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편한식당, 서울대입구역 - 퇴근길에 먹는 고등어봉초밥과 안주들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4. 2. 08:42
퇴근길에 서울대입구역에 들러 가볍게 술 한잔을 하고 온 이야기입니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해서 술을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안주는 많이 먹었습니다. 서울대입구역과 낙성대역 사이, 일명 샤로수길에 위치한 '오지 편한식당'입니다.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려 샤로수길 쪽으로 쭉쭉 걸어가다 보면 오지 편한 식당을 만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함께라면 찾아가기 그리 어려운 위치는 아닙니다.
테이블 없이 카운터 석으로만 운영됩니다. 주방을 둘러싼 L자형 좌석배치. 사장님이 요리하는 모습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가게 분위기는 꽤 좋은 편입니다. 그때그때 있는 손님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어느정도 차분한 편. 제가 갔더 날에 혼술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혼술하기에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아 맞다 그리고 3명이상의 단체손님이라면 미리 전화를 통해 예약을 해야하는 모양입니다.
메뉴는 그때그때 바뀐다고 합니다. 맛만 따라준다면 자주 술 한잔하러 들리는 손님들에게 이런 부분은 장점으로 작용하겠습니다.
테이블엔 앞접시와 젓가락이 미리 준비되어있었고
휴지를 눌러놓는 돼지는 귀여웠습니다.
1인 1음료 주문이기에 저희는 우선 하이볼을 한 잔 씩하기로 했습니다. 위스키와 함께 들어갈 음료는 진저에일, 토닉, 탄산수, 맥콜 중에 고를 수 있는데 저는 토닉을 동행자는 진저에일을 골랐습니다. 진저에일이 특유의 쌉쌀함 덕분에 좀 더 술먹는 느낌도 나고 위스키와도 더 착 달라붙는 느낌.
기본 찬으로는 간장소스와 오이가 나옵니다. 오이가 몬가 귀엽게 생겼습니다. 물론 맛은 그냥 오이였음
먼저 주문한 것은 고등어 봉초밥. 하이볼을 마시며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니 주방에서 사장님이 초밥 싸는 모습이 보입니다. 손질해놓은 고등어에 밥알을 채우고, 랩으로 돌돌 감싼 후 썰어내어 철판에 올리고,
요렇게 불질을 해서 고등어봉초밥을 완성합니다. 물론 불질하기전에 랩은 벗김
그렇게 완성된 고등어 봉초밥이 나왔습니다.
괜히 음식 잘 아는 척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사바 보우즈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사실 하나, 사바 보우즈시 라는 음식은 원래 일본에서 온 음식으로....
아무튼 다른 것보다 플레이팅이 깔끔합니다. 자꾸자꾸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비주얼이네요
그래서 마구마구 사진을 찍어두었던 것입니다.
우선 한 점을 그냥 먹어보았습니다. 봉초밥 위에는 생강초절임을 갈은 것 같은 것이 올라가있습니다. 고등어의 탄력있는 살맛과 더불어 모 나지 않게 적당히 간이 된 밥이 어울리는 사이에, 새콤달콤한 맛을 강하게 뿜는 생강초절임(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이 끼어들어 밸런스를 흐트리는 느낌. 개인적으로는 저 위에 올라간 희멀건 생강의 존재가 다소 쨍하게 느껴졌습니다.
다행인 점은, 초밥 바깥에 올라간 것이니 기호껏 알아서 덜어내고 먹을 수 있다는 점. 너무 많으면 덜어내고 먹을 수 있지만 너무 적으면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차라리 처음부터 많이 주신 것이 다행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 생강초절임 갈은 것 같은 것을 반쯤 덜어내고 간장을 콕 찍어먹으니 얼추 밸런스가 맞았습니다.
밸런스가 맞는 정도가 아니라, 다 먹자마자 한 접시 더 주문하고 싶은 맛이었습니다. 역시 고등어 회, 특히 고등어 초절임은 너무나도 은혜로운 음식인 것입니다. 게다가 마지막 불질을 하는 과정에서, 고등어 회의 최대 단점인 비린내 마저 상당부분 해결되니 먹는 입장에서는 행복할 따름입니다.
다음으로 먹은 것은 치킨 난반입니다. 닭고기 튀긴 것을 간장소스에 적신 후 타르타르 소스와 함께 먹는 음식.
오지 편한식당에서는 타르타르 소스뿐만 아니라 위에 온천 달걀도 하나 올려줍니다. 온천 달걀(온센 타마고)는 끓지 않을 정도의 뜨거운 물에 계란을 익힌 것인데, 노른자는 반숙으로 남고 흰자는 마치 젤리처럼 몽글몽글해집니다. 그걸 타르타르 소스 위에 올렸다는 것은 치킨 난반에 좀더 푸근한 지방맛을 더하겠다는 것.
그리고 그 위로는 시치미를 뿌려냈는데요, 생각보다 은근히 존재감이 있습니다. 자칫 계란의 부드러운 맛으로 너무 치우칠 수도 있었던 치킨 난반 전체의 균형을 맞춰 줍니다.
노른자를 탁 터뜨려서 계란에 푹 찍어 먹습니다. 치킨 튀김옷은 아직 어느정도의 바삭함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타르타르와 간장 소스의 달큰하고 짭짤한 맛이 계란의 지방맛에 푹 둘러싸이며 함께 어우러집니다.
하지만 먹다보면 비주얼은 영 꽝입니다.
하이볼을 다 비웠는데 아직 먹어보고 싶은 메뉴들이 있어 술을 한 잔 씩 더 시켰습니다. 타카타로는 흑당으로 만든 일본식 소주인데, 먹을만 합니다. 물론 소주 특유의 그 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얼음이 점점 녹아 물이 첨가 될수록 향이 나름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물론 너무 비싸서 다시는 먹지 못할듯.
쿠로 카시스는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포도주스 맛이었습니다. 너무 달아서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정말 박터지게 고민하다가 결국 마지막으로 고른 메뉴는 춘권멘보샤입니다. 멘보샤보다는 춘권에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춘권 안에 새우를 넣어 튀기고 위에 경성치즈를 조금 갈아서 마무리했습니다. 칠리와 요거트 소스가 함께 나옵니다.
이건 동행자가 찍은 건데 잘 찍어서 올림
체육대회 인간 피라미드 쌓기 스타일
뜨끈하게 튀겨진 춘권은 나오자마자 베어물면 겁나게 뜨겁습니다. 조심해야함
춘권안으로 통새우가 꽤 실하게 들어있습니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또 춘권에 새우가 들어간 요런 조합은 처음인 것 같기도 하네요.
아까 먹던 치킨난반 소스에 찍어먹어도 되게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때 찍은 사진은 초점이 흔들려서 패쓰했습니다.
아무튼, 퇴근길에 가볍게 들려 먹을 법한 괜찮은 술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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