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라도, 역삼/언주역 - 정갈하고 산뜻한 평양냉면

평양냉면은 주기적으로 먹어주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꾸 생각나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적당한 섭취 주기는 개인적으로는 20일에 한 번 정도라고 생각하는데요, 1월 말에 먹고 여태 먹지 않았으니 타이밍을 놓쳐도 한참 놓친 셈입니다. 어쩐지 요즘들어 마음이 자주 불안하고 손발에 땀이 자주 차더라니 체내 냉면 농도가 낮았던 모양입니다. 처방을 받으러 언주역 부근에 위치한 능라도에 방문한 이야기 입니다.

 

능라도 강남점은 이름과 달리 강남역에서 내리면 오기가 힘들고 9호선 언주역에서 내리면 그나마 가깝습니다. 아무튼 대중교통으로 오기 쉽지 않습니다.

 

그냥 간판 여기도 달렸길래 찍어본 것입니다.

 

실내는 세련되진 않았어도 깔끔하고 넓은 편입니다. 테이블간 간격도 넓어서 그리 시끄럽지도 않습니다. 

가게 내부 전경을 찍은 사진이 있긴한데 사람들 얼굴이 너무 많이 나와서 초상권 보호를 위해 패쓰

 

물론 저야 평양냉면만 먹지만 능라도에서는 이북음식 전반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복쟁반이나 불고기야 워낙 비싸니까 그렇다치지만 평양온면이나 온반은 한 번쯤 먹어볼 법한데 올때마다 평양냉면만 먹게 됩니다. 왜냐면 평양냉면이 워낙 괜찮다보니, 굳이 멀리 강남까지 나와서 괜한 모험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 뭐 그래도 언젠간 온반은 한번 먹어보고 싶습니다.

 

수저는 그냥 이렇게 생겼다는 것

 

제육 (반접시, 14,000원)

냉면과 함께 먹을 제육이 나왔습니다. 진짜 겁나 비쌈

 

제육과 함께 먹을 된장 젓갈 마늘 고추 따위가 나왔길래 그냥 찍어보았습니다.

 

제육은 된장에도 찍어먹고

 

젓갈에도 찍어 먹어보았으나 그닥 특별한 맛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냥 냉면만 먹기는 아쉬우니까 시킨거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냉면만 먹을껄 아쉽습니다.

 

평양 냉면 (13,000원)

분명히 저번에 왔을땐 만이천원이었던 것 같은 만삼천원짜리 냉면이 나왔습니다. 만삼천원이면 봉피양, 우래옥과 더불어 평냉계의 하이엔드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능라도의 냉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삶은 달걀 대신 계란 지단을 올려준다는 점입니다. 왜 굳이 평양 냉면에 삶은 달걀을 올리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는 것이, 굳이 냉면 맛과 어울리는 것도 아닌데다가 혹여나 국물에 빠뜨리면 노른자 찌꺼기가 지저분하게 풀어져서 괜히 기분만 상하는데 전국의 평양냉면집이 약속이라도 한듯 하나 같이 반쪽짜리 삶은 달걀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계란 지단을 부쳐 올려주는 능라도의 냉면은 빛날 수 밖에 없습니다. 

 

계란을 떠나서라도 다시 능라도의 냉면은 정말 훌륭합니다. 13,000원을 받아도 계속 다시 찾게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매력 중 하나는 역시 육수입니다. 다소 염도 있는 듯 하지만 바로 뒤따라 올라오는 강렬한 감칠맛은 능라도 냉면의 큰 특징

 

그래서 저는 일단 냉면을 받아들면 면도 풀기전에 육수부터 꿀꺽꿀꺽 마시고 시작합니다.

 

한번에 원샷때리고 싶었는데 좀 참음

육수 자체의 온도감도 너무 차갑지 않게 잡혀있습니다. 이렇게 사발로 막걸리마시듯 국물을 마시면 머리가 띵할 정도로 차갑게 국물을 내오는 냉면 집들도 있는데, 능라도는 적절한 온도감으로 육수가 목젖을 때리는 듯한 경쾌한 청량감을 선사합니다. 이 카타르시스를 맛보기 위해서 냉면이 나오기까지 목이 마른데도 꾹 참고 물을 마시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목마를때 참다가 한껏 들이키는 냉면 육수는 이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수준.. 짭짤하지만 또 산뜻하면서도 뒤에서 밀려오는 구수한 고기의 감칠맛. 아쉬울 것이 없습니다. 

아무튼 너무 한번에 많이 마셔버려서 면 먹을 육수가 모자릅니다.

 

능라도 냉면의 면도 꽤 발군입니다. 물론 정인면옥 스타일의 아주 굵고 뚝뚝 끊기는 면을 좋아하는 저의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객관적으로 봤을때 충분히 훌륭합니다. 부드럽고 잘 끊기면서도 최소한의 탄력은 가지고 있어 씹는 맛이 있는 그런 면입니다.

 

아까 시켰던 제육도 한 점 올려서 먹었습니다. 비록 소고기는 아닐지라도 역시 냉면은 고기와 함께 먹어야 제맛인 것입니다. 냉면과 따로 먹을때는 그저 그랬던 제육이 냉면과 함께 먹으니 천사 같아 보입니다.

 

육수가 모자라서 리필을 부탁드리면 이렇게 따로 그릇에 담아주십니다.

 

그럼 바로 냉면 주발에 부어서 면과 함께 먹어주면 되겠습니다. 

아까 제육 먹다가 실수로 국물에 고기를 푹 담구는 바람에 육수에 지방들이 둥둥 떠다닙니다. 너무나 가슴 아픈 부분..

 

이번엔 냉면에 원래 들어있던 소고기와도 함께 먹어줍니다. 육수 내느라 고생한 고기지만 역시 감칠맛이 좋습니다.

 

이런 오이 짠지도 있었다는 것. 그런데 그렇게 짜지는 않았다는 것

 

결국 행복하게 국물까지 싹다 비운 것입니다.

 


과거 방문때 찍었던 사진들이 몇 장 있어서 함께 첨부합니다. 

 

비빔면 (13,000원)

이건 저번 방문 때 동행자가 먹었던 비빔면입니다. 면이 좋아서 먹을만은 했지만 아무래도 제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접시만두 (12,000원)

이건 갓 취업한 형과 함께 갔을때 먹은 접시만두입니다.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얻어 먹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두부가 들어간 삼삼한 맛의 만두였던 듯.

 

평양냉면 (13,000원)
평양냉면 (13,000원)

예전에 블로그 하기 전 시절에 가서 먹었던 냉면들입니다. 맛 자체는 딱히 기복 없었는데 면을 이쁘게 말아주는데에는 약간 기복이 있었던 듯 합니다. 

 

그때도 깨끗하게 먹었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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