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키, 망원역 - 아니 돈카츠에서 이런 맛이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2. 25. 08:31
지금은 바야흐로 프리미엄 돈카츠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돈, 안즈, 독립카츠, 카와카츠, 콘반, 윤경, 카린지까지 그냥 떠오르는 대로 대더라도 서울 내 핫한 돈카츠 집은 차고 넘칩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작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돈카츠 집에 웨이팅이 걸린다는 것. 비싸고 줄을 서야한다는 이유로 앞서 언급한 돈카즈 집들을 거의 방문해보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기회 될 때 마다 한 군데 두 군데씩 방문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 방문한 곳은 망원동에 위치한 '헤키'입니다.
기다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2시 30분쯤 헤키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가게 앞에는 이미 사람들로 문전성시. 망원역 일대가 원래 이렇게 핫한 동네였나요..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적고 대기 했습니다.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으며 건물로 일반 주택을 상가로 개조한 듯한데 '헤키'는 1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회전이 빠른 편입니다. 앞에 꽤 많은 팀이 있었음에도 30분정도 후에는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웨이팅 리스트에 미리 메뉴까지 적어두면, 타이밍 맞춰 조리해 자리가 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메뉴판입니다. 로스, 히레가 메인으로 판매되고 있구요, 히레 카츠가 특히 시그니처인 모양입니다. 단품으로는 멘치카츠도 존재. 듣기로는 상로스카츠라는 메뉴도 존재했던 것 같은데 이 날은 없었습니다. 아무튼 어차피 메뉴가 많지도 않으니 다양하게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주방은 이런 모양입니다. 그냥 있길래 찍은 모양입니다.
가게 내부는 깔끔하나 넓지는 않습니다. 한번에 그렇게 많은 손님이 들어 올 수는 없는 구조입니다. 물론 이런 류의 돈카츠들이 대부분 그렇듯 조리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좌석이 많아봤자 소화해내기가 쉽지 않긴 하겠습니다.
물은 그냥 물이었습니다. 그냥 찍음
앉아서 물을 따르고 나니 바로 돈카츠들이 나옵니다. 바깥에서 웨이팅하며 자리 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동안 미리 튀겨내고 있었기에 굳이 앉아서 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우선 제가 주문한 것은 모둠카츠. 로스 150g에 히레 50g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두 종류를 먹을 수 있는 메뉴입니다.
윗쪽에 직사각형으로 넙적한 것이 로스카츠, 아랫쪽에 똥그란 것 두 조각이 히레카츠입니다.
동행자가 주문한 히레카츠입니다. 히레카츠만 150g이 들었습니다. 모둠이든 히레든 기본으로 내어주는 밥 양은 상당히 적은 편입니다. 밥 상태는 나쁘지 않습니다. 모자르면 더 달라고 하면 더 주시는 듯합니다.
분홍빛으로 이쁘네요. 인스타그래머블 합니다.
돈카츠 먹을 때는 느끼할 수도 있으니 콜라를 주문하는 센스도 필요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날의 콜라는 미지근하게 나왔다는 점..
우선 로스카츠부터 맛봐야겠습니다. 핑크빛 살코기 위로 적당히 기름기가 올라와 있습니다. 윤기가 차르르 빛나네요. 이 돈카츠를 만나기 위해 저는 30분을 기다렸군요.
헤키에서는 돈카츠에 소금과 트러플 오일을 찍어먹기를 권합니다. 일단 소금을 찍은 후 재차 트러플 오일을 찍어 먹으라는 것 같은데요. 트러플 향과 튀김은 상당히 잘 어울리기 때문에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이미 기름진 돈카츠에 트러플 오일을 찍어 먹는 구상은 약간 지나치게 느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돈카츠 자체가 물론 엄청 기름기 있게 튀겨진 것은 아니지만은 그렇지만 기름장에 찍어먹을 만큼 담백한 것도 아니거든요. 트러플 향을 취하고자하는 것이었다면 트러플 소금이라는 선택지도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소금만 살짝 찍는 것이 가장 좋더라구요. 한 입 로스카츠를 베어물었습니다. 튀김옷도 고기와 분리되지 않게 아주 적당히 잘 튀겨졌습니다. 그러면서 속살이 굉장히 부드러운 것이 특징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여전히 육즙을 머금고 있어서 심지어 살코기가 찰지기까지 합니다. 돼지고기가 이런 맛을 낼 수도 있군요. 제가 흔하게 먹어오던 그런 뻑뻑한 고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적당히 온기가 남아 있던 이 첫 점은 정말 놀라웠어요. 어느정도 빡빡한 맛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 예상을 가차없이 부수네요. 최근 먹어본 튀김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살코기 세포 조직 사이가 느슨해서 부드러운데 그 사이를 고기 육즙이 기막히게 가득 채워 놓은 느낌.
그다음은 히레카츠입니다. 로스가 등심으로 기름기가 어느정도 있었다면, 히레는 안심으로 훨씬 더 담백한 맛을 내는 것이 보통이지요. 헤키의 돈카츠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기름기가 없어서 오히려 히레카츠의 경우에는 살코기의 빡빡함이 느껴졌어요. 특히 튀김옷 가까운 부분으로 갈 수록 육즙이 급격하게 사라집니다. 로스에서 느꼈던 그 출중한 차진 맛이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원의 중심부 부분은 로스만큼이나 부드럽지만 가장 자리 부근은 조금 아쉽습니다. 뭐 그렇다고 해도 로스에 비해 아쉽다는 것이지 여전히 훌륭한 돈카츠입니다.
단품으로 있던 멘치카츠도 하나 주문했습니다. 이천원 밖에 안 하니까 하나 쯤 시켜먹어볼만하겠습니다.
멘치 카츠는 다진 고기를 뭉친 후 튀겨낸 형태의 돈카츠입니다. 미트볼을 튀긴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로스와 히레가 맛있는데 멘치가 맛이 없을리가 없죠. 부드러움으로 따지면 로스나 히레보다도 한 수 위입니다.
헤키에서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적은 양에 있겠네요. 몇 점 안 먹은 것 같은데 벌써 다 먹어버렸습니다. 게다가 미리 썰어져서 나오니 먹는데 시간도 별로 걸리지 않습니다. 돈카츠라는 조리 시간이 긴 메뉴임에도 회전력이 좋은 이유가 여기 있었군요.
노란색 와사비도 있길래 찍어 먹어보았습니다. 매번 이야기 하지만 저는 아직 와사비의 맛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이날도 혹시라도 와사비 돈오의 순간이 찾아올까 싶어 시도해보았으나 역시나 실패.
소금과 트러플 오일 말고도 그냥 돈까스 소스도 있습니다. 굉장히 일반적인 브라운 혹은 데미그라스 소스로 인상깊지 않았습니다. 그냥 여기저기서 보는 그런 소스.
다 먹어 갈 수록 아쉬움이 남아서 사진이나 몇 장 더 찍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 수록 어딘가 점점 기름기가 메말라가는것 같아 그냥 빨리 먹어버렸답니다.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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