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스피자, 문래 - 한여름밤의 버거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사진들, 코로나를 맞아 하나 둘 꺼내봅니다. 유난히 습하던 어느 여름날 저녁에 버거를 먹으러 문래동에 들렸던 이야기입니다. 

 

찍을땐 몰랐는데 하늘이 참 예뻤습니다. 저때는 워낙 습한 날씨에 웨이팅으로 살짝 짜증이 난 상태여서 그랬는지 예쁜 줄도 몰랐네요. 그래서 사진은 틈틈히 찍어놔야하는 것입니다. 

 

왜 두 장을 이렇게 연달아 찍었지

이때는 본격적으로 블로그에 식당 후기를 올리기 전이었습니다. 그냥 언젠가 블로그에 써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곤 했었는데, 어느새 고메투어 카테고리에만 포스팅이 백개를 훌쩍 넘어가네요.

 

메뉴판입니다. 실내에 들어가면 이런 종이를 주는데 직접 체크해서 직원분에게 건내면 됩니다. 아마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직원분이 직접 체크해줬던 것 같기도 하고,, 마스크를 오래 쓰고 다녔더니 기억력이 감퇴한 느낌

 

오 맞아요, 저때 저 안에 있는 저 조명이 찍고 싶었는데 정작 실내에 들어갔을 때는 사람이 많아서 민망한 마음에 찍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사진은 웨이팅하면서 찍었던 것.

 

양키스 버거의 대표메뉴라는 문래버거입니다. 상호는 양키스버거지만 시그니처는 문래버거. 단단한 한-미 동맹 콜라보가 눈에 띕니다.

 

실내 인테리어 사진도 찍고 싶었는데 사람이 많아서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는 초보 블로거 시절인지라 안절부절하며 기회를 엿보다가 옆테이블이 나가고 직원분이 테이블을 정리하자마자 잽싸게 찍은 것입니다. 타이밍을 놓칠까 은근히 스트레스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괜히 다급하게 찍느라 초점 나갔죠..

 

피자가 셀프는 아니고 밑에 있는 앞접시가 셀프

사진을 찍었을 때는 가게가 마감하는 시간이라 피자판이 뒤집어져 있는데요, 원래는 저기 철판에 슬라이스로 판매되는 피자들이 올려져 있습니다. 슬라이스 피자는 저기에 올려진 것만 구매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 날 저희가 거의 마지막 조각을 가져갔던 것 같은 기억인데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로고냅킨에 대한 집착은 이때부터 있었던 모양입니다.

 

무슨 맥주 먹었었는지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 싼 거 먹었겠져

 

양키스 페퍼로니 (4,700원)

일단 피자가 나왔습니다. 아마 4분의 1 짜리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꽤 커서 둘이 딱 나눠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거 뭐엿지 기억안나
반 짜름

페퍼로니와 바질이 들어간 베이직한 피자입니다. 솔직히 맛은 세세하게 기억나지 않고 흐릿하게 인상정도만 남았는데요, 토핑이나 염도부분은 괜찮았으나 도우가 힘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맥주에 곁들여 먹기 괜찮았던 한 쪽입니다. 솔직히 자세한건 다시 먹어봐야 알것 같네요 호호. 확실한건 먹을만한 피자였다는 사실.

사실 기억이 아주 뚜렷하지 않은데다가, 이때 귀국한지가 얼마 안돼서 미국피자뽕에 한창 취해있을때라 뭘 먹어도 '본토만 못하네' 소리를 하던 시절이어서 당시의 흐릿한 인상을 뼈대 삼아 평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문래버거 (세트, 13,900원)

이 날은 피자와 햄버거와 감자튀김과 맥주를 동시에 먹는 흔치 않은 날이었습니다. 버거 단품에 오천원을 추가하면 음료와 튀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감자튀김이 제 스타일이 아니었던 것은 확실히 기억납니다. 

 

치아바타 빵에 패티와 버섯을 넣은 버거입니다. 치아바타에 끌려서 주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역시나 디테일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버거 자체는 준수했습니다. 이런저런 인상들이 떠오르기는 하는데 잘 기억도 안나는 주제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식당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패쓰.

 

칠리치즈베이컨 버거 (9,900원)

이건 함께했던 동행자가 고른 칠리치즈베이컨버거. 사실 동행자 취향은 딱히 아닌듯 한데, 아마 제가 옆에서 입김을 불어넣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무튼 칠리와 치즈와 베이컨이 들어간 버거입니다.

 

초보 블로거 시절이라 흔들리는 초점 사진도 있습니다. 물론 저는 아직도 초보 블로거입니다. 여전히 초점 나갈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앞선 메뉴들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평은 생략하겠습니다. 근데 아마 이날 먹었던 것 중에 이게 제일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니 드럽게 왜 먹다말고 찍었대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보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서 좀 짜증났을지 몰라도 예전에 들렀던 식당을 이렇게 리뷰해보는 것도 저로써는 꽤 재밌는 일이었습니다.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음식섭취 이상의, 식당을 찾아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하나의 경험이라는 개똥철학을 종종 이야기하곤 했었는데요, 이렇게 더 이상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음식사진을 보면서 즐겁게 글을 쓸 수 있는 걸보니 제 얘기가 마냥 헛소리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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