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숙, 서초역 - 괜찮은 칼국수에 좋은 김치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4. 3. 08:45
날이 점점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날이 더 따뜻해지기 전에, 추울때 먹어야 맛있는 음식들을 미리미리 먹어둬야겠다는 생각에 칼국수를 먹으러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서초역 인근의 칼국수 전문점 '신숙'입니다.
서초역 8번출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신숙'. 간판이 한자라서 제대로 찾아오고도 헤매게 되는 것입니다.
예상외로 주차공간까지 구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차가 없어서 주차장까지 찍지는 않았습니다.
가게 내부는 그런대로 정갈한 분위기입니다. 테이블석 반과 철푸덕석 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쪽이 철푸덕 좌식이 있는 방면.
저는 불운하게도 좌식으로 배정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테이블이 낮아서 허리가 은근히 아픕니다.
물 대신 차를 줍니다. 보너스 1점. 손수건은 따뜻하게 뎁혀서 줍니다. 보너스 2점.
로고 냅킨이 있길래 찍었습니다.
저는 주문을 한 적이 없는데 벌써부터 밥과 김치가 깔립니다. 칼국수 단일 메뉴라서 그런지 그냥 자동 주문이 되는 시스템인듯. 그래도 한번 쯤은 객에게 물어 보든 통보를 하든 언질을 주는 것이 좋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언제 주문 받으러 오나 하염없이 기다렸던 것입니다.
약간 뾰루퉁해 있는 와중에 김치를 한 점 먹었는데, 아주 잘 익혀낸 김치입니다. 앞선 포스팅들에서도 자주 적었지만 저는 원래 밑반찬으로 나오는 음식들을 잘 먹지 않는 편인데, 이 날 김치는 맛있어서 계속 집어 먹었습니다. 새큼하게 잘 익은 배추김치와 갓김치가 함께나옵니다.
밥도 기본으로 나왔습니다. 원래 칼국수에 밥도 먹는지 급 아리까리합니다. 먹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하고..
아무튼 밥은 아주 소량만 줍니다. 밥상태는 우수하진 않아도 양호한 편.
조금 기다리니 칼국수가 나왔습니다. 아주 정갈한 담음새. 기대치 않았는데 의외로 인스타그래머블합니다.
우선 흔치 않는 초록색 면의 빛깔도 예쁘고, 애호박, 버섯, 계란지단, 고기 고명을 예쁘게 올린 것도 보기 좋습니다.
간만에 인스타 업뎃 각. 물론 인스타엔 올리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디지털디톡스가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한 장 더 찍어본 것 입니다.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합니다. 우선은 국물부터 떠 맛 봤습니다.
간이 그리 강하지 않은 가운데, 국물을 구성하는 거대한 축은 바로 해초와 버섯의 감칠맛입니다. 국물 전반을 입에 착 달라붙는 감칠맛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이 국물의 단점이기도 합니다. 나머지 맛들을 너무 배제한 채 감칠맛만 두드러지는 나머지 국물이 심심하고 쉽게 물릴 수 밖에 없습니다.
면발은 아쉬움없이 좋습니다. 물론 초록빛 국수라고해서 뭐 특별한 맛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탄력있게 잘 뽑아낸 면발입니다. 국물에 오래 있어도 잘 불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또 아쉬운 점은 지나치게 뜨거운 초기 온도입니다. 뜨겁게 설정되어 쉽게 덤벼들 수 없는 칼국수는 한참을 식히고 나서야 까스스로 후루룩거리며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앞접시에 이렇게 조금씩 덜어 먹었습니다. 이 집 김치가 정말 발군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국물이 다소 심심한 반면, 김치는 잘 익어서 새큼한 맛이 도드라지는데 둘을 함께 먹어야 드디어 맛이 완전히 정립된 요리로 느껴집니다.
배추김치 뿐만 아니라 함께 나온 갓김치도 너무 좋습니다. 좀더 코를 찌르는 새큼한 발효향이 돌지만 칼국수와 함께 먹으니 딱 적절합니다. 입맛을 계속 당기는 김치의 힘.
그렇게 김치 한 점에 국수 한 젓가락을 왔다갔다 하다보니 그릇이 점점 비어갑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해초 향도 더욱 올라오네요.
아까 나온 밥도 국물에 살살 적셔서 먹어줍니다.
역시나 밥 위에도 김치를 올리지 않을 수 없겠지요.
괜찮은 칼국수에 좋은 김치였습니다. 본인 선정, 이 달의 김치 상 (4월) 수여하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물론 최종 수상자는 제 맘에 따라 추후 변동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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