 의외로 주류도 꽤 준비되어있습니다. 

 

혼밥러들을 위한 다찌석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주방에서는 열심히 튀김을 튀기고 있습니다.

 

뭐 이런 느낌의 좌석입니다. 

 

넵킨에는 이렇게 로고도 박혀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글을 오른쪽부터 쓴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이 곳이 텐동을 파는 일식집이란 걸 고려하고 나니까 상호가 텐동 요츠야가 아니라 요츠야 텐동인 것 같기도한데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테이블에 시치미가 있어서 한컷 찍어보았는데, 결국 텐동 먹으면서는 한번도 뿌려보지 않았습니다. 고로 전혀 의미 없이 찍은 사진

 

그냥 물은 아니고 무슨 차였습니다. 우롱차였나 뭐 그런거였던 것 같습니다. 

 

레몬 하이볼 (8,000원)

하이볼도 팔길래 한잔 주문한 하이볼입니다. 주말 낮부터 취하면 주말이 아까우니까 둘이서 한 잔 만 나눠 먹기로 했습니다. 레몬하이볼을 주문하니 직접 레몬을 짜 먹을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차피 텐동 나오기 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니 성실하게 레몬을 짜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라무네 (4,000원)

옆 테이블에서 신기한걸 먹길래 따라 주문한 것입니다. 라무네라고 하는 일본 음료입니다. 

 

솔직히 맛은 그냥 박카스 순한 맛 같은데, 뚜껑 따는 것이 조금 신기한 편입니다. 열어보면 병 입구에 구슬이 하나 박혀있습니다.

 

그 구슬을 병 입구에 포장되어 있던 특수 도구를 이용해 푹 찍어 누르면 요렇게 구슬이 병 안으로 쏙 들어갑니다. 그냥 돌려따게 만들면 편한데 왜 굳이 구슬을 쓰는지는 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병 포장지에 이유가 적혀있을지도 모르나 일본어로 적혀 있어서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한 것입니다.

 

텐동이 나오기 전에 우선 장국이 나왔습니다. 그냥 장국 맛이었습니다.

 

스페샬 텐동 (15,000원)

드디어 텐동이 나왔습니다. 사실 텐동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 편입니다. 제가 찍은 사진보다는 동행자가 찍은 사진이 좀 더 나아서 한 장 훔쳐왔습니다.

 

그릇과 그릇 사이로 새우 튀김이 삐죽하게 튀어나와 있습니다. 우글우글한 튀김옷에서 시각적으로부터 느껴지는 바삭한 식감.

참고로 스페샬 텐동에는 전복 하나, 새우 둘, 아나고 이분의일, 오징어 하나, 버섯 하나, 연근 하나, 단호박 하나, 꽈리 하나, 김 하나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근데 왜 나 버섯 먹은 기억이 없지.

 

참고로 왜 굳이 텐동위에 그릇을 하나 더 씌워놨나 싶어서 알아보니, 저 윗그릇을 옆에다 가지런히 놓고 튀김을 옮긴 후 밥과 튀김을 번갈아가며 먹는 것이 텐동 먹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근데 그럴거면 그냥 처음부터 밥 한그릇 튀김 한그릇 따로 줬으면 편했을텐데, 아무튼 저는 모르는 텐동의 세계가 있는 모양입니다.

 

뚜껑을 제거하니 이런 모양이 되었습니다. 튀김이 푸짐하게 올라가 있다보니 아래에 있는 밥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빨리빨리 튀김을 옮기고 밥과 함께 튀김을 먹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 사진부터 찍었습니다. 이게 블로그를 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모르는 텐동의 세계가 있는 만큼 남들은 모르는 블로그의 세계가 있는 것입니다.

 

첫 번째로 제가 집어든 타자는 바로 전복튀김입니다. 전복을 먼저 먹는 이유는 딱히 없고 가장 집기 편한 크기로 가장 집기 편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

 

초점은 흔들렸지만 튀김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제가 먹어본 전복튀김 중 가장 맛있었습니다. 파삭한 튀김옷 속 안에 쫀득 쫄깃한 전복이 들어 있습니다. 게다가 부드럽게 베어 물리는 깔끔한 식감까지. 물론 이게 제가 먹어본 첫 전복튀김이기는 했지만 앞으로 저는 전복튀김의 팬이 될 것만 같습니다. 이 날 먹었던 모든 튀김 중 가장 맛있었던 튀김.

 

아나고와 새우와 밥

참고로 튀김 위에는 간장소스가 주욱 뿌려져 있습니다. 짭짤하면서도 살살 달달한 맛이 납니다. 아무리 잘 튀겨도 몇 개 집어 먹다보면 느끼해서 물릴 수 밖에 없는 튀김에 소스가 단짠의 문법을 불어 넣어 그릇을 끝까지 비울 수 있도록 동력을 보탭니다. 잘 지어져 고슬고슬한 밥 역시 완성도를 높이는 포인트.

 

새우

스페샬 텐동에서 유일하게 두 피스가 들어있는 새우입니다. 탱글한 새우살에서 나오는 감칠맛과 튀김의 고소한 기름맛이 간장소스와 어우러져, 튀김옷과 함께 기분 좋게 씹힙니다. 사실 새우튀김은 원체 잘 하는 집이 많으니 텐동요츠야의 것이 독보적으로 인상적일 것까지는 없었지만, 이 새우튀김이야 말로 텐동요츠야의 파삭하고도 경쾌하게 씹히는 튀김옷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피스였습니다. 

 

아나고

아나고, 한국말로 붕장어를 튀긴 것입니다. 텐동에 들은 여러 튀김 중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합니다. 텐동에서 포만감을 담당하고 있는 친구였습니다. 속살은 부드럽고 튀김옷은 여기서도 역시나 매력적입니다. 뼈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물러서 불편함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연근

일본식 튀김 경험이 미천해서, 연근을 이렇게 통으로 튀겨낸 것은 사실 처음 먹어봤습니다. 원래 아삭한 연근의 식감이 튀김옷과 함께 할 때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연근 특유의 향도 기름과 만나니 더욱 풍미 좋게 다가옵니다. 사실 그닥 기대 안하고 먹었는데 의외의 수확이었습니다.

 

단호박입니다. 이건 조스떡볶이에서도 먹어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쪽 튀김옷이 더 바삭해서 좋았습니다. 달달한 맛이 간장 소스와도 잘 어울립니다. 

 

이건 아마 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원래 가지는 기름을 잘 흡수해서 튀김 혹은 볶음 요리와 잘 어울리는데, 텐동에 들어간다고해서 갑자기 안 어울리게 되는 일은 없는 것입니다. 사실 어땠는지 잘 기억 안나는데 아마 다른게 맛있었으니 가지도 맛있었겠지 싶습니다.

 

꽈리고추

요건 쌉쌀한 맛이 좀 났습니다. 사실 텐동을 먹다보면 기름진 맛과 간장소스 맛에 입이 조금 피로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이때 이 쓴맛이 그런 느끼함과 짠맛을 잘라주는 역할을 합니다. 신 맛 뿐만 아니라 쓴 맛도 잘 쓰면 느끼함을 잡는데 큰 효과가 있습니다.

 

요것은 오징어 입니다. 역시 떡볶이 집에서 자주 먹던 것입니다. 아니면 명절에도 종종 먹었습니다. 오징어도 오징어지만 특히 튀김옷 차이가 컸습니다. 지나치게 바삭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 눅눅해질때가 되더라도 그 절제된 바삭함을 끝까지 가져나가는 튀김옷입니다.

 

노리 (김)

약간 징그러운 것 같기도..

요것은 김 튀김입니다. 김부각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아무튼 이 집 텐동의 집약체와 같은 느낌입니다. 김 뒷편으로 튀김옷이 강력하게 잔뜩 붙어있고, 그 위에 간장소스가 눅진하게 뿌려져 있습니다. 제가 텐동요츠야의 매력포인트로 뽑았던 튀김옷과 간장소스를 한 곳에 몰아 놓은 셈입니다. 역시나 맛있게 먹은 피스입니다. 다만 튀김옷 많은 부분을 위로해서 먹었더니 입천장이 엄청 까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맛있는 건 나중에 먹어야 제맛이라는 옛말에 따라, 마지막에 먹으려고 남겨뒀다가 먹었을때는 너무 식어버려 기름맛이 좀 강하게 났습니다. 고로 다음에 먹을때는 첫 번째로 김부터 먹고 시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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