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네생고기, 왕십리 - 저렴해도 제대로 먹는 돼지고기

한양대 쪽 왕십리에 위치한 시장골목에는 고깃집들이 꽤 많습니다. 제가 신입생일때만하더라도 이 정도 많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보니 우후죽순 늘어났더라구요. 이쪽 고깃집들의 가장 큰 특징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보통 1인분에 5~6천원 선에서 돼지 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가게마다 편차는 다소 있지만 고기 자체의 질도 꽤 괜찮은 편이라 한동안 종종 들리곤 했었는데요, 졸업 후에는 올 일이 없다가 우연히 기회가 되어 '이모네 생고기'에 방문한 이야기입니다.

 

이모네 생고기는 예전에 제가 포스팅했었던 그린분식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왼편으로 그린분식 입구가 보이네요.

 

이 부근에만 고깃집이 서너개는 몰려있습니다. 예전에는 분식집이었던 곳도 있고 원래 고기를 팔던 곳도 있고 뭐 그렇습니다. 이모네 생고기는 닭볶음탕을 팔던 깜닭 자리에 생긴 비교적 최근에 개업한 업장.

 

가게에 사람이 많아 실내 사진을 자세히 찍지는 못했으나 그저그런 시장 고깃집의 인테리어입니다. 테라스까지 운영해서 자리는 꽤 많은 편입니다. 

 

메뉴는 뭐 대강 이렇습니다. 듣기로는 주먹고기가 유명하다고 하네요.

 

그냥 테이블도 한 컷 찍어보았습니다.

 

삼겹살 (1인분 당 5,000원)

우선 삼겹살부터 주문했습니다. 아마 3인분쯤 주문해서 4줄 쯤 나왔던 듯.

 

주먹고기 (1인분 당 5,000원)

삼겹살과 함께 주먹고기를 주문했습니다. 이곳을 추천한 친구가 추천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주먹고기라고 하는 부위의 정체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는 듯한데, 종합해보면 주먹같이 생겨서 혹은 주먹처럼 뭉쳐서 내놓기 때문에 주먹고기라고 불리고 보통은 목살을 정형한 후 나오는 끝부분을 쓰는 듯한데 가게에 따라서는 전지나 후지를 내놓기도 한다고 합니다. 저도 고깃집을 하는 것은 아닌지라 그냥 구글링 조금해서 나온 결과입니다. 아무튼 거칠게 요약하자면 주먹고기는 목살 쪽 잡육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오늘의 고기 집도는 제 옆에 앉은 형이 맡았습니다. 저는 멀뚱하게 앉아있는 대신 사진 촬영을 담당했습니다. 

 

돼지 기름에 절여가며 구울 김치와 콩나물도 기본으로 나옵니다. 

 

서비스로는 김치찌개도 나오는데 맛이 꽤 괜찮습니다. 솔직히 서비스 김치찌개라는 것이 괜히 맛이 강렬하기만하고 조미료 맛이 너무 강해 먹을게 못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의 김치찌개는 신맛이 도드라지지도 않고 조미료 맛이 아주 강하지도 않아서 부담스럽지 않게 한 수저 두 수저 떠 먹기에 괜찮습니다.

 

이렇게 고기도 들었기 때문에 안 먹으면 손해

 

쫄면도 서비스로 나옵니다. 저렴한 가격임에도 서비스로 나오는 밑반찬 종류가 꽤 있습니다. 역시 고깃집이 몰려있으니 서비스에서 경쟁이 벌어지게되는 모양입니다. 손님입장으로서는 개꿀인 부분.

 

쫄면은 대강 비벼서 이따 고기와 함께 먹는 것이 좋을텐데 고기가 구워지려면 시간이 좀 남아서 쫄면만 먹어봤는데요, 사실 쫄면은 맛이 지나치게 쨍한 느낌입니다. 은근히 맵고 자극적인 맛. 제 취향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본인이 고기를 굽는게 아니라면 구워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차분하게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싸우나 한증막 마냥 연기도 막 올라옵니다.

 

그리고 나니 드디어 구워진 고기들. 삼겹살 보다는 주먹고기가 좀 더 빨리 익는 모양입니다.

주먹고기는 껍데기가 붙어있는 채로 나오는데 쫄깃한 식감 덕에 씹는 맛이 있습니다. 고기 자체도 그리 기름지지 않고 잡내 없이 고소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먹고기의 최대 장점은 굳이 가위질을 할 필요 없다는 것. 그냥 대강 굽기만 하면 딱 한 입 사이즈로 나와서 상당히 편했습니다.

 

찍을 땐 분명 주먹고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삼겹살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얇은 고기 치고 씹히는 맛 꽤나 쫄깃해서 좋습니다. 무엇보다 가격이 오천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만한 수준의 고기는 정말 메리트가 있죠. 앞서 제가 방문했던 남영돈이나 땅코참숯구이 같은 유명 고깃집에서 1인분 먹을 가격이면 여기서는 3인분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사실 그곳 고기들이 맛있긴하지만 여기보다 세 배 맛있다라고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곳을 가성비 고깃집이라 말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요거는 확실히 삼겹살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얇게 썰린 삼겹살에서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데, 이곳의 삼겹살 역시 그랬습니다. 오히려 더 얇았던 주먹고기가 더 좋았어요.

 

계란말이도 서비스로 나옵니다. 하지만 서비스를 받으려면 인스타에 게시물을 업로드해야한다는 것. 저는 안올렸는데 일행 중 누가 올렸던 모양입니다. 

 

인스타를 팔아 받은 계란말이는 먹을만 했습니다. 

 

목살 (1인분, 5000원), 항정살 (1인분, 5,000원)

인당 1인분 씩만 먹어서는 당연히 배가 차지 않겠죠. 가격도 저렴하겠다 바로 주저없이 목살과 항정살을 추가 주문했습니다. 

 

목살은 마치 삼겹살처럼 길쭉하게 정형되어 나옵니다. 처음엔 목살인데 삼겹살이 잘못나왔나 싶었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목살이 맞더라구요. 목살 윗편의 지방과 고기 부위를 적당히 배합해 길게 목살을 잘라내신 것 같습니다. 신박하더라구요

 

항정살도 애초에 한입크기로 정형되어 나옵니다. 굳이 구운 항정살에 가위를 댈 필요가 없다는 것. 역시나 개이득인 부분입니다. 게다가 익기도 빨리 익습니다. 

 

지방가득한 항정살입니다. 물론 남영돈이나 기타 유명 식당의 항정살에 비할 물건은 아니겠지만, 5천원에 이 정도 수준이라면 발군입니다. 두께 자체를 얇게 썰어서 아주 사각사각하게 씹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식감도 살아 있을만큼 살아있고 고소한 지방향이 입안으로 주욱 퍼져서 고기 먹는 기분 제대로 납니다.

 

요것은 목살입니다. 아까 삼겹살 모양으로 나왔던 그 목살인데 양파 절임과 함께 먹어보았습니다. 이 목살 역시 오천원짜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부드럽고 폭신하게 씹히는 목살은 뻑뻑하지 않고 두툼한 근섬유에서 나오는 감칠맛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쫄면에 항정살을 먹으며 입가심을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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