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양곱창, 선릉 - 대파김치와 곱창 그리고 우수한 볶음밥

가끔 먹지만, 먹을때마다 맛있는 음식의 대표주자는 소곱창입니다. 매번 먹기에는 가격도 부담되고 찐한 기름도 부담되지만 한 3개월에 한번쯤 먹어주면 오랜만에 먹는다는 생각에 그런 부담이 조금 덜해지며 기분 좋게 배에 기름칠을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곱창을 먹은게 언젠지 기억이 나지 않는 다는 것은 간만에 곱창을 한번 먹어줄 때가 됐다는 뜻. 그런 의미에서 선릉에 위치한 대파양곱창에 방문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몇 군데 다른 집들을 봐뒀으나 하필 일요일 휴무인고로 강남에서 선릉까지 걸어올라왔습니다. 소주 먹기 좋을 것 같은 가게 외관

 

가격은 꽤 있는 편입니다. 배가 아주 많이 고팠던 것이 아니라 다행이었음

 

코로나 여파때문에 사람이 없는 거라기보다는 제가 일요일 6시 30분쯤 방문했기 때문에 사람이 적다고 보는게 맞겠습니다. 원래 곱창집은 술 먹으러오는데니까여

 

기본적인 밑반찬이 깔립니다. 사실 다른 것들은 어딜가나 볼 수 있는 그런 밑반찬인데요, 이곳 대파양곱창의 시그니처는 바로 대파김치입니다.

 

이렇게 대파로 김치를 담궈버렸습니다.

 

생각보다 사각사각하고 시원해서 곱창이 나오기 전부터 꽤 주워먹었습니다. 제가 먹어본 대파김치 중에는 제일입니다. 물론 대파김치에 대한 경험은 거의 없지만요

 

동치미는 그냥 동치미 맛이었습니다. 처음엔 치킨무 국물인줄 알았음

 

곱창구이 (1인분, 22,000원), 대창구이 (1인분, 21,000원)

배가 그리 고팠던 건 아니라서 가볍게 곱창과 대창을 1인분씩만 주문했습니다. 어디 곱창집을 가나 솔직히 3인분은 시켜야 양이 차긴하는데 아무튼 가격이 무서웠던 것이 아니라 배가 고프지 않았던 것입니다 호호

 

미리 주방에서 초벌을 해서 나왔습니다. 벌써부터 고소한 지방냄새에 자글자글 끓고 있는 기름소리에 군침이 돕니다. 게다가 은근히 색깔이 알록달록해서 보기에도 예쁩니다. 

 

직원분인지 사장님인지 알수는 없지만 직접 곱창을 구워주십니다. 저희는 그저 침착하게 기다릴 뿐.. 두근두근

 

요런 오뎅탕도 서비스로 나옵니다. 소주를 먹었다면 박수치며 좋아했겠지만 이 날 저희의 주종은 맥주였기에 그냥 고개만 끄덕끄덕하며 기뻐했습니다.

 

거의 다 익어가는 시점에서도 한 컷. 그리고 직원분의 먹어도 된다는 싸인

 

바로 염통부터 먹습니다. 생각해보니 염통은 주문한 적이 없는데 곱창과 대창을 시키면 자동으로 조금 따라나오는 모양입니다. 개이득

꼬독꼬독한 식감도 좋고 겉에 붙은 짭짤한 양념도 상당히 어울립니다. 

 

 썸네일용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부추와 대파김치도 소기름에 함께 구워주십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대파김치였는데 소기름을 잔뜩 머금었으니 완전체로 진화한 셈입니다. 이제 곱창도 슬슬 다 익었으니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합니다.  

 

쫠깃한 염통도 한컷 근접해서 찍어주었습니다.

 

익어가는 대창과 곱창도 찍어주었습니다. 사진을 다시 보니 배가 고프네요

 

일단 부추에 염통을 싸서 또 먹어주었습니다. 기름젖은 부추는 항상 좋습니다.

 

염통이 애피타이저였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곱창으로 달립니다.

 

대파김치와도 함께 먹어주었습니다. 대파김치가 소기름과 익으면서 나오는 파기름이 고소하고 눅진하게 입으로 들어오는데 새큼한 김치 양념이 느끼함을 바로 잡아주는 시스템. 꽤 훌륭합니다. 

 

부추와도 먹어보고, 소스와도 먹어보는데 역시 대파 김치와 먹을때가 가장 괜찮습니다. 

곱창에는 곱이 가득찼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잡내는 전혀 없는 준수한 수준.

 

기름 젖은 감자도 대파김치와 먹었습니다. 

 

대파김치와 마늘까지 동원해서 제대로 배에 기름칠을 했습니다. 이렇게 기름지게 먹은 것 치고는 그닥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제가 느끼함을 잘 못 느끼는 타입의 혀를 갖고 있는 것도 있지만 어쨌든 대파 김치의 역할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왜냐면 그 효능은 대창을 먹을 때 더 극대화되기 때문입니다. 얇은 피 안에 아주 가득 들어찬 기름 덕분에 필연적으로 대창은 느끼할 수 밖에 없는데 대파김치가 그 맛을 잘 둘러칩니다.  

 

느끼한거 좋아해서 그냥 쌩 대창도 먹었습니다. 기름진 대창이 기름범벅인 불판을 구르고 구르면서 농축한 극한의 고소함과 느끼함. 입안에서 지방이 터질때의 그 부드러움과 동시에 미끄덩해지며 느끼해지는 입안, 그리고 맛있고 고소한 행복감과 기름 젖은 죄책감이 대조를 이루며 3개월에 한번 먹어야 맛있는 대창의 맛을 완성합니다. 

 

밥 볶음 (2인분, 6,000원)

1인분에 3,000원 하는 볶음밥도 먹었습니다. 사실 대파김치가 맛있기는 했지만, 곱창과 대창은 여느 곱창집에 가서 먹는 것에 비해 특별하다 싶은 정도는 아니었는데요, 이 집의 볶음밥은 특별합니다. 뭐 특별한 재료를 넣은 건 아닌듯하지만 정말 잘 볶아냈습니다.

 

물론 소기름에 볶은 볶음밥이 맛이 없으면 그게 이상한거 겠지만, 제가 은근히 밥류에는 맛있음-척도가 까탈스러운 편이라 볶음밥에 실망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양념이 지나치게 달거나 맵거나 아니면 밥알이 너무 끈적하거나 죽처럼 뭉그러지는 볶음밥들을 너무 많이 보아왔습니다. 솔직히 이 곳에서도 처음 볶음밥이 나왔을때만 하더라도 그저 그런 실망스런 볶음밥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한 술 뜨는 순간, 절제된 양념 맛에 '어랏'

 

그리고 이 고슬거리는 밥알에 다시 '어어?' 하다가

 

어느정도 밥이 철판에 눌러붙고 나니 갑자기 사장님이 나타나 누룽지를 박박 긁어 주시는데, 이 시점에서 저는 그만 정신을 잃어버렸습니다.

 

자극적이지 않게 김치 양념으로 밸런스를 잡아낸 볶음밥에 질지 않은 밥알들로만해도 이미 제 취향에 딱 들어 맞았는데, 거기에 누룽지까지. 취향저격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옳은 듯 합니다. 

 

누룽지도 아주 얇게 눌어서 이에 무리가 갈 정도 단단하지 않고 기분 좋게 바삭하게 입안에서 부서집니다. 거기에 누룽지의 고소한 맛까지 더해지니, 저는 이 볶음밥을 오늘의 베스트로 뽑겠습니다. 사실 2020년 최고의 볶음밥이라고 미리 말해둬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밥알 한 톨, 한 톨 싹싹 긁어먹었습니다.

 

 

함께보기

2019/10/05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승일막창] 부산/해운대 - 관광보다 막창, 막창보다 전골

2019/08/05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형훈라멘] 신사동/가로수길 - 맛있게 느끼한 대창덮밥

2019/08/07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취복루] 노량진 - 깔끔한 인테리어와 평균 이상의 요리

2019/12/04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와와, 한양대역 - 이 볶음밥이 좋은 이유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