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 연남동 - 저렴한 가격에 내실 있는 단단한 안주들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2. 26. 08:20
간단하게 술 한 잔을 하고자 할 때, 그러면서도 맛있는 것이 먹고 싶을 때가 있죠. 기왕이면 다양한 메뉴가 있었으면 좋겠고, 양도 가격도 적당해서 여러 가지를 동시에 시킬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그럴 때 가기 적당한 가게가 연남동에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내실있는 메뉴를 선보이는 '단단' 입니다.
미로 같은 연남동을 스리스리 뚫고 가다보면 단단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간판이 그리 크지 않으니 지도 어플을 잘 보고 찾아가야합니다.
웨이팅이 있어서 대략 15분정도를 기다린 것 같아요. 2호점도 바로 옆에 있는데 거기는 단체석 위주로 받는 다는 것 같습니다.
메뉴는 상당히 다양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비싸지 않아요. 둘이 와도 이것저것 먹어볼 수 있겠습니다.
가게 내부는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이자카야입니다. 부엌과 붙어 있는 다찌석도 조금 준비되어 있고 테이블도 꽤 많습니다. 그냥 활기 있는 평범한 술집의 인테리어입니다. 다만 조명이 애매해서 사진이 잘 나오지는 않는 편.
로고 냅킨은 일단 찍고 봅니다.
뭔가 그냥 소주로 달리기보다는 도수 높은 술을 먹고 깨끗하게 취하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봤던 서울의 밤을 주문했습니다. 뚜껑따서 마시기 전까지 전혀 몰랐는데 서울의 밤은 매실 증류주 였습니다. 저는 그냥 증류소주인줄 알았던 것인데.. 황매실을 쓰고 노간주열매를 쓰고 뭐고하는 자세한 내용이 검색하니까 나오기는 하는데요. 아무튼 제 입맛에는 다소 달았습니다. 대놓고 단맛은 절대 아닌데 그 은은한 단맛이 끝까지 혀를 잡고 놓지 않는 느낌입니다. 단맛의 여운이 다소 길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얼음을 부탁드려서 온더락으로 먹었습니다. 다만 '단단'에서 내주는 얼음은 다소 빨리 녹는 경향이 있습니다. 온더락으로 쎈 술을 넣어 먹기에는 얼음이 단단하지 못했습니다. 금방 녹아 컵 속에서 물반 얼음반이 되어버립니다.
기본 안주로 나오는 미역줄기입니다. 이거 술 안주로 괜찮더라구요.
가장 먼저 주문한 것은 안키모입니다. 안키모가 뭐냐면 아귀 간인데요 네 피스로 잘라져서 나옵니다. 다른 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안주는 아니니까 일단 주문해본 것입니다.
조명때문에 사진이 안 찍힌다니까 동행자가 후레쉬를 비춰주었습니다. 그래도 이쁘게 안나온 것을 보니 조명 탓은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안키모 맛은 음, 분홍 소세지와 비슷한데 좀 더 눅진하다고 생각하시는게 가장 쉬울 것 같습니다. 분홍 소세지와 거의 비슷한 식감과 맛에 부드러운 지방맛이 굵게 더해져 술 안주로 제격입니다.
누누히 저는 아직 와사비 맛을 모른다고 이야기해왔었는데요, 그래도 이 날 안키모와 함께 먹는 와사비는 꽤 괜찮았습니다. 겨자 소스에 절여진 파채에도 알싸한 향이 있고 와사비에도 알싸한 향이 있어서 서로 상쇄시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로 주문한 메뉴는 바로 시메사바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고등어 회가 되겠습니다. 얼마 전에 고등어 회 먹겠다고 주문진까지 갔다가 마침 고등어가 안들어온날이라 허탕을 치고 오기도 했는데, 연남동에서 소원 성취합니다.
시메사바는 고등어초절임이라는 뜻인데요, 원래 고등어는 아주 활어회가 아닌 이상, 죽은 채 조금만 방치돼도 비린내가 심해 회로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고등어를 사시미로, 또는 초밥으로 먹기 위해 시메(초절임)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초절임이라고해서 식초 때문에 엄청 시어진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시메사바에 대해 뭐 주워들은 내용이 있어서 쓰고 싶은데 오늘은 팩트체크하기에 너무 졸려서 다음기회에 적어야겠습니다 호호
먹기전에 레몬을 일단 한 번 주욱 뿌려줍니다.
그리고 한 점 입에 넣어보는데요. 몇 달 동안 고등어회 노래를 부르고 다니길 잘했습니다. 너무 기쁜 맛이에요. 두껍게 썰린 고등어 살에 식감도 두툼하고 껍질 부근은 쫄깃하기도 합니다. 살에 배인 감칠맛과 등푸른생선 특유의 기름기까지. 이게 제가 좋아하는 회입니다. 고등어 만세
그건 그건데 이렇게 고등어 젓가락으로 들고 초점 잡기가 좀처럼 쉽지가 않더라구요. 이 한 컷을 잡아내기 위해 여러 컷을 버려야만 했습니다.
B컷들 그냥 버리기는 아까우니 그냥 이렇게 한 번 올려봅니다. 자꾸 고등어 대신 뒤쪽에 초점이 잡힘 ㅠ
꼬랑지 부근으로 갈수록 껍질 비중이 높아져 더욱 쫀득합니다. 짜릿해요
물론 고등어니까 어느정도의 비린내는 어쩔 수 없는데요, 이 역시 고등어의 매력이라 생각하렵니다.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으나 사실 그렇게 심한 것도 아니고 저는 그냥 즐기는 편입니다. 생선이 안 비릴 수가 있나요. 와사비나 좀 찍어서 상쇄하면 되겠지요.
안키모와 고등어 먹다보니 어느새 서울의밤을 다 비웠드라구요. 이번에는 연남연가로 달립니다. 깨끗하게 취하고 싶었는데 어째 그러지는 못할 것 같아요. 연남연가는 와인을 증류시켜 만든 증류주라고 합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들어봤어요. 뒷맛이 꽤 깔끔하게 떨어지는 소주인데 개인적으로는 서울의밤보다는 이게 훨씬 맘에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닭 목살 구이를 주문했습니다. 아까 두 번 연속으로 바다친구들을 먹었으니 육지 친구들도 한 번 먹어야지 공평하겠죠? 공정사회를 만들어가고자하는 노력입니다.
닭목살은 일전에 우니꾸에서 먹고 감동한 적이 있었습니다. 치킨 목뼈에서 어렵게 어렵게 뜯어먹던 목살을 따로 떼어서도 판매한다는 사실에 놀랐었죠.
그때 먹은 목살과 같은 맛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타래 소스에 조금 절여져서 나왔습니다.
불향도 어느정도 나고 아삭아삭한 닭목살의 식감도 좋습니다. 술 안주로 딱입니다. 사실 가격도 구천원인데 양도 꽤 괜찮구요.
이번에 주문한 것은 명란 오믈렛입니다. 아니 둘이서 먹었는데 뭘 이렇게 많이 시켰던 거죠. 역시 술이 들어가면 배가 고픈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오믈렛 안에는 아마 명란이 들어갔을테고 그 위에는 가츠오부시가 낭낭하게 뿌려져 있습니다.
분해해보니 이렇게 명란들이 보이네요. 계란은 전체적으로 달달한 느낌입니다. 쨍한 단맛은 아니지만 오믈렛 자체를 지배하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달달합니다. 그 안에 들은 명란의 짭짤함과 꼬순내 그리고 가츠오부시의 감칠맛이 합쳐져서 결국엔 뭐다? 술 안주가 된다는 것입니다.
원래는 단단의 또 다른 인기메뉴인 게살 고로케를 주문하려했으나 다 떨어졌다는 소식에 눈물을 머금고 주문한 가지 튀김입니다. 고로케 대신 주문한 것은 아니고 원래 둘 다 먹으려던 것을 가지 튀김만 먹게 되었다는 것.
송화산시도삭면에서 정말 맛있는 가지튀김을 먹었던 적이 있는데요, 단단의 가지튀김은 그 가지튀김과는 결이 다릅니다. 그럼 송화산시도삭면 이야기는 왜 했냐구요? 그냥 가서 한번 봐주시고 조회수 올려주시라는 뜻이었습니다.
아무튼 단단의 가지튀김은 튀김옷이 단단하지 않습니다. 가게 이름이 단단인데 단단하지 않다니 뭔가 언어 유희 같네요. 아무튼 송화산시도삭면의 것처럼 빠삭한 맛은 없지만 그래도 부드럽게 튀겨진 가지가 가쓰오부시와 소스와 함께 잘 어우러집니다. 이 안주 역시 술먹기에 딱 좋아요. 오늘 주문한 것들 모두 술 먹기에 참 좋은 안주들이었습니다. 게다가 이게 오천원이라니. 우리 집 앞에도 분점을 내주세요.
이건 주문이 미스나서 가지튀김이 늦게 나왔다고 서비스로 받은 사이다입니다. 이유야 어쨌건 서비스 받은 것이고 서비스 받은 것은 기분이 좋은 일, 기분이 좋은 일은 자랑해야하니까 그냥 올려본 것입니다.
깔끔하게 취하고 깔끔하게 집에 가고자 했으나 안주들의 매력에 빠져 이 날도 너저분하게 취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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