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우리바다수산, 홍대입구역 - 시즌 마지막 방어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2. 20. 08:38
2월이면 방어 시즌의 막바지죠. 사실 방어가 가장 맛있는 때는 1월 말 정도까지라는 것이 유우명 블로거들의 정론인 듯합니다. 그러나 청개구리 기질을 가진 저는 남들이 다 철 지났다고 하니 괜히 먹고 싶어지네요. 아직 시즌 첫 방어도 먹지 못했던 일행들과 함께 시즌 마지막 방어를 먹으러 왔습니다. 기왕 먹는 거 포스팅도 해야겠씁니다. 동교동에 위치한 '21세기 우리바다수산'입니다.
홍대입구역 1번 출구에서 5분쯤 걸으면 만날 수 있습니다. 길가에 있으니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길찾기 난이도 별 2개 부여합니다
방어 시즌에는 방어를 팔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사실 홍대 부근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연남동쪽으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바다회사랑'인데요, 보통 웨이팅이 너무 길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많이들 선택하는 곳이 바로 이곳 '21세기 우리바다수산'입니다. 그쪽이나 이쪽이나 회를 꽤 두껍게 썰어내는 것은 마찬가지니, 한창 시즌 일때라면 웨이팅이 적은 이쪽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합니다. 하지만 진짜 한창 시즌에는 이곳에도 웨이팅이 꽤나 걸린다는 것 같긴 하드라구요. 아무튼 최근에는 '바다회사랑' 2호점도 생겼고 하니 방어가 먹고 싶으면 홍대 부근으로 오는 것이 괜찮은 선택이겠습니다.
대형 수족관에 방어가 헤엄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아쿠아리움 따로 갈 필요가 없어요.
가게 내부는 꽤 큰 편입니다. 최소 3층 규모입니다. 좌석들도 깔끔하구요.
방어 외에도 이런 저런 메뉴들을 팔고 있습니다. 저희야 뭐 방어 먹으러 왔으니 굳이 쳐다도 보지 않았습니다.
2월까지 판매하는 대방어는 2인용인 중 자에 50,000원 3인용인 대 자에 69,000원, 4인용인 특대에 89,0000원 입니다. 아마 매운탕과 소주 가격까지 고려해서 인당예산을 3만원 선에서 잡으면 되겠어요. 사실 노량진 가서 먹더라도 양념집 비용까지 하면 3만원은 충분히 깨집니다. 인원이 적으면 훨씬 더 깨지죠. 노량진 방어라고 홍대방어보다 더 특별한 것은 없으니 집이 멀다면 굳이 노량진까지 갈 필요 없겠습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현대화가 됐어도 사실 그렇게 쾌적하진 않거든요. 특히 방어 철에 가면 물고기 숫자보다 사람 숫자가 더 많을 정도라 회 뜨는 데만 해도 한참 걸립니다. 저번에 노량진에서 방어 먹었을때 느낀 점이었습니다.
김은 조미김입니다. 기름에 굽고 소금도 쳐서 나오는 제품인듯한데 방어랑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김에 묻은 기름이 방어와 김 맛이 어루어지는 것을 방해하는 느낌이랄까요. 개인취향입니다.
방어가 나왔습니다. 3인분 치고는 꽤 많죠? 근데 또 7만원짜리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많아보이지도 않습니다.
햐 떼깔참 곱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사람들이 방어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는 분명히 이 떼깔도 있을 거에요. 흰살 붉은살 배합에 윤기도 흐르고 사진 찍으면 정말 맛있어 보이게 나오니까요.
역시 블로거의 성스러운 의식으로서 사진을 여러장 찍었습니다. 비주얼이 좋으니 찍으면서도 너무 즐거웠읍니다.
이렇게 직각 항공샷도 찍어줍니다. 이럴때 썸네일도 따야죠.
진짜 이 사진은 너무 잘 나와서 인스타에도 올렸습니다. 몇 달간 인스타 안했는데.. 이건 참을 수가 없었어요.
사진이야기는 그만하고 아무튼 반찬도 잔뜩 깔립니다. 회 양이 적은건 아니지만 7만원에 회만 딸랑 나왔더라면 조금 아쉬(아까)울뻔했어요. 뭐 스끼다시로 나오는 것들이 대단한 것은 아닌데 또 소주 먹으면서 하나 둘 씩 집어 먹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친구들이죠. 주먹밥도 있고 해서 배도 채울 수 있었습니다.
자 이제 먹습니다. 이게 어디 부위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빨간 살입니다. 기름기는 적었구요. 그러면 아마 등 쪽 살 정도 되지 않을까요? 어디서 그렇게 주워 들었던 것 같습니다.
김에 기름기가 덜 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는 한데요, 그래도 투덜대면서 먹기는 또 잘 먹었습니다. 막장도 있어서 조금 올려서 또 한 점 먹고 소주 한잔하고..소주가 콸콸콸
여기가 아마 배꼽살 이지요? 유투브 학습을 통해 이제 이정도는 구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름기가 가장 많은 부분입니다. 금방 물리지만 사실은 가장 제가 좋아하는 부위이기도 합니다. 왜냐면 먹고나면 바로 소주 땡기거든요. 저는 그 맛에 회먹는 거거든요.
이것은 아마 혈합육입니다. 사잇살이라고도 부르는 바로 그 부위. 다른 부위들과는 조금 다른 식감을 냅니다. 기름기 없이 부드러운 편인데 이 날의 경우에는 다행히 그다지 비리지 않았습니다. 원래 비릴 수도 있다고들 하는데 저는 아직 비린 것을 먹어보진 못했습니다. 제가 운이 좋았던 편인지 아니면 요새는 다들 신경을 쓰시는 편인지 비릴 수도 있다는 말이 뻥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점한점 해치워 나갑니다. 한 점 먹을때마다 소주는 또 다시 채워지구요. 사진첩도 채워집니다. 제가 먹었던 모든 젓가락을 찍은 것은 아니긴한데 겁나 많이 찍긴 했드라구요.
이거는 아마 중뱃살쯤 되지 않을까요? 이 부위 맛있었습니다. 아삭아삭 씹는 맛도 있구요 기름기도 있어서 마음에 들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저는 여전히 와사비의 매력을 못 느끼는 중이지만 이렇게 와사비가 보이면 꼭 한 번씩 시도해보는 편입니다. 이러다 언제 한 번 와사비의 맛을 알게될지도 모르잖아요.
아 맞다. 이 날의 에이스입니다. 어디 부위인지는 모르겠는데 기막히게 아삭아삭하고 기름지고 먹고 나면 나도 모르게 소주 생각이 나는 그런 부위. 입에 넣으면 혀에 감칠맛이 찰싹 달라붙는 느낌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아마 아까 찍었던 배꼽살 사진이 별로 맘에 안 들어서 다시 찍은 것일 거에요. 이미 약간 취해서 거의 기계적으로 찍고 있었던 상황입니다.
메추리알도 스끼다시로 나오는데 겁나 안까집니다. 결국 동행자가 까주었는데 역시 아무것도 안하고 날로 먹으니까 맛있더라구요. 너무 날로 먹는 것 같아서 사진은 한 장 찍었습니다.
멍게도 나왔습니다. '바다회사랑'에서도 멍게를 주던데 방어와 멍게는 무슨 사이일까요. 방어가 죽으면 멍게도 함께 죽는 일종의 운명 공동체인걸까요. 사실 궁금하진 않습니다.
살짝 물릴 때쯤 되니 이렇게 초장도 찍어먹구요
백김치와도 함께 먹으며 변주를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말을 하긴 해야겠어요. 역시나 2월 방어는 시즌 막바지가 맞았다는 것. 여태 잘 처먹어 놓고 무슨 소리냐 하시면 할 말 없지만 10월 말에 '바다회사랑'에서 먹었던 첫 방어나 12월에 노량진에서 먹었던 방어에 비해서 이 날의 방어는 다소 기름기가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기름기가 감칠맛과 합쳐지면서 나는 그 방어 특유의 소주를 부르는 그 맛이 이 날 방어에서는 그리 강하지 않았어요. 뭐 이렇게 말하니까 되게 섬세하게 맛 따지는 미식가 같은데 그런 건 아니고 그냥 2% 아쉬운 느낌이 없지않아 있었다라는 것입니다. 역시 뭐든 시즌 중에 먹는게 제일인가봅니다.
아무튼, 마무리는 매운탕인거 다들 아시죠..
방어의 여운을 빨간 국물으로 달래며 소주를 마저 달립니다.
매운탕 국물은 역시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생선의 진한 맛이 국물로 모조리 전해 졌습니다. 거기에 매콤한 양념장으로 풍악을 울리니 아까 방어 먹으며 마신 술이 벌써 해장되는 듯합니다. 물론 플라시보
국물은 참 맛있는 가운데, 생선 살은 살짝 아쉬웠습니다. 사실 매운탕을 생선 살 먹으려고 먹는건 아니지만, 노량진에서 너무 기가막힌 매운탕 속 생선을 만났었기에 남은 아쉬움 같습니다. 이 쪽 생선들은 살짝 뻑뻑했습니다.
뭐 아쉬운 점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말 기분 좋게 방어 먹으며 소주를 마신 저녁이었습니다. 이만한 안주를 다시 먹으려면 또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니요. 아쉽습니다. 하지만 자주 먹을 수 없기에 더욱 그 맛이 달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맞다 그리고 자기 만족을 위해 쓰는 깜짝 방어 상식: 방어는 볼따구에 아가미가 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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