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테리아 오라, 망원 - 부라타치즈 올린 프로슈토 피자와 생면 파스타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4. 8. 08:37
어느 주말에 간단하게 파스타집에 들러 피자와 파스타를 먹고 왔던 이야기입니다.

오스테리아 오라는 망원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길찾기가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닙니다.
예약 위주로 운영되는 식당으로 워크인 손님은 식사하기 쉽지 않습니다. 인스타를 통해 잘 확인해야함.

테이블 5~6개쯤 되는 작은 규모의 식당입니다. 그래도 테이블이 넓고 좌석 간격이 넓어서 쾌적하게 식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앉았던 자리는 책상이 다소 낮아서 불편했습니다. 다리 놓는 위치에 애매하게 책상 다리가 있어서 그것도 불편했습니다. 앉아만 있었는데 이중고를 겪어야 했던 것입니다.

피자, 파스타, 스테이크 따위의 음식을 파는 전형적인 이탈리안 식당입니다. 화이트라구파스타와 프로슈토 피자가 특히 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그렇게 주문했습니다.

식전빵이 먼저 나왔습니다. 살짝 구웠는지 뜨끈하게 데워져서 나옵니다.

발라먹을 수 있도록 버터도 함께 내어주는데요,

버터에는 염도가 꽤 있는 편입니다. 다른 블로그에서 슬쩍 봤는데 엔초비 버터라고 합니다. 사장님한테 직접 들은 건 아니라 확실하진 않습니다.
아무튼 빵은 쫄깃하고 쫀득해서 맛있습니다. 데운 빵이 맛이 없는 경우도 보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랬습니다.

한 잔 당 7,000원 하는 레드와인도 주문했습니다. 이 날의 와인은 말벡이었습니다. 말벡이라서 맛이 어쨌고 저쨌고 그랬다는 것은 아니고, 제 기억력이 이걸 기억할 정도로 좋다 정도만 알아주시면 되겠습니다.

먼저 프로슈토 피자가 나왔습니다. 원래 정가운데에 있는 동그란 부라타치즈는 올라가는 것이 아닌데, 돈 만원을 내고 추가했습니다.

남들도 다 추가하는 것 같길래 저도 고민없이 따라 추가한 것입니다.

저희가 사진 찍을 시간을 주시기 위함인지 직원분은 치즈를 바로 자르지 않으시고, 잠깐 다른 일을 하러 다녀오셨습니다.

그리고는 돌아와서 치즈를 갈라줍니다. 사실 이렇게 갈라놓은 치즈는 먹기에 그리 편하지는 않습니다. 생각만치 6조각이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고 각자 엉겨 붙습니다.


피자에 이천원을 추가하면 바질페스토도 먹을 수 있습니다. 바질을 갈아서 오일과 치즈에 섞어만드는 소스인데 부라타 치즈와도 잘 어울리고 그냥 빵이랑만 먹어도 맛있습니다. 겨우 이천원 밖에 안 하니 추가해 먹어볼 법 합니다. 물론 양도 이천원 어치만 주기는 합니다.

엉겨붙는 치즈를 칼로 잘 갈라내서 접시로 옮겼습니다. 그 고된 과정을 카메라로 담지 못해 아쉽습니다. 손이 세 개였더라면 가능했을텐데..아쉽습니다.

먹어보니 피자는 꽤 삼삼한 편입니다. 피자에 삼삼하다는 표현이 어색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랬습니다. 전체적인 피자의 간이 약하다는 느낌. 물론 프로슈토의 염도가 피자 전체의 간을 지탱하기는 하지만, 풍부하게 들어간 부라타치즈와 루꼴라가 그 염도를 모조리 잡아 먹습니다. 보통 반대의 모습이 일반적인 피자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독특한 피자인셈.

그렇다고 맛이 없는 피자는 아닙니다. 다만 보통 피자와 문법이 다를 뿐이었습니다.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맛없는 피자는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대와는 달랐지만 그래도 괜찮게 먹었습니다. 부라타 치즈의 묵직하고 풍부한 맛에 둘러싸인 루꼴라와 프로슈토를 한 입 가득 집어넣고 우적우적 씹어먹는 느낌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도우 자체도 충분히 쫄깃하고 피자를 받쳐주는 빵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이번에는 화이트라구파스타입니다. 라구 소스에 생면을 쓰고 트러플 향을 얹은 파스타인데, 사실 이런 류 파스타에 저는 쉽게 만족하기가 어렵습니다. 너무나 잘 만든 비교군을 최근에 먹은 바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오스테리아 오르조의 라구파스타인데, 작년 한 해를 통틀어 먹은 음식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워낙 높은 수준의 기준선이 이미 제 머리 속에 있기 때문에 사실 제가 어지간해서는 만족하기 쉽지 않은 메뉴입니다.

생면이기 때문에 금새 불어 버릴 수 있으니 빨리 먹으라는 직원분의 친절한 조언이 있었기에, 후딱 비볐습니다. 면은 엉킴없이 스르륵 잘 풀립니다.

맛이 아주 나쁘지는 않습니다. 고기 기반의 감칠맛이 맴돌고 간도 다소 삼삼하기는 하지만 적당히 맞아 떨어집니다. 다만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모양인지 제 맘에 쏙 들지는 못했습니다. 제 취향에 기반해 조심스레 이야기하자면, 오래 끓여 깊고 진하기보다는 다진 고기와 감칠맛에 기댄 가벼운 느낌이 더 컸습니다. 눅진한 라구 소스가 계속 입맛을 당겨야하는데, 입안에서 금방 힘을 잃고 주저 앉습니다.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고기를 넣고 만들었으니 맛이 없을 수 없어서 맛이 없지 않은 그런 느낌

꼬독하게 씹히고 면 비린내 없는 생면이 그래도 이 파스타에 생기를 불어 넣습니다. 소스가 조금만 더 진했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남은 피자 도우에는 바질페스토를 얹어 먹으니 너무 맛있어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초점이 자꾸 안 맞아서 그냥 올리는 사진



여기서 나오는 피클은 이렇게 귀요미더라구요. 원래 이런 데와서 피클 거의 안 먹는데 이건 너무 귀엽고 신기해서 한 번 먹어보았습니다. 아무리 조그맣고 귀여운 피클이라도 피클에서는 피클맛이 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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