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돈, 남영동 - 남다른 항정살과 가브리살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2. 10. 08:25
남영동에는 별 이유 없이 들렀는데요, 마침 이 주변에 유명한 고깃집 남영돈이 있기에 남영동 들린김에 남영돈도 들렀습니다. 워낙 극악의 웨이팅으로 유명한 곳이라 너무 오래 기다려야하면 다른 걸 먹으려했는데, 생각보다 금새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야호

가게 내부에 있는 테이블링 키오스크에 번호를 적고 기다리면 됩니다. 5시가 오픈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희는 4시 59분에 도착해서 30분쯤 기다렸습니다. 첫 손님으로 들어가신 분들이 생각보다 고기를 빨리 드시고 나오시드라구요. 그나저나 검은색 간판에 한자 이름. 뭔가 멋있습니다. 근데 카드 결제 문자에 적힌 걸로 보아 원래 상호명은 예쁜돼지였던 모양입니다.


한글자 떨어진 간판이 30년이나 됐다는 업력을 방증하는 듯 합니다. 웨이팅 하는 동안 할게 없어서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이렇게 바깥에서는 숯을 굽고 계시더라구요. 이것도 기다리면서 할게 없어서 찍었습니다. 사방으로 퍼지는 연기향이 인상적입니다.


맛있는 고깃집의 필수요소는 바로 맛있는 밑반찬들. 고기만 맛있으면 땡인 것이 아니라 그 고기들을 받춰 줄 밑반찬들이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맛있는 고기라도 고기만 먹으면 금새 질리는 법입니다.
남영돈의 반찬들도 맛있는 편입니다. 제가 고깃집 밑반찬에 대해서는 상당히 깐깐한 편인데, 남영돈의 밑반찬에는 만족했습니다. 특히 직접 담그신다는 조개젓이 꽤 괜찮습니다.

메뉴판도 찍어왔습니다. 다른 손님들 얼굴 안나오게 찍는다고 요리조리 피하느라 힘들었음
가격은 일반적인 고깃집보다는 살짝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정도 수준의 고기라면 충분히 지불할 값어치가 있습니다.


밥은 썩 특별하지 않습니다. 밀도있게 엉겨있습니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

이 날은 맥주한잔 하면서 고기가 먹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운좋게 저희 테이블 구이 담당으로는 사장님(추정)이 당첨됐습니다. 구이 난이도가 있는 고깃집에서 이런 건 상당한 행운이므로 소리 질러도 되는 부분

아래편이 항정살이고 위에가 가브리살이겠죠? 핏빛이 연한게 항정살이고 진한게 가브리살입니다. 솔직히 구워놓으면 이거나 저거나 긴가민가하므로 지금부터 떡 먹은 용만이 찾듯 뚫어져라 잘 쳐다봐야합니다.

자 벌써 은근 구분이 안가기 시작하죠?

먼저 구워지는 것은 항정살 쪽입니다. 조금은 놀랄만치 맛있는 항정살이었습니다. 씨알 굵게 잘라낸 항정살은 정말 아삭아삭하게 씹힙니다. 그러면서 즙을 주욱주욱 뽑아내는데, 아 이 집의 기나긴 웨이팅이 이해가 됩니다.

이 녀석 역시 항정살. 두께감이 있어서 좋습니다. 사각사각 씹히는 식감과 거기서 뿜어져나오는 감칠맛과 부드러운 기름까지.

앞서 맛있다고 이야기했던 조개젓입니다. 이 젓갈이라는 것은 결국에는 감칠맛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데, 돼지고기가 가진 감칠맛과 만날때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글루탐산이니 이노신산이니 상승기작이니 하는 것인데 결론은 조개젓과 돼지고기를 함께먹으면 훨씬 더 맛있다는 것.

와사비와도 먹어봤습니다. 저는 사실 아직 와사비와 고기 궁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편인데 이 날도 그냥 있길래 먹었습니다. 고기가 맛있어서 그런지 평상시의 와사비 고기조합보다 좋았음

아참 김치찌개도 무료로 주시더라구요. 나오자마자 찍는 걸 깜빡해서 이미 좀 퍼먹은 상태입니다. 고기도 들어있기는 합니다. 사람이 두명이라 그런지 딱 두점정도. 그래도 있어서 감사히 먹었습니다. 무료에 큰 것을 바라면 대머리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가브리살입니다. 지방이 붙어있어서 그나마 구별이 쉽습니다.

이것 또한 가브리살. 얘도 뭔가 가브리살 처럼 생겼습니다. 아까 먹을땐 정말 둘이 구별 안 간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지금보니 구별이 잘 됩니다. 가브리살도 상당히 괜찮습니다. 쫀득쫀득하고 좀더 지방맛이 강합니다. 더 고기 먹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그래도 저는 항정살이 더 좋았읍니다.

이거는 잘 모르겠습니다. 항정살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가브리살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긴가민가 합니다. 확실한 것은 소금에 찍어 먹었었다는 것뿐.

맛있는 항정살과 가브리살에 힘입어 목살을 추가 주문합니다. 사실은 쫄면을 먹어야하는데 남은 고기가 없어서 쫄면만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최고의 목살은 땅코참숯구이의 것인데 남영돈의 목살은 어떨런지요.


사진이 느낌있게 참 잘 나왔습니다. 이번 고기 굽기 집도는 사장님 대신 다른 직원 분이 맡아주셨습니다.

목살도 괜찮은 편입니다. 다만 몇 점은 다소 뻑뻑했던 것도 사실.

하지만 목살은 쫄면을 맛있게 먹기 위한 부수기재에 불과할 뿐입니다. 목살은 에이스가 아니었습니다!

와 시뻘건 색감봐

쫄면은 그냥 먹어도 새콤달콤 맛있습니다. 엄청나게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상당히 안정적인 맛. 그런 안정적인 맛을 활용하는 법은 고기와 함께 먹는 것입니다. 고기의 고소한 지방맛으로 배경색을 칠하고 쫄면의 새콤달콤함으로 그 위에 개성을 발휘하는 느낌.


즙이 빠져 살짝 말라버린 목살도 쫄면과 함께라면 회생 가능합니다.
남영동의 남영돈, 항정살과 가브리살을 위해 한번쯤 방문해볼만 하겠습니다. 요새는 테이블링 앱도 잘 되어있으니 잘만 활용하면 그리 긴 웨이팅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4차산업시대의 이점을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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